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보산 화장장 건립 반대집회 현장(큰 사진)과 해당지역 정치인들이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만나 반대 주민 관련 협조 요청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 5월 13일 경기도청 앞에서는 약 2000여 명(경찰 추산)이 참석한 대규모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수원 칠보산 화장장건립저지비상대책위원회가 주최한 화성시 화장장 건립 반대 집회를 위해 모인 서수원 주민과 관계자들이었다.
이날 화성시 화장장 건립 반대 주민들은 비대위원 삭발식과 채인석 화성시장 등 화장장 추진 5개 지자체장을 규탄하는 상여 퍼레이드를 진행하는 등 어느 때보다 화장장 건립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칠보산 화장장 반대위 김미혜 위원장은 “경기연구원의 연구조사는 지난 2월 진행한 것으로 3월 화장장 건립 민관협의회가 구성되기 전이다. 서로가 신뢰할 수 있는 연구기관이나 합의사항이 없었던 시기에 한 조사결과를 가지고 이를 반영한다는 경기도와 화성시의 행태는 이미 반대주민들의 의견은 배제한 처사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교롭게도 경기도는 지난 5월 7일 도 북부청사에서 고양·남양주·파주 등 북부지역 소재 서울시립 장사시설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해 서울시립 장사시설 피해대책에 대해 논의했다”며 “경기연구원은 화성 공동화장장 건립 추진 당시 입지 타당성 조사를 했던 기관이다. 입지 타당성조사를 담당했던 기관이 어떻게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사를 맡았는지 의아하다. 이는 주민을 기만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화성시는 “화성시 화장장(가칭-함백산 메모리얼파크)은 현재 대기오염배출물질 법정기준보다 강화된 내부기준과 신기술을 도입하고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 도입, 시설내부 개방,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감시기구를 운영해 환경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화성시 화장장에 대한 환경영향에 문제가 없다는 경기연구원의 연구용역이 발표된 이상 2017년 화성시 화장장 완공 목표 절차대로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구용역 결과를 수원시 호매실동 주민들에게 적극 알리고 상반기 중 5개 참여 자치단체의 장사시설 공동투자협약 조인식을 갖는 등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채인석 화성시장은 “반대주민들이 우려하는 환경오염 논란을 해소하는 연구결과에 환영한다”며 “택지지구와 1km도 떨어지지 않은 수원 연화장, 용인 평온의 숲 사례처럼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정서적 거부감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지면적의 2/3를 공원, 녹지, 산책로, 정원 등으로 꾸미고 오스트리아 빈 중앙묘역처럼 문화·체육·예술인 묘역도 조성하는 새로운 개념의 장사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라며 “화성시 화장장을 기념음악회나 전시회, 추모행사가 열리는 문화·관광시설로 만들겠다”고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이처럼 화장장 건립을 둘러싼 화성시와 반대 주민들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해당 지역 정치인들은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하고 있다. 화성시 화장장 건립 문제를 두고 여야 정치권이 ‘정쟁화’ 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 13일 대규모 반대 집회에서는 새누리당 정미경(수원을) 의원과 백혜련 새정치민주연합 수원을지역위원장 등 여야 간 열띤 책임공방이 벌어졌다. 집회에 참석한 주민들 역시 한 목소리로 ‘건립 반대’를 외치면서도 정치인의 주장에 따라 서로 입장이 엇갈리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날 집회에서 정미경 의원은 백혜련 위원장을 겨냥해 “새정치민주연합에서 삭발식에 참여한다고 하는데 같은 당인 채인석 화성시장과 염태영 수원시장을 이 자리에 데려오는 게 우선이다”고 비난했다. 이에 백 위원장은 “새누리당 소속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재검토 결정만 내리면 될 일”이라고 맞대응했다.
집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여야 정치인들의 ‘네탓’ 공방에 뜻을 모아야 할 주민들이 일부 분열되는 모습이었다. 어느 당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입장인 화성시 화장장 건립 반대에 힘을 쓰고 우리를 대변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화성 공동형 종합장사시설은 매송면 숙곡1리 산 12의 5일대 36만 4000㎡에 건축 연면적 1만 3858㎡ 규모로 화장시설, 장례식장, 봉안시설, 자연장지 등의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의 개발제한구역관리계획변경 사전심사를 마치고 예상 사업비 1200억여 원을 화성시, 부천시, 안산시, 시흥시, 광명시 등 5개 지자체가 분담해 이르면 2017년 완공할 계획이다.
하지만 환경파괴와 건강 및 생활권 위협 등을 이유로 화성시 화장장 인근 서수원 지역민들의 반대가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경기도가 민관협의회 등을 구성해 중재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향후 경기도와 국토교통부의 화장장 건립 승인에 대한 절차와 시기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