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경찰에 투신한 문왕종 팀장(52·경위)은 광역수사대와 마약수사대를 거쳐 현재 전북지방경찰청 수사2팀장을 맡고 있는 베테랑 수사관이다. 항상 넉넉한 웃음을 잃지 않는 문 팀장도 이 사건을 회상하면서는 여러 번 한숨을 내쉬었다.
“박은정 씨 사건이 벌어진 이후 범인들을 검거하는 데 꼭 18일이 걸렸어요. 20일 가까운 시간 동안 수사팀 전원이 집에 들어가는 것은 고사하고 사우나에서 새우잠을 자는 것이 고작이었죠. 가장 힘든 것은 육체적인 피로보다 정신적인 스트레스예요. 이 사건 역시 수사가 장기화될지 모른다는 불안함, 무조건 빨리 잡아야 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많이 힘들었습니다. 이 생활을 한 지 30년이 다돼가지만 수사는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생각을 매번 하게 됩니다. 사실 단번에 해결되는 사건이 어디 있겠습니까. 언론에 나는 작은 사건들도 간단해 보이지만 실상은 모두 형사들이 발품을 팔고 일일이 뛰어다닌 결과 해결하게 되는 것들이지요. 수차례 시행착오가 있을 수도 있고 아슬아슬하게 놓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죠. 따라서 수사과정에서는 ‘꼭 잡겠다’ ‘잡을 수 있다’ ‘거의 다 왔다’는 자기최면이 필요할 때도 있어요.”
문 팀장이 김동철을 추적하던 과정에서 가장 우려했던 것은 그 사이에 또 다른 피해자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고 한다.
“용의자가 언제 어디서 범행을 할지 모르는 상황이기에 수사팀원들의 애간장 역시 타들어갔습니다. 빨리 김동철을 찾아내야 하는데 1분 1초가 아깝다는 말이 정말 빈 말이 아니더라고요. 워낙 큰 사건이었던 데다가 수사과정이 까다로워서 모두들 마음고생도 심했는데 한마디 불평 없이 밤낮없이 뛰어줬어요. 팀원들에게 뒤늦게나마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