인천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는 지난 2일 아내를 앞세워 성매매를 알선해 줄 것처럼 속인 후 남성들로부터 돈을 가로챈 이 아무개 씨(25·현 남편)와 정 아무개 씨(22·전 남편) 그리고 ‘이들의 아내’ 김 아무개 씨(23)에 대해 사기 및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 씨 등은 인터넷 채팅 사이트를 통해 성매매를 희망하는 남성 43명에게 4만~6만 원씩을 요구한 후 김 씨의 통장에 돈이 입금되면 잠적하는 식으로 지난 6월부터 10월까지 290여만 원을 가로챈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성매매를 미끼로 한 사기가 점점 어려워지자 1인당 10만 원씩을 받고 실제로 성매매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일정한 주거지 없이 모텔 및 찜질방 등을 전전하면서 성매매 사기나 실제 성매매로 생활비와 유흥비를 충당해온 ‘3인의 부부’. 이 기막힌 사건 속으로 한번 들어가 보자.
보통 사람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이들 세 사람의 성매매 알선 사기극은 경찰이 청소년 인터넷 성매매 특별 단속기간을 맞아 집중 수사를 벌이던 중 ‘우연히’ 밝혀지게 됐다. 이들이 인천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에 사기 및 성매매 알선 혐의로 구속되기 전, 이미 아내 김 씨는 성매매 혐의로 인천 남동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된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남동경찰서에서 “생활이 어려워 남편 몰래 성매매를 해왔다”고 진술했고 김 씨의 진술을 토대로 경찰은 김 씨와 상대 성 매수 남성들을 조사 중이었다.
그러나 피의자 신분의 김 씨와 남편 이 씨 등은 이 와중에도 계속해서 성매매를 하기 위해 채팅 사이트에 접속했고 이 과정에서 인천지방경찰청 여경기동수사대에 의해 또다시 검거되었다. 이번에는 단순한 성매매 혐의가 아니었다. 여경기동수사대가 김 씨와 만나기 위해 현장에 잠복해 있던 상황에서 현 남편 이 씨의 존재를 포착했던 것. 경찰에 따르면 당시 이 씨는 주변에서 망을 보고 있었다고 한다.
이 씨가 성매매를 알선했음을 눈치 챈 경찰은 두 사람을 조사하던 중 이들이 부부 관계임을 확인했고 그 과정에서 또 한 명의 공모자가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공모자는 바로 김 씨의 전 남편인 정 씨. 정 씨는 인근 PC방에서 게임을 하며 두 사람을 기다리던 중 출동한 경찰에 의해 곧바로 체포됐다. 그리고 수사 과정에서 이들의 기막힌 동거 사실이 드러나게 되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세 사람은 주로 경기 인천 지역의 모텔 및 찜질방을 전전하며 생활해왔고 사실혼 관계였던 전 남편 정 씨와 김 씨 사이에는 세 살 난 아이까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아이는 고아원을 거쳐 현재 한 가정에 입양된 것으로 확인됐다.
정 씨와 김 씨는 16세에 가출한 이후 인터넷 채팅을 통해 사귀게 된 사이라고 한다. 그리고 김 씨가 아이를 임신한 상태이던 2005년 정 씨가 특수절도죄로 수감되면서 관계가 멀어졌고, 정 씨가 구속된 사이 김 씨는 인터넷 채팅으로 이 씨를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이들은 결혼한 뒤 이 씨의 부모 집에서 함께 살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 씨에게는 특별한 직업이 없었다.
이후 출소한 전 남편 정 씨가 김 씨 앞에 다시 나타났고 그때부터 이들 세 사람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하게 된다. 특별히 갈 데가 없다는 정 씨의 말에 김 씨가 선심을 베풀면서 세 사람이 한 방에서 함께 살게 된 것. 김 씨는 남편 이 씨에게 처음엔 정 씨를 배다른 오빠라고 소개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관계는 금방 탄로 났다. 이 씨가 먼저 눈치를 챘던 것.
그런데 놀랍게도 이 씨 또한 이들의 관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정 씨와 친밀하게 지냈다고 한다. 심지어 정 씨와 김 씨는 이 씨의 동의하에 주기적으로 성관계도 가져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씨는 정 씨가 자신의 아내 김 씨와 성관계를 원할 땐 게임을 하러 나가거나 목욕을 하는 식으로 자리를 피해줬다고 한다. 그러나 이들 세 사람은 다함께 성관계를 가진 적은 없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을 조사한 경찰의 한 관계자는 “이들이 자신들의 특별한 관계에 대해 문제의식을 전혀 느끼지도 않았고 이들의 관계는 마치 친남매처럼 자연스러워 보였다”고 전했다.
한 방에서 호형호제하며 사이좋게 지내던 이 씨와 정 씨 그리고 아내 김 씨가 떠돌이 신세가 된 것은 직업도 없이 빈둥거리고 있는 이들을 답답해했던 이 씨 부모의 잔소리 때문이었다. 이들은 직장을 구하라는 이 씨 부모의 성화에 다함께 집을 나와 버렸다고 한다.
집을 나온 후 김 씨는 처음에 전단지 배포 등의 아르바이트로 돈을 벌었다. 그러나 세 사람 모두 사기, 절도 등의 전과가 있는 데다 특히 정 씨와 이 씨는 딱히 돈을 벌 의사도 없었던 터라 김 씨의 수입만으로 세 사람의 생활비와 유흥비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국 한 여자를 공유할 정도로 사이가 좋은 전·현 남편이 머리를 맞대 생각해낸 생계 수단이 아내를 빌미로 한 성매매 알선 사기였던 것.
이들은 B 채팅사이트를 통해 43명의 성 매수 희망 남성으로부터 성매매 알선 사기로 290여만 원을 받아내기에 이른다. 그리고 성매매 알선 사기가 점점 힘들어지자 1인당 10만 원씩을 받고 실제 성매매에도 나섰다. 현재 경찰이 성 매수자를 불러 확인한 김 씨의 성매매 건수는 5건. 그러나 김 씨는 하루에도 두 번씩 ‘일’을 하기도 했던 것으로 진술해 실제 성매매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성매매를 희망해 김 씨의 통장에 돈을 입금한 것으로 확인된 남성 43명의 경우 사실 ‘성매매 미수범’이지만 관련법상 이들은 사기를 당한 ‘피해자’일 뿐 입건 대상은 아니라고 한다. 성매매 미수 혐의의 경우 기소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경찰의 한 관계자는 “성매매를 근절하기 위해 성매매 미수범일 경우에도 처벌할 수 있도록 성매매특별법이 보안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백수 남편을 둘이나 부양해야 했던 김 씨지만 사실상 반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 젊디젊은 나이에 이미 몇 차례씩 전과가 있기도 했던 세 사람은 합법적인 방법으로는 돈을 벌 뜻이 없었고 특히 두 남편은 아내가 몸을 팔아 번 돈으로 하루 종일 게임을 할 정도로 무기력하고 파렴치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비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건 사실이지만 비단 이 사건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성도덕이 대단히 심각한 수준이다”라고 우려했다.
과연 이들 세 사람에게 부부는 어떤 의미였을까. 이들은 지난 2월 7일 나란히 검찰에 송치돼 법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장유지 프리랜서 enrose@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