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2회 한바연 학생 바둑대회는 미취학 아동들까지 다양한 대국이 치러졌다. 작은 사진은 유치부 경기에 참가한 쌍둥이 형제.
한국중고바둑연맹(회장 신상철)이 주최하고 (사)대한바둑협회가 주관하며 <일요신문>이 후원하는 ‘제212회 한바연 학생 바둑대회’가 지난 8일 경기 군포시 금정동 흥진초등학교 강당에서 열렸다.
개회에 앞서 한국중고바둑연맹의 신상철 회장이 개회사를 했다. 신 회장은 “올해 소년체전부터 바둑이 정식종목으로 채택됐다. 내년에는 전국체전에도 정식종목으로 경기가 치러진다”며 “지난해 12월 한국중고바둑연맹 회장에 선출된 만큼 바둑계의 저변 확대와 인식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신 회장은 참가 학생들에게 “지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유도선수 최민호의 성공 사례를 알려주고 싶다. 최민호는 키가 163cm에 몸무게는 63kg에 불과하다. 하지만 팔힘이 세 230kg을 들어 올릴 수 있다고 한다. 체구가 작은 그가 처음부터 그런 실력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며 “거기에는 최민호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그는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훈련을 시작해 밤 12시가 돼서야 끝을 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은 “최민호는 너무 힘들어 울기도 많이 울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때마다 자신의 뒷바라지를 하고, 기도해준 어머니를 생각하며 참고 견디었다”며 “우리 학생들도 부모님, 사범님 등 많은 사람들의 지원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있을 수 있는 거다. 그 분들께 항상 고마운 마음 항상 갖고, 오늘 기분 좋은 하루되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경기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280여 명이 참가했다. 충암바둑도장 등은 같은 날 다른 대회 출전을 이유로 불참해 평소보다 인원이 다소 준 상태였다.
반면 평소 진행되는 최강부와 1~10조 경기뿐만 아니라 이번 대회에서는 ‘유치부’ 경기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유치부는 매년 2월 대회에서만 열리는 미취학아동들을 위한 이벤트성 경기였다. 한바연 유재성 사무국장은 “오는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은 3월부터 한바연 학생 바둑대회에 참가할 자격이 주어진다. 이에 매년 2월마다 미취학아동들을 대상으로 유치부 경기를 열고 있다”고 설명했다.
7~8세로 이뤄진 유치부 21명의 참가자 중 유독 눈길을 끄는 아동들이 있었다. 바로 오는 3월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윤서원·윤서율 쌍둥이 형제였다.
쌍둥이 아버지 윤민우 씨는 “아이들이 바둑을 시작한 지는 5달 됐다. 나와 아내는 바둑에 대해 전혀 모른다. 그런데 아이들이 유치원 친구가 바둑학원을 다닌다며 보내달라고 해 처음 바둑학원을 보냈다. 아이들이 바둑을 배우면서 참을성, 배려심이 늘고 차분해진 것 같다”며 “아이들이 바둑을 재밌어해 프로기사가 되길 원한다.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한바연 학생 바둑대회에도 출전시키면서 프로기사가 되도록 계속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윤서원·서율 쌍둥이 형제는 “‘세계 최초의 쌍둥이 프로바둑기사’가 되는 것이 꿈”이라는 당찬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명지대 바둑학과 학생들이 진행요원으로 활동했다.
또한 매월 열리는 한바연 학생 바둑대회에는 대회가 원활히 진행되도록 빨간색 조끼를 입고 대회를 관리·진행하는 요원들이 있다. 이들은 단순한 아르바이트생이 아닌 명지대 바둑학과 학생들이었다.
명지대 바둑학과 학생회장을 맡고 있는 김성식 씨는 “명지대 바둑학과는 바둑계의 행정·교육·문화·미디어 등 프로바둑기사를 둘러싼 외적인 활동에 대해 배우는 학과라”며 “한바연 학생 바둑대회 진행요원 직은 실전 경험을 쌓기 좋아 10여 년 전부터 선배들부터 이어져 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진행요원으로 일하는 명지대 바둑학과 학생들 대부분은 한바연 학생 바둑대회 출신이었다. 김 씨는 “나도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한바연 학생 바둑대회에 참가한 바 있다. 어떻게 보면 지금 대국을 치르는 학생들은 우리들의 후배들이다. 그래서 참가학생들이 바둑 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옛날 생각도 나서 감회가 새롭다”며 “이 학생들 중 나중에 프로바둑기사가 나오기도 한다는 생각에 더 눈여겨보게 된다”고 전했다.
한편 한바연 바둑대회는 실력에 따라 가장 수준이 높은 최강부부터, 1조부터 10조까지, 선발전 등으로 나눠 진행된다.
이날 오후 5시까지 이어진 치열한 대국 끝에 최강부 1위는 정우진(14)에게 돌아갔다. 최강부 2위는 윤민중(매봉중 1)이 차지했고 주우주(17), 전동환(18)이 각각 3위, 4위로 뒤를 이었다.
1조에서는 장명훈(부곡중 3)이 1위, 2~3위는 이호영(경성중 1)과 박정헌(14)이 차지했다.
2조 1위 김지수(18), 공동 2위는 오지홍(가인초 6)과 박금신(서운중 1)이 이름을 올렸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