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년 경찰에 투신한 최운성 형사(43·경사)는 강남경찰서 기동순찰대에 근무할 당시 정 씨 일당의 차량에서 나온 휴대폰을 토대로 이 끔찍한 사건 전모를 밝혀냈다. ‘뭔가 있는 게 분명하다’는 직감을 갖고 조사를 시작했지만 정 씨 일당이 이 정도로 충격적인 사건과 연루돼 있을 거라고는 감히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한 남자를 소유하고 싶었던 한 유부녀의 병적인 집착과 그 남자와 살고 싶다는 그릇된 욕망이 결국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고 말았죠. 남자를 잡아야겠다는 생각에 김 씨에게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거예요. 아무것도 모르는 최 씨가 납치해온 아기를 자신의 아이라고 철석같이 믿으며 애정을 쏟아붓는 동안 아내와 아기의 행방을 찾아 새까맣게 속을 태웠을 아기의 친아버지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착잡하더군요.”
현재 최 형사는 각종 범죄에 대한 통계 및 분석 작업 등을 통해 범죄예방활동을 펴는 생활안전계에 근무하고 있다. 그는 “직접 피의자를 조사하는 업무가 아니다보니 형사계보다는 아무래도 업무가 ‘깔끔한’ 편이다. 하지만 내가 경찰에 몸담고 있는 동안 두 번 다시는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라면서 한 가지 당부를 남겼다.
“요즘 일부 경찰의 잘못된 행태로 인해 모든 경찰이 매도당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습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작은 단서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밤낮으로 뛰어다니는 경찰들도 많습니다. 잘못은 꾸짖으시되 때론 박수도 보내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