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손가락 끝에 느껴지는 촉감과 질감을 이용해서 그림을 그리는 그는 모든 세상과 주변 사물을 색감을 통해 인지한다. 가령 공포는 검정색이 잔뜩 섞인 붉은색이다. 피와 먼지와 흙의 색깔과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
그렇다면 앞이 보이지 않는데 색깔은 어떻게 구분할까. 그에게는 나름의 방법이 있다. 처음에는 풀을 이용해서 그리고자 하는 그림의 윤곽을 그린 후 풀이 마르면 손으로 더듬는 방법을 사용했다. 하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면서는 가장자리가 까칠한 특수 섬유용 페인트를 사용해서 윤곽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런 다음 물감의 튜브 위에 있는 점자를 통해 색깔을 골라 윤곽을 따라 칠하면 완성.
하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필요 없게 됐다. 점자 없이도 물감을 만지면 무슨 색인지 알게 됐다. 가령 흰색은 치약처럼 점도가 높은 반면 검은색은 점도가 낮아 더 묽은 편인 식이다.
맹인이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화가로서 맹활약하고 있는 브램블릿은 “지금처럼 인생이 컬러풀했던 적은 없었다”고 말하면서 만족해하고 있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