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여인의 손이 발견된 날 밤, 김 반장이 사건 해결을 다짐하며 적은 메모의 일부다. 이 사건을 보고받았을 때 김 반장은 ‘토막살인사건’으로 직감했지만 어떻게 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이 최선일지, 피해자의 신원과 사건의 내막 등을 단기간에 밝혀낼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으로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털어놨다.
“이 사건이 ‘바다사건’이라 해서 해경에게 인계되었을 때 일각에서는 해경이 과연 이런 강력사건을 해결할 수 있을까라고 의구심을 보이기도 했다. 혹자는 ‘육경’에 수사를 의뢰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수많은 익사체를 다뤄봤지만 어디서 떠내려왔는지도 모를 토막 난 손 하나를 가지고 수사를 시작하는 것은 솔직히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지만 수사팀 전원은 ‘억울한 죽음을 밝혀 망자의 원혼을 달래주겠다’는 신념으로 수사에 매달렸다.”
1988년 해경에 투신, 수많은 사건을 해결해온 김 반장은 이 사건에 대해 ‘현대사회의 성도덕 불감증이 부른 참극’이라고 평했다.
“20대 초반에 만나 25년 동안이나 같이 살아온 부부간에 벌어진 일이기에 우리로서도 충격이 컸다. 부부의 대화가 단절되고 신뢰가 무너질 경우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낳게 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이었다. 김 씨가 마음이 떠난 아내를 되돌리기 위해 수차례에 걸쳐 많은 노력을 했고 끝까지 가정을 지키려 했던 점은 인정되지만 무슨 이유로도 살인은 용납될 수 없는 범죄임이 틀림없다.”
[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