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하노이 주택가에 꽂혀 있는 데드 드롭.
2010년 뉴욕에서 처음 시작된 ‘데드 드롭’ 프로젝트는 담이나 건물 외벽, 그리고 도로변의 연석 속에 USB 메모리를 심어둔 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신개념 P2P 파일 공유 네트워크다. 즉, 누구나 필요하다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연결해서 파일을 올리거나 내려 받을 수 있는 것.
원한다면 직접 벽 속에 USB를 심어둘 수도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먼저 적당한 위치를 물색한 후 드라이버를 이용해서 벽에 구멍을 뚫는다. 그런 다음 USB 드라이브의 플라스틱 뚜껑을 주걱칼로 연 후 방수테이프로 칭칭 감은 다음 구멍 안에 끼워 넣는다. 포트를 바깥으로 돌출되도록 한 후 시멘트를 이용해 틈새나 구멍을 메우면 완성.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찾아서 이용할 수 있도록 ‘데드 드롭’ 데이터베이스에 USB 사진과 함께 위치를 올려 두면 된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시내 빌딩가에 꽂힌 데드 드롭.
처음 프로젝트를 시작한 독일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인 아람 바르톨은 “‘데드 드롭’은 공공장소에서 행해지는 익명의 오프라인 P2P 파일 공유 네트워크”라고 설명했다. 첩보원들이 비밀 장소에서 몰래 만나 물건을 주고받는 방법에서 착안했다는 것이 그의 설명.
초반에는 주로 자신들의 음악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 하는 음악가들이 주로 사용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영화, 게임, TV 프로그램, 만화 등 파일 종류가 다양해졌으며, 심지어 가족 동영상이나 사진을 공유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이렇게 사용되는 USB 용량은 64MB부터 120GB까지 다양하다. 처음에는 뉴욕의 다섯 군데에서 시작됐던 ‘데드 드롭’은 현재 프랑스, 베트남, 이탈리아 등 세계 각지에서 목격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