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시장으로서 제 1의 책무가 열린 마음으로 항상 시민과 함께하고 소통해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지금도 어려운 문제만 생기면 직접 시민들을 찾아 거리로 나선다. 현장에서 실제 보고 듣는 현장 중심의 행정을 하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길 위의 시장’이라는 닉네임도 붙었다. 이제는 김 시장 스스로가 이 닉네임을 달고 다닌다.
그는 “말로 듣는 것과 눈으로 보는 것은 다르다”고 강조한다. 그래서 중요한 현장 속에는 늘 시민들과 함께 한다. 사실 단체장들이 언론 홍보용으로 현장에서 사진 몇 컷 남기는 것은 의례적인 일이다. 근데 김 시장은 몰래 다닌다. 하지만 그렇게 대부분의 현장을 돌아보다보니 언론에 노출되는 것도 자연스럽다. 국민이 뽑은 대한민국 1등 광역단체장 김기현 울산시장을 일요신문이 만났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약자는 기회를 기다리고, 강자는 기회를 만든다’는 말처럼 지역의 경제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이환위리(以患爲利)의 해로 만들어가자고 강조했다.
- 17~19대까지 3선 국회의원을 하다 시장이 됐다. 다소 생소할 텐데 차이점은.
국회의원과 시장의 역할은 건축에 있어 기본설계와 실시설계로 비유할 수 있을 것이다. 중앙에서 의원활동을 하는 것은 큰 틀에서 정책을 입안하고, 큰 그림을 그리는 기본설계지만, 지자체 살림을 직접 하는 것은 실시설계를 하고 시공하는 것을 모두 포함한다.
아울러 행정은 종합예술이며 국민생활에 바로 직결되는 것이다. 행정은 도로 보수, 수자원 관리, 폐기물 처리 등 대부분 대민업무로 실제 결정을 해야 하기에 책임과 섬세함이 필요하가고 생각한다.
- 올해 역점적으로 추진하는 시책은 어떤 것들이 있나.
2015년 한 해를 실질적인 ‘창조도시 울산의 원년’이 될 수 있도록 새로운 일자리,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 창조도시의 골격을 세워 나가겠다. 울산발 창조경제의 산실이 될 테크노산업단지는 2017년까지 3,500억 원을 투입해 친환경 수소연료전지 실증화단지, 산학융합형 하이테크 타운 등이 집적된 R&D 혁신단지로서, ‘한국형 실리콘밸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속도를 내겠다.
대한민국 경제발전에 대한 국민의 자긍심을 높여줄 산업기술박물관도 조속히 추진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 특히 울산을 세계 4대 석유 거래의 허브로 육성하기 위한 오일허브 사업을 적극 추진해 금융·거래 기능 활성화를 위한 국내외 투자유치와 세일즈를 공격적으로 펼쳐 나가겠다.
- 창조경제의 핵심 오일허브 사업의 성공 전략은.
동북아 오일허브 조성은 ‘창조도시 울산’의 신성장동력 발굴 핵심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울산의 강점인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을 강화시켜 정제와 물류, 금융을 아우르는 선순환의 산업구조를 형성해 새로운 일자리와 시장을 창출에 노력중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싱가포르에서 동북아 오일허브 울산사업 설명회를 가졌고, 현재 금융산업 육성 마스터플랜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 연구와 남항사업의 타당성조사, 기본설계가 진행 중에 있다.
올 3월에는 북항사업 운영주체 투자자와 시공사를 선정해 하부시설 매립도 실시할 계획이다. 남항사업은 4월 타당성조사와 기본설계가 완료되는 대로 기획재정부에 예비타당성 평가를 신청할 예정이다. 현재 외자 유치를 위해 카타르, 쿠웨이트, 일본, 중국 등과 활발히 접촉하고 있다. 중앙정부와 협력해 꼭 유치할 수 있도록 하겠다.
- 울산 경제가 상당히 어렵다. 타개책은.
울산의 3대 주력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중국의 내수화,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확대 등으로 심각한 상태다. 조선해양 분야는 세계적 경기 침체와 구조 전환기를 맞으면서 현대중공업이 사상 최대 영업 적자(작년 2분기 동안 3조원)를 냈다. 자동차 분야도 엔저 현상에 따른 경쟁력 부담으로 영업 이익률 하락했다.
이 같은 악재를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기존 주력산업에 ICT 등 융복합화를 통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산업을 육성해 나가야 한다. 이에 따라 ▲동북아 오일허브 사업 법적 규제 완화 ▲남항 사업 타당성 확보 ▲외국기업(카타르, 일본, 중국 등) 투자 유치 ▲수소 기반 2차 전지산업 등 미래산업 육성 ▲창조경제협의회에서 새로운 아이디어 창출 제안 등을 임기 내 집중 추진할 계획이다.
또 경제를 잘 돌아가게 하려면 투자가 이뤄져야한다. 울산에 투자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지구 끝까지라도 찾아 가서 애로사항을 해결하고, 투자를 권유하겠다. 대기업들이 울산에 다시 투자하도록 기업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나갈 생각이다. 힘든 때일수록 모두가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협력해서 어려움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시는 위기 극복의 마중물 역할을 다할 것이다.
- 기존 주력 산업에 정보통신 기술 ICT융합을 시도하려면 R&D의 중요성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 대기업의 연구기능 수도권 이전설 등으로 울산이 생산기지로 전락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대책은.
창조경제의 성공인자는 R&D에 있다고 보고, R&D 인프라 확충과 연구기반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바이오화학실용화센터, 저차원탄소소재센터가 최근 준공됐고, 한국형 실리콘밸리가 될 테크노산업단지는 2017년 준공을 목표로 본격 조성(산학연 융합형 연구 특화단지) 중이다.
