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약한 모습’ 보여 의아
오 씨는 4명을 살해한 피의자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왜소해 보였다. 165㎝ 정도의 키에 몸무게는 60㎏도 넘지 않는 듯했다. 특히 그는 계속된 조사에 많이 지친 듯 이날 현장검증 내내 형사들의 부축을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이런 그의 모습에 경찰 관계자들은 “젊은 사람 4명을 죽일 정도로 기력이 왕성했던 오 씨가 갑자기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현장검증은 오 씨가 자전거를 타고 와 자신의 배에서 출항 준비를 하는 것부터 시작됐다. 하지만 오 씨가 스스로 서 있기 힘들 정도로 기력이 빠진 상태여서 대역이 동원되기도 했다. 잠시 뒤 30분간 배를 타고 오 씨가 피해자들을 살해했다는 어로작업장으로 향했다. 배 위에서 오 씨는 심정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죄송합니다.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오 씨는 현장검증에서 자신의 범행을 태연히 재연했다. 가끔 중심을 잃고 쓰러지기도 했지만 세부적인 일들까지 모두 기억할 정도로 정신은 또렷해 보였다. 특히 경찰이 오 씨가 경찰서에서 진술한 것과 다르게 재연하는 것에 대해 지적을 하자 오 씨는 “지금 한 것이 맞다”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날 현장검증에서 눈에 띄었던 것은 여수해경과 보성경찰서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계속됐다는 점이다. 보성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손 놓고 있다가 우리가 해결 다 하니까 이제야 나타나는 것 좀 보소”라고 말했다. 이에 여수해경에서 나왔다는 한 수사관은 “우리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 자료는 우리한테서 다 받아가 놓고 생색만 내려 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보성=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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