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중생을 6개월간 모텔에 감금하고 성매매를 강요한 진 씨 일당이 경찰에 검거됐다. 연합뉴스 | ||
이 여중생을 폭행, 감금한 일당들과 여중생의 성을 ‘구매’한 성매수남들이 보인 갖가지 행태를 들여다보면 그 추악함이 경악을 금치 못할 정도다. 성매수남 중에는 대학생, 공기업 직원, 대기업 직원, 공무원은 물론 미대 교수, 보건소 의사, 약사 등 사회지도층까지 포함돼 있었다. 특히 이들 중 의사, 약사 등은 피해 여중생이 폭행·감금당한 사실을 알고도 구출해주기는커녕 ‘단골’이 되어 선물을 사다주고 상처에 약을 발라준 뒤 성관계를 갖는 등 그 파렴치함이 극에 달해 ‘같은 남자’인 경찰들마저 탄식을 내뱉을 정도였다.
전북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6월 4일 미성년자 약취 유인 등의 혐의로 진 아무개 씨(여·20)와 그의 애인(24), 남자친구(20) 등 3명을 구속하고 성매수 혐의가 확실시되는 성매수남 100여 명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조사 결과 피해 여중생 A 양(14)은 지난 11월부터 5월 24일까지 6개월 동안 진 씨 일당에 의해 광주 시내 모텔 방 안에서 갇혀 지내며 적게는 하루 3~4번에서 많게는 5~6번까지 그야말로 노예처럼 성매매를 강요당했다고 한다.
대체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 온 국민을 분노케 하고 있는 여중생 감금 성매매 사건의 전모를 파헤쳤다.
이 사건은 지난 5월 25일 피해 여중생 A 양의 삼촌뻘 되는 보호자가 전북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신고 전화를 하면서 세상에 그 실체가 드러났다. 진 씨 일당의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감금돼 있던 광주 북구의 한 모텔에서 빠져나온 A 양은 택시를 타고 전주에 있는 삼촌 집으로 도망쳤고 A 양으로부터 그간의 사정을 전해들은 삼촌이 평소 친분이 있던 형사를 찾아 바로 신고를 했던 것.
경찰은 즉각 수사에 돌입했고 진 씨 일당이 A 양을 잡으러 전주로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현장에서 잠복한 끝에 일당 4명을 검거하는 데 성공했다. 진 씨와 그의 애인, 진 씨의 이성 친구 2명으로 구성된 이들 일당은 당시 사고로 잠시 병원에 입원 중이던 A 양의 친한 친구에게 “어머니가 A 양을 급히 찾고 있다”고 거짓으로 꾸며댄 후 이 친구를 앞세워 A 양을 잡으려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일당 중 한 명이 승용차로 택시 뒤를 쫓아오는 치밀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 일당은 A 양이 삼촌과 함께 있는 것을 보고도 뻔뻔스럽게 “A 양의 어머니가 찾고 있어서 급히 데려가야 한다”며 A 양의 손을 잡아끌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일당 중 주범인 진 씨와 A 양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서로 알고 지낸 사이로 한때 A 양은 진 씨를 친언니처럼 믿고 따랐다고 한다. 과거 A 양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식당에서 진 씨 어머니가 주방일을 도와주었는데 진 씨가 자신의 어머니를 만나러 들렀다가 당시 초등학생이던 A 양과도 서로 알게 된 것. 그후 A 양의 부모가 이혼하고 A 양이 광주에 있는 이모 집에서 홀로 중학교에 다니게 되면서 진 씨는 A 양에게 더욱 자주 연락을 해왔다.
