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 큰 어른 가운데 한 명인데 요즘 경제적으로 많이 힘든가 보다. 그나마 방송 활동을 꾸준히 하고 있지만 그 정도로는 해결이 안 되는 수준인가 보다. 그래서 요즘 동료 연예인들에게 자주 돈을 빌리는데 며칠 뒤면 갚는다고 얘기하곤 감감무소식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다들 서로 수십 년 동안 친하게 지낸 분들이다 보니 빨리 돈을 갚으라고 채근하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요즘 방송국 대기실에 모인 중견 연예인들이 A가 돈 빌려달라면 없다고 하라고 충고하는 얘기가 자주 나온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경우가 다만 A의 일만은 아니다. 수년 전에는 이런 식의 채무가 이어지자 몇몇 연예인이 동료 중견 연예인을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고 한다. 다행히 매스컴에 해당 연예인의 피소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돈을 갚지 않아 피소가 된 중견 연예인은 물론이고 돈을 갚으라고 소송을 제기한 중견 연예인들도 서로 망신일 수밖에 없는 일이라 최대한 쉬쉬했다고 한다.
중견 연예인만 돈 문제에 얽힌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힘든 중견 연예인들 가운데 일부는 함께 방송을 하며 가까워진 젊은 후배 연예인에게 돈을 빌리기도 한다. 방송국에서 만나면 늘 조심스러운 선생님급 선배가 직접 돈을 빌려달라고 부탁할 경우 후배 연예인 입장에서 거절하기가 쉽지 않다. 당연히 돈을 빌려준 뒤 제때 받지 못할 경우 빨리 갚으라고 얘기하기도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방송가에서 주로 활동하는 한 스타일리스트의 얘기다.
“개그맨 B는 연예계에서 소문난 구두쇠다. 가족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며 절대 헤프게 돈을 쓰는 경우가 없다. 이런 저런 꾐에 넘어가 사업을 한다고 목돈을 날린 경우도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다 보니 꽤 돈을 모았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B가 한 선배 연예인에게 3000만 원이나 빌려주고 그 돈을 돌려받지 못해 힘들어 하더라. B의 얘기에 방송 관계자들이 다들 깜짝 놀랐다. 아니 B보다도 그에게 무려 3000만 원이나 빌려간 그 중견 연예인이 대단해(?) 보였다. 평소에 B는 식사 자리에서 3만 원 쓰는 것도 벌벌 떠는 사람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돈 문제로 방송국 대기실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는 중견 연예인의 경우 대부분은 얼마 지나지 않아 연예계에서 사라진다고 한다. 금전 문제가 복잡해지면서 동료 연예인들이 그를 껄끄러워 하게 되는 것이 결정적인데, 심한 경우 방송국 제작진에게도 돈을 빌렸다가 갚지 못하면서 사실상 퇴출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안타까운 일은 그렇게 방송일까지 못하게 된 중견 연예인은 더욱 경제적으로 힘겨워질 수밖에 없으며 그에게 돈을 빌려준 동료 연예인들도 돈을 돌려받기가 요원해진다.
그러다 보니 누군가 그렇게 돈을 빌려가서 잘 안 갚는다고 소문이 나면 누구한테는 돈 빌려주면 안 된다는 경계령이 돌곤 하는 것이다. 사실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일이 아예 없으면 이런 일도 근절될 것이다. 그렇지만 중견 연예인들 사이에선 의외로 이런 돈 거래가 많다고 한다. 한 중견 여자 연예인의 설명이다.
“연예인이 화려해 보이지만 은행권에서 쉽게 대출을 받지 못한다. 대출 기준도 엄격한 데다 얼굴 알려진 직업인 터라 그런 데 돈 빌리러 가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대신 고정적으로 방송에 출연하는 연예인들은 비교적 현금 유동력이 좋아 서로 급할 때 돈을 빌려주곤 한다. 이게 어느 정도 방송가에선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나 역시 급할 때 동료에게 돈을 빌리고 감사의 선물과 함께 돈을 갚은 일이 있다. 그런데 종종 돈을 갚지 못할 만큼 어려움에 처한 동료들이 구설에 오르곤 한다. 여기서 빌려 저기 갚는 방식으로 동료의 돈을 돌려막기하다가 결국은 만세를 부르게 되는데 그런 일이 벌어지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 더 안타까운 건 자식들 때문에 그런 처지에 몰린 동료들이다. 자신이 뭘 해서 돈을 써버렸다면 어쩔 수 없는데 자식이 사고 쳐서 그거 도와주려다가 그런 처지가 된 동료들 얘길 들으면 며칠씩 가슴이 무거워지곤 한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