이와 함께 ▲그린전기차 차량부품 개발 및 연구기반 구축(2015년 240억원) ▲석유화학 공정 고도화(2015년 60억원) ▲조선해양 도장․표면처리 연구기반 구축(2015년 39억원) 등 ICT융합을 통한 주력산업의 고도화 및 ICT융합 산업 육성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발굴 추진할 계획이다.
UNIST가 과기원으로 전환되면 연구개발 인력과 예산(R&D 예산 연간 150억원 이상 증가 예상)이 대폭 증대된다. 그런 만큼 국내외 기업 연구기관과 국책연구원 유치에 총력전을 펼칠 계획이다. 연구 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국가 주요 R&D 과제사업 추진으로 연구개발 기능을 강화해 창조경제 실현의 기반을 다져가겠다.
- 비정규직과 노사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지역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최선의 방안이라 생각된다. 향후 계획은.
양질의 일자리가 최고의 복지라고 생각한다. 일할 수 없는 사람에 대한 시혜적 복지는 사회 공동의 책임이지만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이 복지에 의존하는 사회는 미래가 없다. 물론 기업의 영역이다 보니 행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행정의 역할은 밑자리를 깔아주는 것이다.
올해도 재정 조기 집행으로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민간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겠다. 투자가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원만한 노사관계가 중요하다. 단기적으론 청년인턴 지원,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 운영 등을 펼쳐 가면서 장기적으로 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어 일자리 창출해나갈 계획이다.
- 블루오션 사업으로 떠오르고 있는 ‘원전해체연구센터’ 유치전 경쟁에 뛰어들었다. 유치 가능성은.
원전해체기술 종합연구센터는 정치적, 지역적 손익계산으로 사업이 변질되거나 지연돼서도 안 되고 당초의 취지와 목적대로 추진해야 된다. 원전 해체대상이 고리 1호기나 월성 1호기가 돼야 한다든지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보상 차원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원전에 둘러싸여 있으면서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울산이 원전해체기술 종합연구센터를 유치하려는 것은 당연하다. 울산은 세계적 수준의 원전해체기술을 개발하고 실증화하는 산업 인프라를 갖추고 있고, 전문 인력까지 확보하고 있어 최적의 입지 조건이다.
현재 예비타당성조사 기간을 연장한 상태인데 상반기까지 결과가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그 이후에 지자체 공모를 통해 최종 입지를 선정할 것으로 판단되는데 울산의 장점들이 좋은 평가를 받아 입지로 결정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 나가겠다.
- 울산은 안전 문제에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지역이다. 안전 문화 정착 방안은.
안전은 행정의 제1 존재의 이유다. 대규모 산단과 원전이 밀집한 울산의 특성을 감안해 안전시스템을 전반적으로 다시 설계하고, 최고의 안전 도시 울산을 만드는데 매진중이다.
선제적인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안전정책관을 신설했고, ‘안전도시 울산 포럼’을 운영하고 있다. 재난 유형을 14가지로 세분화한 유형별 현장조치 매뉴얼을 제작해 재난관리교육과 훈련에 직접 적용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가산업단지 안전관리 마스터플랜을 구축하고, 매곡 119안전센터 조기 개소, 안전체험교육센터 등 인프라를 확충해 안전문화가 일상에 스며들어 시민 스스로 산업안전, 생활안전을 실천하도록 하겠다.
- 품격 있고 따뜻한 창조도시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추진 계획은.
창조경제의 골격을 세워나가는 한편 도시 품격을 높이고 따뜻한 희망공동체를 구현하는데 전심을 다할 것이다. 시립도서관과 미술관, 시청자미디어센터, 청소년문화회관 등 문화예술 인프라 확충뿐만 아니라 울산박물관, 문화예술회관에 내로라하는 전문 인력을 통해 고품격의 전시와 공연으로 시민들을 모시겠다.
아울러 지역 문예창작활동을 지원해 일상에 문화가 스며들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울산대교 개통, UNWTO 산악관광회의를 개최해 관광산업을 활성화시키는 계기로 삼고 도시 브랜드 가치를 높여 가겠다. 또 제2장애인체육관과 중·동구노인복지회관, 육아종합지원센터 신설 등 복지 인프라를 확충해 따뜻한 온기가 확산되도록 하겠다.
- 마지막으로 울산시민에 당부하고 싶은 말은.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한국 제조업의 심장 울산의 박동이 약해지고 있다. 특히 국제 유가 하락이 울산의 3대 주력산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면서 조선해양산업과 자동차산업의 어려움도 가중되고 있다. 시민도 시정을 이끌어 나가는 주인공이다.
그런 만큼 지금 위기에 처한 울산을 위해 힘을 합쳐 뛰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약자는 기회를 기다리고, 강자는 기회를 만든다’는 말처럼 올 한해를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이환위리(以患爲利)의 해로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기를 소망한다.
앞으로도 항상 섬김과 나눔의 낮은 자세로, 울산이 도시 역량에 걸맞은 위상을 정립하고 명실상부한 일류도시로 나아가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다. 시장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과 지지를 보내주신 울산시민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깊은 존경과 감사를 드린다.
■약력 △1959년 울산 출생 △부산 동고 △서울대 법학과, 동대학원 수료 △사법고시 25회 △대구지방법원 판사 △부산지방법원 울산지원 판사 △울산광시 고문변호사△17, 18, 19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대변인 △새누리당 정책위원회 의장 △울산시장(현)
강성태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