부모의 이혼과 사춘기 심리로 마음의 방황을 겪고 있던 A 양에게 진 씨는 ‘나와 함께 재미있게 지내자’고 집요하게 꼬드겼다. A 양이 중학교 2학년이던 지난해 11월에는 아예 ‘학교도 가지 말고 당장 찾아오라’고 A 양을 다그쳤다. 철없던 A 양은 그저 잠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에 교복을 입은 채로 ‘믿고 있던’ 언니 진 씨에게 찾아갔다. 하지만 A 양은 이것이 ‘지옥의 문’을 여는 첫걸음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진 씨는 A 양이 자신을 찾아온 그날 A 양의 교복을 찢어 버리고 A 양을 광주 시내 모텔 등지로 끌고 다니며 성매매를 강요했다. 애초부터 A 양을 이용해 돈벌이를 할 생각이었기에 A 양의 미래나 눈물 따위에는 관심조차 없었다.
성매수를 원하는 남성들은 인터넷 세상에 널려 있었다. 진 씨 등이 S 채팅 사이트 등을 통해 대화방을 만든 다음 속칭 ‘조건 만남’을 원한다는 글만 한 줄 띄워놓으면 ‘거래’는 너무 쉽게 성사되었다. 글을 올린 지 채 5분도 안 돼 서너 명의 남성들이 기웃거리며 흥정을 해오곤 했다. 진 씨는 A 양을 승용차에 태우고 다니며 이 남성들에게 10만~20만 원씩을 받고 A 양을 넘겨줬다.
불량서클에서 활동하다가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폭력전과도 몇 개나 있던 진 씨. 처음엔 그저 진 씨가 인상을 쓰며 협박을 하는 것만으로도 A 양은 겁을 먹고 성매매에 응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진 씨는 몇 차례 실랑이 끝에 A 양에게 주먹을 휘두르기도 했다. 이렇게 강요에 못 이겨 성매매를 일단 시작하자 진 씨는 집에 보내달라고 흐느끼는 A 양에게 “성매매 사실이 들통나면 너부터 경찰에 잡혀간다. 맞기 싫으면 조용히 시키는 대로 하라”고 위협했다.
▲ MBC 뉴스 캡처 | ||
진 씨 등은 A 양이 협박에 못 이겨 하루에도 몇 번씩 삼촌이나 아버지뻘 되는 남성들과 고통스럽게 성매매를 해서 받은 돈 1억 2000여만 원을 모두 챙겨 유흥비로 탕진했다. 경찰 조사에서 진 씨는 “그냥 먹고 노는 데 썼다”고 말하며 도중에 웃기까지 하는 등 반성하는 기미조차 보이지 않았다. 진 씨는 명품을 사고 남자친구에게 용돈을 주어가며 A 양에게서 받은 돈을 그날그날 모두 탕진했다고 한다.
경찰 조사에서 진 씨의 애인은 “진 씨가 일수로 돈을 버는 줄 알았고 A 양이 돈을 떼먹고 도망간 유흥업소 아가씨인 줄로만 알았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진 씨와 무직자였던 진 씨의 애인은 밤마다 나이트클럽 등을 전전하며 광란의 밤을 보냈던 것으로 전해진다. 알고 보니 진 씨는 현재 임신 3개월의 몸. A 양이 고통스럽게 성매매를 하고 있던 바로 옆방에서 진 씨와 그의 애인은 시시덕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A 양은 지난 6개월의 감금 생활 동안 진 씨의 생일날을 맞아 ‘특별히’ 하루를 쉬었을 뿐 매일 밤 총 800여 명의 남성들과 1000여 차례에 걸쳐 성매매를 해왔다. 경찰은 진 씨와 A 양의 휴대폰 통화내역을 분석해 성매매가 확실시되는 100여 명의 남성을 우선 선별해 조사 중인데 지난 6월 7일 현재 70여 명의 남성들을 불러들여 사실 조사를 벌였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진 씨는 돈을 더 벌기 위해 A 양에게 휴대폰으로 성매수남들에게 연락을 하도록 시켰으며 세상물정을 몰랐던 A 양은 ‘너도 처벌 받는다’는 진 씨의 집요한 세뇌교육에 경찰에 신고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고 한다.
