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텔미썸딩>의 한 장면. | ||
하지만 ‘피와 살이 튀는’ 이러한 엽기살인은 공포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다. 말만 들어도 소름끼치는 이러한 범죄는 최근 우리 사회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온 국민의 분노를 자아냈던 안양 어린이 사건에서부터 아직도 미궁에 빠져있는 대구 어린이 사건에 이르기까지 토막살인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고 있고 보다 잔인화되는 추세에 있다. <일요신문>은 우리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새로운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한여름을 오싹케 하는 토막살인의 모든 것을 분석해봤다.
토막살인에 대한 수사는 대개 사체 일부가 타인에게 우연히 발견되면서부터 시작된다. 형사들에 따르면 토막살인의 동기는 치정이나 채무에 의한 원한관계에서부터 성적·육체적 학대, 불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토막살인은 일상생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엌칼을 이용한 경우가 갖장 많다고 한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이 부엌칼만으로 사체를 절단 하기는 쉽지 않다. 실제로 사체를 절단하다 실패해 훼손하는데 그치거나 제풀에 놀라 절단을 포기하고 사체에 불을 질러버린 범인들도 여럿 있었다.
반면 수술용 메스까지 미리 준비해 관절부분을 정확하고 말끔하게 잘라내는 등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범인도 있었다.
범행 장소는 화장실이 가장 많았는데 방음을 위해 물을 틀어놓거나 음악을 켜둔 채 범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있었다. 또 대부분의 범인들은 범행 후 세제 등을 이용해 혈흔과 냄새를 제거하는 작업을 했다.
그리고 토막난 사체들을 옮길 때에는 검정 비닐봉지와 배낭, 찜통, 이불, 라면박스 등이 많이 이용됐다. 이렇게 옮겨진 토막 사체들은 대부분 인적이 드문 야산에 암매장되는데 토막 사체를 집 안방 구들장이나 화장실에 버젓이 묻어둔 채 생활해온 엽기범인들도 있었다. 또 최근에는 잘려진 신체 일부가 야산이나 해안가 일대에서 발견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범인들이 사체를 훼손하는 이유는 뭘까. 피살자에 대한 원한 때문인 경우도 있지만 사체를 쉽게 은닉하기 위한 목적으로 극단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 경찰은 밝혔다. 즉 사체를 잘라 배낭이나 박스 등에 잘 넣어야 타인의 눈에 띄지 않고 옮기기 쉽다는 얘기다.
살인사건 수사경험이 많은 A 형사는 “범인을 체포한 뒤 ‘굳이 토막까지 내서 사체를 훼손한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면 범인들은 ‘오직 사체를 숨기고 현장을 떠날 생각밖에 없었다’고 답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막상 살인을 한 뒤 덩그러니 놓여있는 사체를 보면 범인들은 죄의식도 공포심도 느낄 수 없다고 한다. 머릿속에는 오직 사체를 빨리 숨겨야겠다는 생각만 하게 되고 그러한 강박관념이 사체를 절단하게 만든다는 것이었다. “토막살인범 중에는 현장검증 때 토막내는 행동을 재연하는 장면에서 ‘도저히 못 하겠다’고 버티는 경우가 많다”고 A 형사는 말했다. 가장 무서운 사실은 이처럼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짓’을 저지른 범인들 중 정신적으로 이상이 있다고 판명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대학생과 주부, 공장 노동자, 직장인 등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과천 부모 토막살인사건
2000년 4월 24일 과천에서는 명문 대학에 재학 중이던 이 아무개 씨(24)가 부모를 살해한 뒤 토막 내 쓰레기통에 버린 패륜사건이 발생했다. 이 씨가 밝힌 범행동기는 부모님의 학대와 무관심. 평소 부모와 깊은 갈등을 빚어온 이 씨는 술의 힘을 빌려 둔기로 부모의 머리를 때려 살해하고 만다.
이 씨는 목욕탕에서 칼 등을 이용해 사체를 토막낸 뒤 신문지로 싸고 비닐봉지에 넣어 집 근처 쓰레기통 등 곳곳에 나눠 버렸다. 당시 이 씨는 “부모가 성당에 간다며 함께 나간 후 돌아오지 않았다”고 진술했으나 집안 곳곳에서 미세한 혈흔을 발견한 경찰의 추궁 끝에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이 씨는 범행 후 안방과 욕실 등에 묻어있는 혈흔을 세제로 일일이 닦아내고 부모가 입고 있던 옷도 세제로 세탁한 뒤에 버린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었다. 평소 소심하고 얌전했던 이 씨가 검거된 후 남긴 말은 이랬다. “미안하다고 말하기가 그렇게 어려웠나요?”
2001년 5월 집 근처에서 실종된 김 아무개 양(당시 5세)이 실종 9일 만에 토막난 사체로 돌아왔다. 사체는 냉동 상태로 열여섯 토막이 난 채 등산배낭에 담겨 있었는데 국부를 포함한 골반부위만 없어 의문을 더했다. 그리고 며칠 후 아이의 골반은 경기도 광주의 한 여관 화장실 변기에서 추가로 발견됐다. 범인 검거의 결정적인 단서는 냉동된 아이의 등 부분에 새겨져 있던 냉동실 바닥 문양이었다.
