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마 첫 외국인 마주로 등록된 죠셉 달라오(왼쪽)씨 와 부인 신영숙 씨.
[일요신문] 한국 경마 역사상 첫 외국인 마주가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에서 탄생했다.
한국마사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본부장 김병진)은 지난 1일 ‘2015년 신규 마주 오리엔테이션’을 열었다. 이날 10명의 신규 마주가 참가해 등록했는데, 이중 미국인 죠셉 달라오(55·서울 거주) 씨가 함께 등록한 것이다.
국방 관련 전기전자 제품과 선박 자동화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미국 방산기업 L-3 커뮤니케이션의 한국 지사장인 죠셉 달라오 씨는 전문 경영인이자 경마 애호가다.
1981년 주한미군 장교로 한국 근무를 시작한 그는 연세대에서 국제관련 석·박사 학위를 받고 2007년부터 세계 방산 부문 3위 기업인 L-3 커뮤니케이션에서 한국 관련된 대외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그는 현재 한국마사회에 등록된 1000여명의 마주 중 유일한 외국인이다.
마주가 되는 조건은 꽤 까다롭다. 개인이라면 2년 연속 연소득 1억 원 이상이고 2년 평균 재산세 400만 원 이상을 납부하는 등의 자격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웅열 코오롱 회장, 지성한 한성실업 회장 등이 대표적인 마주로 꼽힌다.
달라오 씨는 국제화를 추진 중인 마사회가 외국인도 마주가 될 수 있도록 자격 요건을 완화하면서 ‘제1호 외국인 마주’가 됐다.
제1호 외국인 마주가 된 소감을 묻는 질문에 그는 “뛰어난 경주마를 발굴하고 훈련시키고 경마대회에서 성과를 거둬야 하는 마주는 기업인과 유사한 점이 많다. 경영자로써 투자의 목적도 있지만, 미국의 경우 마주는 성공을 상징하는 대단한 지위다. 뛰어난 경주마를 소유하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가져온 큰 꿈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아시아 국제대회가 개최되고 한국 경마가 싱가포르 등 해외에 수출되면서 한국경마에 관심을 갖는 외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비해 정작 한국인들이 경마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도박’이며, 따라서 대중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의 말과의 인연은 훨씬 오래전에 시작됐다. 미국 3대 경마대회 중 하나인 벨몬트 스테익스가 열리는 벨몬트 파크 인근에서 유년시절을 보내면서 말(馬)에 대한 친근감과 애정을 갖게 됐다고 했다.
켄터키 더비,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와 함께 미국 3대 경마의 하나인 벨몬트 스테익스는 트리플 크라운으로 가는 마지막 레이스여서 전 세계 경마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는 대회다.
달라오씨는 “1973년, 내가 13살이었을 때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스포츠 스타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는 희대의 명마 세크리테리엇(Secretariat)이 벨몬트파크에 도착했을 때를 잊을 수가 없다. 거칠 것 없이 켄터키 더비와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를 제패한 ‘세크리테리엇’은 2400m를 2분 24초 만에 주파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했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3개 대회에서 모두 우승한 경주마를 가리키는 트리플 크라운은 1919년 ‘서 바턴’을 시작으로 그동안 11마리가 있었지만 1978년 ‘어펌드’ 이후 30년 넘게 나오지 않고 있다.
미국 대륙을 이동하면서 35일 동안 3개의 경주를 치러야 하는 살인적인 일정 때문에 마지막 벨몬트 스테익스에서 우승을 놓쳐 삼관마에 오르는 못하는 경우도 많다. 때문에 삼관마의 탄생을 ‘블랙스완’에 비유하고 있다. 검은색의 백조가 탄생하는 것처럼 충격적이란 뜻이다.
특히 거주지인 서울이 아닌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의 마주로 신청한 이유에 대해 죠셉 달라오 씨는 “한국경마를 이끌어가고 있는 부경경마의 ‘역동적인(dynamic)’ 점이 마음에 들었다. 넘치는 에너지와 스피드는 어린 시절 고향에서 봤던 경마장의 모습이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렛츠런파크 부산경남은 이미 최고 수준의 경마 인프라와 말 전문가들을 많이 가지고 있다. 외국인 조교사가 유일하게 부경경마에서 활동하고 있는 것도 부경경마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다”라고 밝혔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그는 “최근 한국경마가 국제화를 적극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세계 어디서나 통용될 수 있는 시스템 개선에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2의 고향인 한국의 경주마로 고향 벨몬트스테이크에 출전하는 것이 큰 꿈이다. 한국경마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노력 하겠다”고 말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