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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엽기사건 종합판을 방불케 하는 사건이 광주의 한 정신수련원에서 발생했다. 정신수양을 위해 모인 정신수련원의 회원들이 수련원 운영권을 장악하기 위해 수련원 원장을 살해하려 한 충격적인 일도 이곳에서 벌어졌다.
광주북부경찰서는 12월 17일 광주의 H 수련원 회원 정 아무개 씨(53) 등 71명을 살인미수와 절도, 협박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애초 범행을 주도한 사람은 정 씨를 포함한 회원 10여 명이었다. 충격적인 것은 정 씨 등이 자신들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수십 차례에 걸쳐 원장살해를 기도했을 뿐 아니라 엽기적인 방법으로 다른 회원들을 포섭해왔다는 사실이다.
수사 경찰은 “직업이나 신원이 확실한 멀쩡한 사람들이 어떻게 이런 어이없는 일에 말려들었는지 도저히 이해가 안간다”며 혀를 내둘렀다. 영화에나 나옴직한 믿기 힘든 엽기 사건 속으로 들어가보자.
사람의 마음과 육체를 탐구하고 수련한다는 취지로 1999년 초 설립된 H 수련원은 사건이 발생한 광주 외에도 서울과 부산 등지에 지부를 두고 있는 등 상당한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곳이었다. H 수련원은 광주에 4곳을 포함해 순천·부산·서울에 각 1곳씩 총 7곳의 수련원에 모두 3000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정 씨 등은 특히 다른 지부에 비해 재정이 탄탄한 것으로 알려진 이 수련원을 장악하기 위해 수 년 전부터 치밀하게 범행을 계획해왔다. 수련원을 손에 넣기 위해 이들이 택한 방법은 어이없게도 원장인 이 아무개 씨(55)를 없애버리는 것이었다. 이 씨를 감쪽같이 살해하면 수련원을 자신들의 소유로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목적달성을 위해 이들이 가장 먼저 착수한 일은 세력을 확장시키는 것이었다. 정 씨 일당의 눈에 들어온 것은 수련원에 등록해 다니고 있는 여러 회원들이었다. 원활한 회원 포섭을 위해 2006년경 일부는 타 지역에서 광주로 이사를 오기도 했다.
회원들을 포섭하기 위한 작업은 치밀하고 지능적으로 이뤄졌다. 정 씨 일당이 다른 회원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고 범행에 가담시키기 위해 사용한 것은 졸피뎀 등 향정신성의약품이었다. 졸피뎀은 의사 회원들로부터 조달했다. 약물조달을 담당한 의사 회원들은 일인당 구할 수 있는 약물 용량보다 더 많이 구하기 위해 대학동기나 동료의사들에게 부탁하는 적극성을 보이기도 했다. 이들 일당이 향정신성의약품을 이용해 꾸민 범행 시나리오는 실로 엽기적이었다.
이들은 의사 회원들이 구해온 졸피뎀을 음료수에 섞어 원생들이 마시게 한 후 원생들이 약에 취해 잠든 사이에 이들을 성폭행했다.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원생들을 성폭행하는 장면들은 정 씨 일당에 의해 고스란히 촬영됐다.
이들은 피해 회원들에게 “앞으로 우리의 지시에 따르지 않을 경우 촬영된 장면을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실제로 정 씨 등은 2008년 3월경 회원 A 씨(36·여)에게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성관계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다른 회원과 강제로 성관계를 갖게 하는 등 1년여간 무려 78차례에 걸쳐 혼음을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치욕스러운 동영상이 유포될 것을 두려워한 회원들은 정 씨 등의 협박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른 회원들을 완벽하게 포섭하려는 이들의 위험한 작업은 이후에도 계속됐다. 정 씨 일당은 피해 회원들이 동영상 유포를 막기 위해 자신들의 말을 거역하지 못한다는 점을 악용해 더욱 파렴치한 범행을 저질렀다. 이들은 회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약을 먹이고 원생들 간에 무분별한 성교를 강요했다. 정 씨 등이 회원들에게 졸피뎀 등을 투약한 횟수는 드러난 것만도 120회가 넘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서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정 씨 일당의 강요와 협박에 의해 엽기행각을 벌여야했던 피해자들이 어느 순간부터 일당의 수련원 장악 음모에 하나 둘 가담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들 회원들은 강요가 없어도 약을 투약하고 집단성교와 혼음을 하는 등 무분별하고 문란한 엽색행각을 벌였다. 수련실이나 풍물연습실, 강당 등지에서 여자회원 1명과 남자회원 4~5명이 함께 집단 성관계를 갖는 일도 있었으며 일부 회원들은 범행에 완전히 몰두한 나머지 생업을 내팽개치기도 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60여 명의 회원 포섭에 성공한 정 씨 일당은 본격적인 업무에 착수했다. 이들이 본격적으로 ‘원장 죽이기’에 돌입한 시기는 지난 2007년 12월경이다. 12월 5일 오후 1시경 정 씨 등은 수련원 내에서 청산가리를 넣은 커피를 원장 이 씨에게 건네는 것을 시작으로 양잿물을 섞은 음료를 마시게 하거나 계단에서 밀어 넘어뜨리는 등 수차례 범행을 시도했으나 미수에 그쳤다. 이들은 최근까지 총 23차례에 걸쳐 이 씨 살해를 기도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또 2007년 6월 수련원 내 헌금함에서 1500만 원을 훔치는 등 금품을 상습적으로 빼돌리기도 했다. 조사결과 이들이 수련원으로부터 훔친 금품은 무려 83회에 걸쳐 18억 5000만 원에 달했다.
엽기적인 이 사건은 지난 7월 회원들의 횡포를 견디지 못한 원장 이 씨가 경찰에 신고하면서 그 마각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경찰이 본격적으로 수사에 착수하자 정 씨 등 가담자들은 순순히 범행을 자백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건으로 입건된 71명의 회원들 중에는 의사와 공무원, 교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상당수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30~40대로 구성된 이들 중에는 의사 3명 외에도 교사가 8명이나 포함되어 충격을 줬는데 더욱이 유명 탤런트 B 씨도 연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적잖은 파문을 던지고 있다.
실제로 B 씨는 과거 몇몇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에 문제가 된 H 수련원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모 방송국에서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를 찍고난 뒤에 당한 불의의 사고로 인해 우울증과 자폐증 등 심한 정신적·육체적 어려움을 겪으면서 H 수련원을 알게 됐다는 것이 당시 인터뷰 내용이었다.
B 씨는 그 인연을 시작으로 H 수련원에서 청소년 인성캠프 기획팀장을 맡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 씨 등은 경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모든 것이 수련 과정’이라며 태연해했다고 한다. 특히 형사들에게 “수련을 하면 사랑과 재산 욕심을 점 안에 집어넣어 극복할 수 있다”며 수련원 무료 가입을 권유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수향 기자 lsh7@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