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KBL
기자는 전 감독이 병원에 입원했을 당시 어렵게 닿은 전화 통화에서 전 감독의 복잡한 심경을 어느 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과도한 스트레스와 흡연으로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는 일을 겪으면서 자신의 인생을 되돌아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고 털어 놓았다. 과로의 원인이 심한 스트레스와 흡연이라는 의사의 진단에 그로선 매우 심각하게 자신의 진로를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스트레스와 흡연은 떼려야 뗄 수가 없다. 금연하려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야 하는데, 내 직업이 스트레스를 안 받을 수 없는 직업 아닌가. 일단 건강을 챙기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가급적 담배를 피우지 않으려고 노력할 것이다.”
전 감독은 쓰러지기 2주 전부터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지도자 생활하면서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감독의 능력 부족으로 선수들이 고생만 하는 것 같다. 6강 플레이오프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고, 외국인선수 문제로 참담한 고통도 느꼈다. 모든 건 감독 책임이다. 내가 능력이 없다보니 선수나 구단, 그리고 팬들에게 실망만 안겨드렸다. 그런 자책감 때문에 불면증에 시달리면서 담배를 더 피워댄 것 같다. 다른 사람처럼 힘들 때 술이라도 한 잔 할 수 있었다면 술로 스트레스라도 풀 텐데, 술도 못하니까 손에서 담배를 놓지 못했던 것 같다.”
전 감독은 시즌 마칠 때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동안 부상을 참아가며 시즌을 보내고 있는 선수들을 위해서라도 더 이상 벤치를 비우지 않겠다는 약속도 덧붙였다.
그래서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그 다음에는요?”
“그 다음? 내가 뭘 할 수 있겠나. 지금으로선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서 구단과 선수들, 팬들에게 더 이상 실망시키지 않겠다는 것밖에는. 고생하는 선수들 생각하면 이렇게 누워있을 수도 없다. 그런데 많이 지치고 힘들어.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안타깝게도 전창진 감독이 과로로 입원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다음날, 이광종 올림픽 축구대표팀 감독은 급성 백혈병 진단을 받고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지난해 12월에는 황현주 전 현대건설 여자 배구단 감독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배구인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주었다.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늘 성적에 대한 중압감에 시달리는 지도자들은 극도의 긴장감 속에 살다 보니 만성 두통, 위궤양, 고혈압 등 다양한 직업병을 안고 있다. 그들도 엄연히 한 집안의 남편이고 아빠이지만, 선수단을 돌보다보면 개인적인 생활은 포기하고 살 수밖에 없다. 계약 기간을 채우고 나가는 감독도 흔치 않다. 성적이 떨어지면 중도에 경질되는 감독들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요즘엔 농구 감독을 가리켜 ‘극한 직업’이란 표현이 나올 정도이다.
전 감독은 이전 원주 동부에서 나올 때 당시 수석코치였던 강동희를 감독으로 올려놓는 작업을 해놓고 팀을 떠났다. 농구계에선 만약 전 감독이 감독직에서 물러난다면 현재 kt에서 수석코치를 맡고 있는 김승기 코치가 다음 ‘대권’을 이을 후계자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현재 kt 구단의 공식 입장은 전 감독과의 재계약을 희망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전 감독의 의지에 따라 의외의 상황이 불거질 수도 있는 것. 한 농구관계자는 “삼성과 KGC에서 전창진 감독의 거취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다”면서 “전 감독이 kt에서 물러날 경우 곧장 다른 팀을 맡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를 전했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