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중소기업중앙회장 선거 후보자 합동연설회가 열렸다. 왼쪽부터 강영식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정책실장, 서병문 주물조합 이사장, 박성택 아스콘연합회장, 이재광 전기조합 이사장, 박주봉 철강조합 이사장, 김용구 전 중소기업중앙회장. 임준선 기자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어 불법선거 신고포상금을 최고 5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대폭 상향조정했다. 업계에서는 후보자 추천 과정에서부터 “1표에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이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았다. 과거에는 “20억 원 쓰면 떨어지고 30억 원 쓰면 붙는다”는 말도 있었다. 조합원 528명의 표심에 당락이 좌우되는 만큼 불법선거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선거를 앞두고 일부 예비후보들이 선거인단에 금품을 살포했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1차 관문을 통과한 이는 서병문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이사장(71), 박성택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장(58), 이재광 한국전기공업협동조합 이사장(56), 박주봉 한국철강구조물협동조합 이사장(58), 김용구 전 중기중앙회장(74), 5명이다. 각각 10%씩 절반의 표심이 확정된 상태로, 오는 27일까지 후보자 본인만이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등과 함께 경제5단체장 중 한 명인 중기중앙회장은 전국 335만 중소기업인의 대표로서 정회원 조합에 대한 감사권을 지닌다. 매출이 크게 신장 중인 홈앤쇼핑 이사회의장 겸임은 물론 출국 시 부총리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그런가 하면 대통령·국무총리 주재 경제 관련 회의에 참석하고, 대통령의 해외 순방에도 동행한다. 지난 8년간 회장직을 맡은 김기문 로만손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귀 기울이는 기업인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지난 2012년 12월 박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처음 방문한 곳 역시 중기중앙회였다. 이 자리에서 박 대통령은 “여러분이야말로 창조경제의 주역이고, 경제민주화의 중심축”이라며 ‘손톱 밑 가시’와도 같은 각종 규제를 개혁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정권의 든든한 뒷받침을 업고 있어서일까. 지난 11일 열린 합동 연설회에서는 ‘대선급 공약’들이 쏟아졌다. 기호 1번 서병문 후보는 “거래불공정·시장불균형·제도불합리 등 ‘경제3불’의 근절과 협동조합은행(가칭) 신설”을, 기호 2번 박성택 후보는 “동반성장위원회를 대체할 대통령 직속의 중소기업경쟁력강화위원회 설치”를, 기호 3번 이재광 후보는 “중소기업청과 코트라의 해외 지원업무의 중기중앙회 이관”을, 기호 4번 박주봉 후보는 “협동조합 지원기금 1000억 원 조성, 남북경제협력 활성화” 방안을, 기호 5번 김용구 후보는 “중소기업 전문대학 설립, 제2 개성공단 설립” 등을 대표 공약으로 내걸었다.
중기중앙회장직이 정치권과의 소통이 용이한 만큼 후보자들이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병문 후보는 한나라당 공직자후보추천위원을 맡은 바 있고, 김용구 후보는 18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중기중앙회 한 간부급 인사는 “선거전을 앞두고 ‘김심(김기문 회장의 의중)’ 논란이 일었을 정도로 과열된 상황”이라며 “중기중앙회 규모가 커져버려 진정으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대변할 수 있는지, 아니면 각 조합들의 이익이 걸린 문제에만 유독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동반성장 줄줄이 후퇴 내막 대기업 방 빼라더니 없던 일로… 동반성장위원회 행보에 중소기업인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동반성장위는 지난해 기한이 끝난 중소기업 적합업종에 관한 재지정 여부를 논의 중이다. 2011년 출범한 동반성장위는 막걸리와 두부를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하고, 대기업을 상대로 어묵, 세탁비누 사업 철수를 명령하는 등 파격 행보로 화제를 낳았다. 최초 지정 때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레미콘 역시 적합업종에서 제외하는 대신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자율상생협약을 맺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대·중견기업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레미콘협회의 한 관계자는 “레미콘업계 가운데 대기업으로 불릴 만한 곳은 없다. 중견기업이 있을 뿐”이라며 “적합업종 지정은 중소기업이 하던 업종에 대기업이 진출해 시장을 교란하는 것을 막자는 취지로 안다. 레미콘은 1969년 대한양회(쌍용양회)에서 가장 먼저 시작해 중소기업과 함께 성장해 왔다. 현재 공장가동률 85%가 중소기업일 정도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레미콘 업계에서 대기업으로 분류되는 곳은 두산건설과 한라엔컴 정도다. 중견기업도 유진기업, 쌍용레미콘, 삼표산업, 동양, 성신양회, 아주산업, 아세아시멘트, 한일시멘트, 한일산업, 9곳으로, 시장점유율로 보면 유진기업 3.6%, 쌍용레미콘 3.0%, 삼표산업 3.0%, 한일시멘트 2.8%, 한라엔컴 2.5% 순이다. 상위 5개사의 점유율을 합쳐도 15%가 채 안 돼 중소기업 과점시장이라는 것이다. 반면 각 지역의 중소 레미콘사들은 적합지정 제외 이후 대·중견기업에 시장이 잠식될 수 있음을 우려한다. 최근 매출 2위인 삼표가 위장 중소기업을 차려 수백억대 계약을 따낸 것이 적발돼 관급 시장에서 퇴출되기도 했는데, 대·중견기업의 이 같은 시도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한국레미콘연합회 역시 적합지정 제외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러 밑에서부터 구조조정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나쁜 상황에서 건설사들 요구를 맞출 수 있는 레미콘사는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줄도산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을 대변해야 할 연합회가 특정 조합의 영향력에 휘둘리는 것 아니냐는 말도 많다”고 지적했다. [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