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 ‘신사동 가방 속의 여인’사건과 92년 ‘군산 조직폭력배 소탕’ 등의 굵직한 사건으로 특진을 거듭해온 그는 강력반 말단 형사 시절 이형호 군 유괴사건 수사팀에 소속되어 현장에서 범인을 추적하기도 했다. 최근 개봉해 화제를 모은 영화 <그놈 목소리>에서 형호 군 아버지와 함께 다니며 범인을 쫓는 형사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하지만 조 경감은 이 영화에 대해 불쾌한 심정을 감추지 못했다.
“식구들이 영화를 보고 와서 난리가 났다. ‘경찰 남편, 경찰 아버지를 항상 자랑스레 생각했는데 이게 뭐냐고…. 하는 일 없이 차 트렁크에 타고 범인의 뒤꽁무니만 쫓아다니다가 나체 상태로 발견되고, 돈봉투나 받고….’ 얼굴이 달아올라서 견디기 힘들었다. 아무리 영화라지만 있지도 않은 얘기를 그려내 경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점에서 정말 감독의 의도에 대해 묻고 싶다. 당시 우리들은 최선을 다했다. 나 역시 5시간 동안 차 트렁크에서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모른다. 게다가 돈봉투까지 받는 장면은 부정한 경찰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다른 동료들도 경찰의 명예 문제라며 한마디씩 하더라.”
조 경감은 최근 부각되는 ‘피의자의 인권 문제’에 대해서도 개인적인 생각을 털어놨다.
“피의자의 인권보호니 뭐니 해서 수사에 지장이 많다. 피의자들이 그걸 염두에 두고 ‘욕해봐라’ ‘한번 쳐봐라’고 대드는데 무슨 수사가 되겠나. 오히려 강화돼야 할 것은 피해자의 인권이다. ‘사실대로 말씀해주십시오’라는 식으로 조사를 하면 누가 입을 열겠나. 폭력이나 가혹행위는 절대 안 되지만 피의자는 피의자로 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