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원초적 욕구
식욕은 인간의 가장 원초적 욕구다. 따라서 원초적 욕구인 식욕이 충족되지 않으면 곧바로 범죄로 이어지기도 한다.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간 옥살이를 하고 나온 장발장을 통해 식욕이 얼마나 무섭고도 중요한가를 설파하는 빅토르 위고(Victor Hugo)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은 욕구라는 하나의 안내자를 갖고 있고, 만족의 모든 형태들로서 식욕을 갖고 있다. 그들은 난폭하고 탐욕스럽다. 즉 잔인하다. 폭군처럼이 아니라 호랑이처럼. 이 인간쓰레기들은 고통에서 범죄로 간다...... 배고프다, 목마르다, 이것이 출발점이다.”
프랑스에서 성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다는 『레미제라블』은 인간의 원초적 욕구와 그것의 충족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보여준다. 이처럼 최소한의 식욕 충족은 개인적 선행이든 사회적 제도이든 인간다운 삶을 만드는 첫 번째 조건이 된다. 그 후로도 수 백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인간의 식욕은 해결되기는커녕 또 다른 방향으로 달리고 있다.
■ 음식 포르노(Food Porn)
단순히 끼니를 때우는 장발장의 시대를 넘어 이제 우리가 사는 세상은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를 고민하는 시대로 접어 들었다. 연구에 의하면, 조선후기에 비해 현재 우리의 식탁은 먹거리의 종류가 5배에서 10배 이상 증가했다. 토종 먹거리는 물론 해외 식자재가 무한정하게 수입되는 세상에서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가 하나의 ‘선택’이 되어 버렸다.
먹거리의 경쟁이 시작되었다. 이른바 ‘음식 포르노’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자극적인 음식과 먹음직스러운 장면이 연출되어야 사람들의 식욕을 자극할 수 있고, 그래야 식품회사가 최대한의 이윤을 올릴 수 있고 스타 셰프들이 탄생할 수 있다.
음식 포르노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단 하나다. 포르노에는 대개 서사가 없고 스토리텔링도 없으며 특별한 의미가 없다. 오로지 화려한 색감과 자극적 행동만 반복될 뿐, 자신이 먹는 음식이 왜 중요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없다. 오로지 ‘오늘 이렇게 맛있고 남다른 음식을 먹는다’는 과시가 있을 뿐이다. 먹는 행위 자체를 과시하는 욕망이 과도하게 넘칠 때, 인간의 감정은 왜곡되기 시작한다.
■ 소박한 밥상을 위하여
사람은 살기 위해 먹는다. 그러나, 이제는 단지 먹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찾으며 먹는다. ‘의미를 찾으며’ 먹는다는 행위는 어떤 것이 되어야 할까? 아마도 먹는 행위 자체를 ‘과시하지 않고’, ‘때와 장소에 잘 어울리는 음식을’, ‘적절한 양을 섭취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과시하지 말기’이다. 가끔 유명 음식점을 찾아서 맛집 탐방을 가면 여기저기서 음식 촬영하느라 야단법석이다. 필시 자기가 먹은 음식을 SNS에 올려서 ‘과시’하거나 ‘자랑’하기 위함일 것이다. 자신이 먹은 음식을 자연스러운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소개해 주는 일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원하지도 않는 음식정보를 무분별하게 광고하는 행위는 자신의 모방욕망을 과시하는 행위일 뿐이다.
그 다음은, ‘때와 장소에 잘 어울리는 음식’인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노인과 어른들에게 양식 뷔페를 권하는 것이나 해외여행을 가면서 ‘고추장’ 같은 토속음식을 가져가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
마지막으로 ‘적절한 양을 섭취할 수 있는 밥상’을 선택하는 것이다. 상다리가 부러져라 차린 30~40개 이상의 식단을 선보이는 한정식은 과거 임금님 밥상을 넘어서는 과욕이고 음식물 쓰레기를 양산할 뿐이다. 맛있는 1식 3찬의 ’소박한 밥상’ 만으로도 우리의 몸은 충분히 영양소를 섭취할 수 있다.
한편으론 다이어트 열풍에 한편으론 먹방, 쿡방 열풍이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품위 있게 먹고 소박하게 섭취하는 일은 우리의 감정관리에도 매우 유용한 일이다.
글_최경춘 한국능률협회(KMA) 상임교수
► 리더십교육/ 성과향상 코칭/ 감정코칭 등 다수 경영분야 강의
► 대구 성광고등학교/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미국 University of Washington(MBA)/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경영학 박사(수료)/ LG 인화원 기획팀장(부장)/ 팬택 아카데미 본부장(상무)/ 엑스퍼트컨설팅 본부장(상무)/ LG CAP,Work-out Facilitator/ Hay Group Leadership Facilitator/ KMA Assessment Center Assess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