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유권자의 의사를 정확하게 왜곡 없이 전달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마련하는 일은 민주주의 이념을 올바르게 구현하기 위해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데 어떤 선거제도를 채택하느냐에 따라 각기 상이한 정치적 효과가 나타나는데 특히 선거구 획정방법에 따라서 선거제도의 효과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에 선거구 획정은 선거제도 개혁의 출발점이 된다.
지난해 헌법재판소의 공직선거법 위헌 결정으로 선거구 재획정이 불가피해졌다. 헌법재판소는 ‘최대 선거구와 최소 선거구의 인구편차가 3대 1에 달하는 것은 위헌’이라며 고모씨 등 6명이 공직선거법 25조 2항에 의한 선거구 구역표에 대해 낸 헌법소원사건에서 재판관 6(헌법불합치):3(합헌)의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판결의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선거구 간 인구비율을 기존의 1:3 (10만 3469명 : 31만 406명)에서 1:2 (13만 8984명 : 27만 7966명)로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판결은 유권자의 평등권을 보장하고 표의 등가성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었다.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우선 최대·최소 선거구 인구 편차가 ‘3대 1’인 현행 국회의원 선거구 62곳을 2015년 말까지 재획정하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선거구를 결정하는 데에는 표의 등가성, 지역 대표성, 행정구역 등의 요소들이 작용하는데 우리의 경우 인구수보다 행정구역을 중시하여 선거구를 획정했기 때문에 지역구별 인구수 격차가 과도하여 동등해야 할 1표의 가치가 심하게 훼손되고 있어 이러한 결정이 내려졌다.
선거구 획정은 선거경쟁의 규칙에 대한 규정은 아니지만 선거구 획정이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정치적 평등이라는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할 수 있고 정당한 경쟁을 방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특히나 선거구의 규모가 작을수록 선거구 획정이 선거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밖에 없어 우리와 같은 소선거구제 단순다수제를 채택한 나라에서 선거구 획정의 문제는 더욱 더 큰 관심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1인 1표제의 원칙이 정확히 구현될 수 있도록 선거구 획정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표의 비등가성은 정치적 평등의 원칙에도 어긋나지만 정치적으로 부당하게 이용되어 낮은 지지율로 다수 의석을 차지할 수 있어 문제가 된다. 다만 단원제이면서 인구비례와 지역적 대표성을 모두 완벽하게 반영하는 선거구제를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우선 소선거구 단순다수제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수를 줄이고 비례대표 의원수를 늘리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는 비례성의 증가와 더불어 표의 등가성을 향상시키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리고 선거구 의석 배분 단위를 시도 단위로 확대하되 기준을 엄격히 설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는 인구 편차의 문제를 보다 쉽게 해결할 수 있고 각 지역별 상황에 맞게 선거구 재획정도 가능해진다.
마지막으로 선거구획정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시키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은 정치적으로 매우 예민한 사항이고 첨예한 이해관계로 인하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원칙과 절차 마련이 쉽지 않다. 따라서 정치적 담합이나 거래에 의한 선거구 획정을 막기 위하여 조직과 활동의 독립성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이제까지 정치인들이 선거구 조정을 직접 담당하여 왔다. 이는 자연스럽게 현상유지 선호의 선거구 획정을 만들었다.
이제까지 선거구 획정에 있어서 우리나라는 등가성이라는 원칙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 결과 표의 가치에서도 차이가 나게 되었고 대표성이 왜곡되는 문제까지 대두되고 있다.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직접 민주주의의 이상이 현실적으로 실현될 수 없다면 대의제 민주주의는 불가피하다. 그 중에서도 지역을 어떻게 분할하여 선발 할 것인지의 문제는 대의 민주주의의 가장 핵심이 되는 사안이다. 요컨대 위에서 언급한 표의 등가성, 비례성, 독립성을 잘 고려하여 원칙에 따라 선거구가 획정되길 간절히 기원해본다.
부산광역시 수영구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주무관 한호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