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요 며칠 따뜻해진 봄기운은 금호강 둑방길 벚꽃을 활짝 피게 만들었다. 동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금호강의 북쪽 둑방은 햇볕이 좋아 다른 곳보다 일찍 꽃들이 개화한다.
성질이 급한 왕벚나무는 겨우내 꽃망울을 움츠리고 있다가 잎보다 한발 앞서 쟁반 같은 꽃들을 활짝 피운다. 화사한 모습을 볼 수 있는 기간은 너무 짧다. 이제 막 피려나 하는데 어느새 만개해버린다. 이런 특성 때문에 왕벚나무를 ‘화무십일홍’이라고 빗대어 말하기도 하고, 또 ‘찰나의 꽃’이라고도 한다. 시기를 한번 놓쳐버리면, 혹 비라도 한번 내리면 찬란했던 이 광경은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금호강 벚꽃길은 공항교에서 아양교, 화랑교를 거쳐 율하천까지 약6km에 이르지만 공항교 입구 일부가 타수종으로 심겨져 있어 매년2%가 부족했었다. 2015년 생활환경숲조성사업으로 110m구간 42그루를 추가 식재하여 동구의 명소 벚꽃길을 완성했다.
심은 시기는 구간마다 다르지만 이제 대부분의 나무들이 20년을 넘었고 고목에 핀 꽃들의 향연은 장관을 이룬다. 넓은 둑방길에는 마사토를 깔아 지역 주민과 도보꾼들이 걷기 좋도록 단장했다.
주말 토, 일요일 먼 명승지를 찾기보단 가까운 금호강 둑방길을 가족과 함께 걸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딸과 아버지, 어머니와 아들이 함께 벚꽃길을 걸으며 즐거운 추억과 함께하는 아양기찻길을 지나, 떨어진 벚꽃잎이 물위를 떠다니는 금호강 오리배를 타보기도 하고, 동촌유원지 쉼터에 앉아 담소를 나누다가 찾아오는 시장기를 유원지 먹거리 타운에서 해결하는 일정이면 하루를 즐기기에 딱 좋은 곳이다.
강대식 동구청장은 “짧은 만큼 한꺼번에 이렇게 흐드러지게 화려한 꽃망울을 터트리는 나무는 왕벚나무가 제일이다”라고 하며 바닥에 떨어진 연분홍 꽃잎을 밟으며 봄의 향연을 만끽해 보기를 권장했다.
이동주 기자 ilyo8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