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것은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밝혀진 그의 여죄다. 검찰 수사 결과 Y 씨는 자신이 지휘하던 합창단 소속의 사춘기 어린 남학생들을 성적 기행 대상자로 삼았는데, 우발적인 행위가 아니라 무려 6년간에 걸쳐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피해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관련 사실이 밝혀지는 것을 꺼리고 있어 검찰이 추가 혐의를 밝혀내는 데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명 지휘자 Y 씨의 아동성추행 사건 전모를 들여다봤다.
미국 영주권자인 Y 씨(34)는 2003년 6월 A 방송국 소년소녀합창단의 지휘자를 맡은 이후 현재까지 상임지휘자로 근무하고 있다. 비록 젊은 나이지만 국립합창단의 부지휘자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주체로 만들어진 한 합창단의 지휘자도 겸임하는 등 성가 지휘 부분에서는 나름 유명세를 떨쳐왔던 인물이다.
Y 씨의 성추행 의혹은 그에게 성폭력을 당했다는 고소장이 검찰에 접수되면서 불거졌다. 지난 9월 중순경 서울서부지검에 ‘수년간 합창단 지휘자에게 아이들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이 접수된 것. 고소인은 피해자 3명의 어머니였다. 이후 해당 사건은 서부지검 형사 3부(백종우 부장검사)에 배당돼 수사가 진행돼 왔다.
피해자 가족들이 Y 씨의 성추행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성추행을 당했던 아이들 중 한 명이 최근 자신의 부모에게 성추행 피해 사실을 고백하면서 불거졌다. 일명 ‘나영이 사건’ 등 사회적으로 아동성폭력이 큰 이슈로 부상하자 피해 아동 중 한 아이가 지난 9월 초 “합창단 생활을 하며 지휘자에게 수차례에 걸쳐 성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부모에게 알린 것.
아들의 얘기를 전해들은 어머니는 충격을 받았지만 냉정을 되찾고 은밀하게 진상파악에 나섰다고 한다. 그 결과 아들의 폭로가 사실이었고, 더욱 충격적인 것은 자신의 아들 외에도 상당수 합창단원들이 성추행을 당해 왔다는 사실을 알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피해 아동들이 피해 사실을 숨기고 있어 일부 부모들만 Y 씨를 고소하는 데 동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에 따르면 피해 아동들은 모두 남자 아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는 대부분 12~16세로 한창 사춘기를 겪고 있는 민감한 나이였다. 검찰은 Y 씨가 남자 아이들을 개인적으로 불러 성기를 만지거나 강제로 자신의 성기를 만지게 하는 행각을 벌였다고 전했다. 특히 아이들의 입에 자신의 혀를 집어넣는가 하면 자신의 성기를 빨게 하는 변태적인 행각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범행이 이뤄진 장소는 주로 합창단 연습실과 Y 씨의 집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Y 씨는 연습 때 실수를 하거나 역량이 떨어지는 아이들에게 개인교습을 빌미로 자신의 집과 연습실에 혼자 불러들여 성추행을 벌여 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심지어 아이의 집에 부모가 없는 날에는 직접 개인 상담을 빌미로 찾아가 성추행을 벌인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Y 씨의 성추행 행각은 2003년부터 현재까지 무려 6년간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에 따르면 피해 아동들 중 최소 5명 이상이 상습적으로 Y 씨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고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오랜 기간 동안 성추행 행각이 이어졌지만 합창단 내부에서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문제가 불거진 적이 없었다고 한다. A 방송국 합창단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없고, 얘기해줄 것도 없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지난 2007년 협연 이후 Y 씨와 알게 됐다는 B 씨도 Y 씨의 엽기 행각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B 씨는 최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Y 씨가 신앙이 깊은 인물로 알려져 있고 합창단 자체가 종교적 색채가 강한 곳이다 보니 그런 일이 있을 것이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며 놀라움을 표했다. B 씨는 또 Y 씨의 성추행 행각이 오랫동안 들통나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서는 “합창단 자체가 종교적으로 출발한 곳이기 때문에 쉬쉬하는 분위기가 사태를 악화시킨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고소장이 접수되자 Y 씨는 합창단에 사직서를 제출하고 한때 잠적했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검찰이 출국금지를 신청하고 검거에 나서자 지난 15일 검찰에 자진 출두했다. 하지만 그는 성추행 혐의에 대해서는 한때 전면 부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검찰은 Y 씨가 잠적한 기간 동안 피해 아동들에게 일일이 접근해 검찰에서 허위 증언을 할 것을 강요한 정황까지 확보하고 Y 씨를 추궁했다. 결국 Y 씨는 지난 21일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고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Y 씨의 죄질에 대해서 “확실한 정황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부인하고 조작을 시도했기 때문에 중형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 Y 씨의 여죄를 추궁하고 있다. 피해자들 중 상당수가 합창단과의 인연 때문에 피해 사실을 숨기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 측의 한 관계자는 “고발한 아이들 외에도 상당수의 다른 아이들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진술이 있지만 피해자로 지목된 아이들과 그 가족들이 (A 방송국 소속 합창단) 교구와의 인연 때문에, 혹은 구설수에 오를 것을 우려해 피해사실을 숨기고 있다”며 “우선 확실한 피해자들부터 접촉해 수사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장환 기자 hwan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