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문제없이 이용하던 인터넷 사이트가 갑자기 불법·유해 사이트로 지정돼 접속이 차단된다면 얼마나 황당할까. 지난 24일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통위)는 온라인 웹툰 사이트 ‘레진코믹스’의 콘텐츠 일부가 음란성이 강한 내용을 포함한다는 이유로 사이트 접속을 차단 조치한 것이다.
이용자들의 반발은 거셌다. 아무런 경고나 수정지시 없이 한순간에 전체 사이트 접속을 차단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는 이유에서였다. 불똥은 방통위의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에까지 튀었다. 앞으로 시행령이 개정되면 명확한 기준 없이 음란물 차단이 수시로 이뤄질 것이고 국민의 성적 자유도 빼앗길 것이라며 분노의 목소리가 커졌다. 갈수록 여론이 악화되자 결국 방통위는 26일 재심의를 열어 차단 조치를 공식 해제했다.
이렇게 레진코믹스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오는 4월 16일로 예정된 방통위의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개정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방통위는 지난 1월 9일 웹하드와 개인 간 파일공유(P2P) 사이트 등에서의 음란물 유통을 방지하고 청소년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유해정보에 무방비하게 노출되는 것을 막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마련했다.
보다 자세히 살펴보면 웹하드 및 P2P 사업자는 △음란물 인식(업로드)을 방지하고 △음란물 정보의 검색 제한 및 송수신을 제한하며 △음란물 전송자에게 경고문구(음란물 유통금지 요청) 발송을 위한 기술적 조치를 하고 △운영관리 기록을 2년 이상 보관해야 한다. 이를 어길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는 처벌 규정도 추가됐다.
또한 이동통신사업자가 청소년과 계약을 할 때에는 청소년 유해정보 차단 수단의 종류와 내용 등을 청소년과 법정대리인에게 알리고 휴대전화에 차단수단이 설치된 것을 확인해야 한다. 계약 체결 후에는 차단 수단이 임의로 삭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차단 수단이 삭제되거나 15일 이상 작동하지 않으면 법정대리인에게 고지해야 한다. 이를 시행하지 않으면 과태료 상한을 1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상향 조정해 부과하기로 했다.
이를 두고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시행령 개정으로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통한 음란정보와 청소년 유해정보 유통이 대폭 감소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지만 남성들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야동 없이 하루도 살 수 없다는 일부 남성들은 개정안을 두고 ‘딸통법’이라 비하하며 격하게 반발했다. 남성들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대형 동호회 커뮤니티에서도 몇 달 전부터 ‘딸통법’에 대한 논란 글들이 쏟아지고 있다. 음란물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도 ‘딸통법’ 시행에 대해 ‘성 문화에 대한 빈부 간 격차가 더 큰 문제’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돈 없으면 아예 인간의 3대 욕구를 제지당하면서 살아야 되는 시대다.”
“담배값 오르는 거 보다 더 크고 광범위한 게 딸통법 아닌가. 정부랑 국회가 미친 거 같다. 국회의원이랑 고위공무원들은 5060이라 야동같은 거 안 보고 돈도 있겠다 룸살롱 다닐 테니. 먹는거 자는거 성욕은 기본욕구인데.”
“야동을 잡을 거면 공평하게 강남에 즐비한 룸살롱도 때려잡아라.”
따지고 보면 처음으로 음란물을 규제하는 것도 아니고 시행령을 일부 개정할 뿐인데 이처럼 반발이 거셀 이유가 없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어떠한 규제도 ‘야동의 화수분’이라 불리는 유명 P2P 사이트만큼은 피해갔기에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시행령 개정안으로 최후의 보루마저 무너질 것이란 예상이 나오자 이처럼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시행령이 개정되면 P2P 사이트 접속만 해도 음란물 유포로 단속된다. P2P 사이트는 다운로드와 동시에 업로드가 되기 때문이다.”
“이제 인터넷에서 야동을 찾기 힘들게 됐다. 처벌을 피하기 위해 웹하드에서 성인용 카테고리도 없어질 것이다.”
“방통위가 웹하드나 P2P 운영자에게 관리기록을 보관하도록 한 것은 개인정보 열람을 위해서다.”
“경찰이 음란물을 의도적으로 유포한 뒤 이를 다운로드한 이용자를 색출하는 함정수사가 시작된다.”
몇 개의 글만 봐도 시행령 개정에 대한 반발이 얼마나 심한지, 어떤 식으로 괴담이 퍼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집중포화를 맞고 있는 방통위는 시행령 개정에 대해 잘못 이해해 오해가 많다는 입장이다.
방통위 관계자는 “이번 시행령 개정의 목적은 일반 네티즌 단속이 아닌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있는 웹하드, P2P 업체를 통한 무분별한 음란물 유통을 막고자 함이다. 즉 사업자가 단속대상이지 개인이 음란물을 업로드, 다운로드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일이 처벌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물론 헤비 업로더는 예외다. 세월호 참사일 4월 16일과 시행령 시기가 겹치는 것도 말이 많은데 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시행령을 맞춘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운영관리 기록에 대해서도 “개인정보를 남기는 목적이 아닌 검색 등의 로그 기록을 통해 사업자가 검색 제한 등의 기술적 조치를 취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웹하드에서 성인용 카테고리가 삭제된다는 말도 있는데 이것도 운영자의 재량이지 강제사항이 아니다”며 “또 음란물 유포 자체가 불법인데 경찰이 불법행위까지 하며 단속을 한다는 건 루머다. 논란 때문에 시행날짜가 미뤄진다는 얘기도 있지만 특별한 일이 없으면 4월 16일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말했다.
