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팀장은 ‘희대의 악녀’ 엄 씨의 범죄행각에 대해 연신 손사래를 치며 탄식을 내뱉었다. 김 팀장을 경악케 했던 것은 엄 씨가 저지른 범행의 잔인함과 도무지 뉘우칠 줄 모르는 뻔뻔스러움이었다. 김 팀장은 “‘과연 인간이 어디까지 잔인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 사건이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인간의 탈을 쓰고는 도저히 할 수 없을 것 같은 끔찍한 범행을 접할 때마다 강력반 형사들은 매번 ‘인간의 본성’에 대한 번민에 빠지게 된다. 이 사건 역시 그랬다.”
특히 엄 씨는 뛰어난 미모를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팀장은 “연예인 못지않은 미모에 젊디 젊은 엄 씨가 무서운 살인행각을 저질러왔으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할 수 있었겠나. 가족들조차도 설마 설마 했던 거지…”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혹시 엄 씨에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이에 대해 김 팀장은 “한 달 동안 정밀 정신감정을 받은 결과 엄 씨는 ‘지극히 정상’으로 판정됐다. 마약에 한번 맛을 들이면 거의 헤어나올 수 없다. 남편 두 명을 죽이고도 모자라 어머니와 오빠까지 범행대상으로 삼은 엄 씨의 경우만 봐도 마약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라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정작 엄 씨에 앞서 죄과를 치러야 할 사람은 바로 그녀에게 마약을 건넸던 이들이 아닐까.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