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태 선임기자
세월호 침몰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고 있다.
안전 불감증은 두 번째이고 그릇된 물질 탐욕이 부른 참사라는 것과 거짓으로 일관했던 어른들의 행태, 물속으로 빠져 들어가며 애타게 몸부림치는 광경을 바라보면서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려고 하지 않고 이들의 애타는 몸짓을 애써 외면하며 구원의 손길을 늦추었던 못난 현장 관계자들.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 인양 등의 수습문제를 대처하면서 기술적인 문제와 소요되는 비용문제를 내세우며 시간을 끌어온 정부.
이런 총체적 난맥상을 지켜보며 국민들 가슴 속은 세월호 유가족들 마음만큼 시꺼멓게 타들어 갔어도 마땅한 치유책을 내놓지 못하는 정부의 현 모습.
세월호 침몰과 함께 국민들의 마음도 침몰했다는 것이 작금의 현상이다.
따라서 정부가 국민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도 시원찮을 마당에 국민들 마음에 또 하나의 응어리를 안겨주는 사건이 터져 설상가상(雪上加霜)이다.
이번에 터진 사건은 그동안 수면 밑에서만 움직이던 것이 수면위로 불거져 올라오면서 가뜩이나 경제사정이 어려워 힘들어 하는 대한민국호의 선원(국민)들을 아귀(餓鬼)다툼 불랙홀로 빨려들게 하고 있다.
이름하여 박근혜정부 게이트로까지 전선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故 성완종 경남기업회장의 금전 살포 리스트다.
죽음으로 대신하며 세상에 내놓은 그의 명단에 올려진 인물의 면면을 보면 과연 이들이 국정 수행의 지도자 위치에 있는 자 맞는가라는 의구심을 갖게 하며 국민들은 어떻게 이런 나라에 살 수 있을 까라는 회의감마저 안겨주고 있다.
사실판단을 해야 할 당사자 한쪽이 고인이 됐기에 법정에서 증거채택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살아있는 권력자의 추론과 이를 빌미로 자신의 연루사실을 극구 부인한다고 해도 국민들은 이미 그들의 도덕적 정치생명은 끝났다고 치부하고 있다.
이완구 국무총리는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자신은 결코 그런 사실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그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정황증거는 곳곳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이 총리가 국회의원들의 질의에 대해 부인하면 할수록 거짓말이었다는 것이 언론을 통해 양파껍질 벗겨지듯 드러나고 있다.
더구나 그는 “사실이 명명백백하게 밝혀지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목숨까지 걸었다. 마치 제2의 성완종이 되려는 모양새다.
이것 또한 뻔한 거짓말로 국민들을 호도하는 것이다.
본인의 관련사실이 드러나면 자리에 있고 싶어도 형사소추 대상이므로 그 자리에 있지를 못한다. 즉 스스로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공무원신분이라 파면당하는 수모까지 각오해야 한다.
목숨부지에 관한 사안은 그 다음 문제다.
이 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난 사실만 가지고도 국민들의 공분을 산 이력이 있어 반쪽자리 국무총리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그랬던 이 총리가 자신의 꼬리표를 자르기 위한 것인지는 몰라도 부정부패 일소라는 강공드라이브를 걸면서 결국 잘못된 자원외교를 명분삼아 고 성완종 경남기업회장이 첫 타켓으로 삼았다.
수사도중 성 회장은 사정대상이 사정을 지휘하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와 대상자들을 열거한 음성 파일과 메모쪽지를 남긴 뒤 딴 세상으로 가고 말았다.
이런 부정부패의 고리는 자기로서 마지막이 되길 희망하면서 당사자 실명을 거론했다.
자신이 평소 관리해왔던 인사들에게 구명을 요청했지만 매몰차게 거부당하면서 구명을 했던 당사자들에게 반감을 가졌으리라 짐작은 간다.
그러할 지라도 하나밖에 없는 생명을 버려가면서까지 잘못을 밝혀주길 원하고 또 이해 당사자 실명을 거론했다면 이것은 예사일이 아니다.
고 성완종 경남기업회장의 치밀한 성격으로 보아 구체적인 리스트가 더 있을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그는 중학교 중퇴로 학연이 없이 치열한 경쟁구도 속에 홀로 기업을 키워왔기에 자신과 자신의 기업을 위해 인맥관리에 부단한 노력을 했을 것이고 이를 위한 밑천으로 금전을 살포하며 친근감을 유지해 왔으리라 보기에 드러난 살생부와 관계없이 전전긍긍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고 성완종 회장의 죽음은 우리나라 정치판을 야단법석(野壇法席)의 광경으로 내몰 잠재적 폭발력을 선사한 것이다.
한때 국회의원을 역임하기도 했던 고 성완종씨의 죽음이 우리나라 정치판에 고질적이며 되풀이되는 검은 돈의 놀이판이 개선된다면 그는 정치의 부정부패를 일소시키기 위해 산화(散華)한 대한민국 정가의 새로운 영웅(?)으로 까지 역사가들에 의해 명예가 급상승할 수 있을 것이다.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장관은 국무총리 영을 안 받을 수 없다.
자신을 상대로 한 사건 기록을 자신이 간접적으로 지휘할 수 있다는 이상한 논리를 스스로 배척하기 위해서라도 이 총리는 자리에 연연해서는 안된다.
어물전 망신 꼴두기가 시킨다는 말이 있듯이 어물전 망신시키는 꼴뚜기만 제거하면 됐지 어물전을 없앨 수는 없다.
따라서 국민들은 피땀 흘려 세운 대한민국호가 침몰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 총리는 자신의 명예를 지키는 것과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존심과 명예를 지키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 파악하고 특단의 결심을 해야 한다.
일국의 재상신분, 대통령을 제외한 국정 권력 서열 2위의 위치에서 수사기관에 조사받는 모습이 해외토픽으로 거론되는 모습은 국가의 명예를 해치는 또 다른 범죄임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자리를 내려놓고 평인으로서 수사에 임하라는 야당의 주장도 일리가 있는 것이다.
여당도 고 노무현대통령시대를 거론하며 물귀신 작전으로 나오고 있는 모습이다.
난장판이라는 국회의 모습이 그나마 국회선진화법 시행에 의해 사라지고 점차 국민들의 인식의 범위에서 벗어나려나 했더니 국회가 양쪽 의견으로 갈려 난장판과 진배없는 야단법석판이 벌어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침몰한 세월호.
어른들은 가만있으라 명해 일부 어른들과 어린학생 등 미쳐빠져 나오지 못한 승객들이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그러나 고 성완종 리스트에 오르내리는 소위 가진 자 있는 자들의 행태는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바다 속 깊이 침몰시켜야 할 대상이다.
그 첫 대상자가 누구일까하는 것은 국민들이 알고 있다, 그리고 침몰하는 그 때를 지켜보고 있다.
가라앉아있는 세월호는 인양해서 올라와야 하지만 구린내 나는 그들만의 리그를 펼치고 있는 야단법석 무리들은 제발 떠 오르지 않는 깊은 해구에 가라앉았으면 한다.
김원태 선임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