방통위의 설명대로라면 ‘딸통법’은 무분별하게 음란물을 유통시키는 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지, 개인이 음란물을 업로드 다운로드하는 것에 대해서는 일일이 처벌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래도 음란물 유통은 국내에서는 불법이다. 지하에서 괴물처럼 자라고 있는 불법 음란물을 방치하기보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일부 국가들처럼 ‘포르노물’을 허가해 양성화하는 것은 어떨지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박민정 기자 mmjj@ilyo.co.kr
‘야동대란’ 남성들의 대처법 “10TB는 돼야 노아의 방주” 마치 지구 종말을 대비하는 듯 비장함까지 느껴진다. 그들이 맞이할 심판일은 오는 4월 16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공포·시행하는 날이다. ‘야동’(음란동영상) 없인 단 하루도 살 수 없다는 남성들은 ‘디데이’가 다가옴에 따라 매일 밤을 지새우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 가슴에 품을 뿐만 아니라 실천력도 대단하다. 남성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커뮤니티사이트에는 요즘 밤마다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이 단체 채팅방에 접속하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주제는 단 하나. ‘야동 대란’을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다. 별별 방법들이 거론되지만 가장 흔한 해결책은 무차별적인 음란물 수집이다. 모든 방법을 총동원해 최대한의 음란물을 축적한 뒤 개정안이 시행되면 일단은 몸을 사린다는 단순하지만 누구나 실행할 수 있는 계획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런 생각을 가진 남성들이 많은지 최근 개인 간 파일공유 사이트(P2P)에선 불야성이 벌어지고 있단다. 하루 일과가 끝나는 오후 6시를 기점으로 새벽 늦도록 파일공유가 이뤄지고 있는데 단연 야동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P2P 사이트 마니아들도 “최근 몇 년 사이 이처럼 야동 공유가 활발했던 적이 없다”며 놀랄 정도다. 홀로 전투를 치르기에 버거운 이들은 연합작전을 쓰기도 한다. 뜻 맞는 친구들 몇몇이 모여 각자 분야를 나눈 뒤 각개전투를 뛰는 것. 서양, 일본, 국내 등 취향에 맞는 분야를 맡아 집중적으로 모은 뒤 주로 스마트폰 채팅방을 통해 실시간 공유한다. 30여 명의 군대 동기가 모여 있는 박 아무개 씨(29)의 스마트폰 채팅방은 하루에도 수십 개씩 새로운 야동이 올라온다. 박 씨는 “야동을 올리는 데도 규칙이 있다. 1년 이내의 신작일 것, 수위가 높을 것, 화질이 좋을 것 등을 만족시키는 야동만 올라오는데 그걸 보고 마음에 들면 각자 스마트폰에 저장한다. 밤만 되면 끊임없이 알림이 울린다”고 말했다. 간혹 용량과다로 컴퓨터 저장메모리가 부족한 상황도 맞이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외장하드까지 동원되고 있다. 야동을 공유할 때도 간단히 외장하드에 담아 건네면 편리해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데 덕분에 때 아닌 특수를 맞았다. 커뮤니티 회원들끼리 공동구매를 통해 외장하드를 싸게 사려는 움직임뿐 아니라 중고거래 사이트에서도 단연 인기다. 심지어 저렴한 외장하드를 구입한 뒤 야동을 넣어 비싼 가격에 판매하는 사람도 등장했다. 한편 야동 수집에 열을 올리는 기현상에 빗대어 ‘자원비축량 등급표’도 만들어졌다. 개정안 시행을 지구 종말에 비유해 만들어진 등급표로 음란물 보유량에 따라 생존 기간을 예측한 것이다. 등급표에 따르면 고화질 음란물 영상 10편에 해당한다는 10기가바이트(GB) 보유자는 거적때기 하나를 몸에 두른 수준이다. 이들의 생존기간은 불과 일주일로 개정안 시행 일주일 만에 성욕을 해결(?)하지 못해 사망할 것이라 예상했다. 100GB도 간단한 생필품만 갖춰져 있는 동네 대피소 수준일 뿐 생존 기간은 불과 1~2달에 불과하다. 1테라바이트(TB) 정도는 돼야 방공호를 건설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어 6개월~1년을, 10TB는 노아의 방주와 같은 역할을 하며 2년~5년까지 생존이 가능하다. 목숨에 지장을 받지 않으려면 우주 정거장 수준의 100TB는 보유해야 하는데 이만하면 성욕이 없어지는 순간까지 보고 즐길 수 있다고. 이를 넘어선 1페타바이트(PB)도 있는데 ‘대피 행성’과도 같은 수준으로 3대가 풍족하게 누릴 수 있는 용량이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