20일 만에 검거된 범인은 김 양 집 근처 반지하 월세방에 살던 독신남 최 아무개 씨(40)로 육체적 성적 콤플렉스와 소아기호증이 있는 인물이었다. 최 씨는 자신의 방에서 사체를 여러 토막으로 절단한 후 냉동실에 나눠서 보관하다 두 차례에 걸쳐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 씨는 “장애인이라 취직도 안되고 나이도 먹고 생활이 갈수록 어려워 돈을 요구하려고 아이를 데려왔으나 아이가 계속 울어 살해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 씨는 돈을 요구하는 협박전화를 건 사실 자체가 없었다. 특히 최 씨는 “절대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감식결과 아이의 사체에서는 엽기적인 성폭행 흔적까지 발견되어 전국을 충격에 빠뜨렸다.
◇인천 가좌동 토막살인사건
2003년 1월 인천 가좌동에서는 20대 남성이 ‘옛 애인의 새 남자친구와 목소리가 흡사하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교도소 동기와 공모해 한 남성을 살해한 엽기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이들은 살해한 남성의 사체를 냉장고에 넣어둔 채 수일간 생활해오다 채팅으로 만난 여성을 위협, 강제로 사체 절단에 동참시키는 극악무도한 짓을 저질렀다. 또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사체 토막을 들고 손가락으로 V자를 그리거나 활짝 웃는 장면들을 디카로 찍어 보관하기도 해 사람들을 경악케 했다.
◇마산 택시기사 토막살인사건
2004년 8월 1일 경남 마산시의 한 등산로에서는 심하게 훼손된 사람의 양쪽 팔이 발견됐다. 그리고 처음 팔이 발견된 지점으로부터 반경 30m 안에서 둔부과 흉부 등이 추가로 발견됐다. 절단된 사체의 주인은 마산에서 택시기사로 일하던 손 아무개 씨(53)였다. 10여 일에 걸친 수사 끝에 밝혀진 범인은 놀랍게도 피살된 손 씨의 아내와 딸이었는데 심각한 가정폭력을 견디다 못해 저지른 범행으로 드러나 충격과 안타까움을 더했다.
◇주부의 엽기토막살인사건
2005년 10월 25일 대구의 한 농가에서 한 남성의 사체가 발견됐다. 피살된 김 아무개 씨는 두 다리가 잘리고 얼굴은 둔기로 맞은 듯 형체가 없는 참혹한 상태였다. 범인은 김 씨와 내연관계를 맺었던 박 아무개 여인(45)이었다. 가족과 떨어져 외지에서 식당종업원으로 일하던 박 씨는 이혼녀 행세를 하며 여러 남성들과 자유연애를 즐겨왔는데 문제는 김 씨가 이런 박 씨를 못마땅해 했다는 것. 박 씨는 내연남 김 씨가 이런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겠다’고 자신을 협박하자 살해를 계획한 것으로 알려진다.
박 여인은 김 씨를 집으로 유인해 50여 차례 이상 둔기로 내려쳤는데 범행을 위해 정육점에서 쓰이는 대형 절단기까지 구입해뒀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 여인이 김 씨를 살해하고 토막내 유기하는 데까지 걸린 시간은 총 4시간밖에 되지 않았다고 하니 사건 당일 박 여인의 범행장면이 얼마나 엽기적이었을지 짐작할 만하다.
◇강화 불륜 토막살인사건
2006년 10월 11일 오후 3시경 경기도 강화군 길상면 선두5리 선착장에서는 표피가 벗겨져 나간 사람의 오른손이 발견됐다. 잘린 손의 주인은 고양시에 거주하던 박 아무개 여인(44)이었는데 약 한 달 전 남편에 의해 가출신고가 돼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수사결과 범인은 “아내가 젊은 남자와 바람이 나서 가출했다”고 태연히 말하던 남편 김 아무개 씨(47)였다. 김 씨는 수년 전부터 바람을 피워온 부인을 수차례 용서했으나 또다시 외간 남자와 눈이 맞은 부인이 “그 사람을 사랑한다”고 말하며 이혼을 요구하자 격분해 목을 졸라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절단된 사체를 이불보에 싸서 승합차에 싣고 파주와 양주 일대를 다니다가 강화대교 끝단 동락천과 김포대교 밑 등에 던져버렸다. 특히 김 씨는 12일 동안이나 사체 일부를 승합차에 싣고 다니다가 자신의 가게 보일러실에 유기한 해 지내온 것으로 드러났다. 오른손이 선착장까지 흘러간 것은 자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한 여인의 한 때문은 아니었을까.
◇안산역 토막살인사건
2007년 1월 24일 오후 4시경 안산역의 남자화장실에서 참혹하게 토막난 여성의 사체가 발견된다. 여행용 가방에는 머리와 양손, 다리 부분을 제외한 몸통과 양팔이 들어 있었는데 발견 당시 피가 흥건했던 점으로 보아 살해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듯 보였다.
수사 8일 만에 검거된 범인은 10년 전 산업연수생으로 입국한 중국인 손 아무개 씨(34)였다. 범행현장인 피해자의 집에서는 범행에 사용된 칼과 망치가, 주택 옥상에서는 심하게 부패된 채 비닐에 싸여 있던 두 다리와 피묻은 옷가지들이 발견됐다. 조사결과 그는 내연관계에 있던 정 아무개 여인(34)과 치정문제로 말다툼을 하던 중 격분, 둔기로 정 여인의 머리를 내리쳐 살해한 후 사체를 여덟 토막을 내 유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사체를 버리기 위해 지하철 역내까지 들어왔던 손 씨는 가방에서 피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출입을 제지하는 역무원에게 태연하게 ‘돼지고기 40kg’이라고 말하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