어린 여중생의 성을 산 성매수남들 중에는 미대 교수, 광주 인근 지역 보건소 의사, 약사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과 공기업, 대기업 직원, 명문대 대학생까지 포함돼 있었다. 이들은 적게는 3번에서 많게는 10번까지 수시로 찾아와 온몸에 피멍이 든 A 양을 보고도 모른 척 성관계를 가졌으며 특히 30대 중반의 한 의사는 A 양에게 하이힐과 색색의 스타킹을 신겨 가며 변태적인 성행위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 의사는 근무시간인 평일 낮에도 A 양을 찾아와 성매매를 하고 A 양 앞에서 간호사와 통화하며 환자의 진료 지시를 하는 등 그 파렴치함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이 의사는 A 양과의 성매매 후 다른 여자를 부르거나 다른 여자와의 성매매 후 A 양을 불러 2 대 1 성매매를 제안한 적도 있다고 한다.
성매수남 명단에 오른 약사 역시 그 부도덕함이 만만치 않았다. 이 약사는 고통을 견디다 못한 A 양이 자신을 구출해달라고 부탁하자 “그러면 내가 구속될 것이다”며 거절하고 대신 두어 차례 A 양을 더 찾아와 A 양의 멍든 상처 자리에 약을 발라준 후 성관계를 가졌다고 한다. 성매수남 중 40대 중반의 미대 교수는 딸을 둔 아버지이기도 했는데 A 양은 자신의 딸보다도 어렸다. 또 한 명의 성매수남은 어린 몸을 유린한 것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했는지 성관계 뒤 A 양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했다.
처음에 A 양은 자신을 찾아오는 어른들 중 누군가는 진 씨 일당으로부터 자신을 구해줄 것으로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약사 등 ‘믿었던’ 어른들이 자신들의 성욕을 채우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고 결국 스스로 지옥에서 탈출할 것을 결심, 지난 5월 25일 목숨을 걸고 진 씨 일당으로부터 도망쳤다.
이후 A 양은 경찰의 보호 속에 성폭행과 성매매 피해 여성을 위한 ‘원스톱 지원센터’에서 휴식을 취하고 정신과 등에서 치료를 받은 후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마침 기자가 찾아갔던 지난 6월 5일 추가 수사를 위해 전북경찰청 보호실에 나와 있던 A 양을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A 양은 성매수남과의 직접적인 대질은 없이 ‘혐의남성’을 가려내는 확인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기자가 머무른 중에도 3명의 성매수남들을 밝혀냈다. A 양은 성매수남을 만난 장소, 전화가 걸려온 시각, 습관, 특징 등 시시콜콜한 부분까지 놀라울 정도로 또렷이 기억하고 있어 성매매 사실을 극구 부인하던 뻔뻔한 남성들을 꼼짝 못하게 했다. 해당 교수, 의사, 약사 등도 처음에는 성매매 사실을 극구 부인하다가 통화 내역과 A양의 구체적인 증언을 통해 결국 쇠고랑을 차게 됐다.
경찰은 성매수 혐의가 있는 남성들을 일일이 입건해 조사할 예정이다. 또한 A 양이 감금되어 있었던 모텔의 주인도 미성년자 혼숙 등을 방치한 혐의로 입건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A 양은 앞으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어른’이라는 삼촌 집에 머물며 학교를 다시 다닐 예정이라고 한다. A 양은 기자와 잠시 만난 자리에서 소녀다운 발랄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이내 고개를 떨구며 “교복 입고 학교에 가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성매매에 앞서 진 씨가 찢어버렸다는 A 양의 교복. 어쩌면 꿈 많던 소녀의 교복을 찢은 장본인은 진 씨뿐만이 아니라 돈으로 소녀를 유린한 성매수남, 그리고 한번쯤은 마주쳤을, 애타게 도움을 요청하는 소녀의 눈빛을 외면한 어른들 모두가 아닐까. 이제 우리 사회의 어른들은 평생 잊을 수 없는 끔찍한 상처를 떠안게 된 소녀에게 과연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장유지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