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한복판에 있는 ‘밀 엔즈 파크’의 지름은 고작 2m. 나무 한 그루와 자그마한 풀 몇 포기만 겨우 자랄 정도로 작은 공원이지만 이곳은 포틀랜드에서 가장 인기 있는 명소 가운데 하나다.
이렇게 특이한 곳에 작은 공원이 조성된 데에는 나름의 사연이 있었다. 이곳에는 본래 가로등이 세워질 예정이었지만 어떤 이유에선지 가로등이 세워지지 않았고, 세월이 흐르면서는 점차 잡초만 자라는 애매한 자투리 공간이 되고 말았다. 이곳이 공원으로 조성된 것은 <오레곤 저널>의 칼럼니스트였던 딕 프래건의 아이디어 덕분이었다. 어느 날 사무실 창밖으로 보이는 이 빈 공간을 보다가 문득 식물이라도 심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던 것.
그렇게 조성된 이 공원은 점차 포틀랜드 시민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됐으며, 1969년 프래건이 암으로 사망할 당시에는 이미 포틀랜드의 지역 명소가 됐다. 그리고 마침내 1976년 포틀랜드시는 이 작은 공원을 시공원으로 공식 지정했다.
하지만 ‘밀 엔즈 파크’는 그 희귀성만큼 그동안 수난도 많이 겪었다. 2013년에는 누군가 나무를 파내 훔쳐갔는가 하면, 같은 해 영국 스태포드셔 번트우드의 ‘프린스 파크’가 ‘밀 엔즈 파크’에 도전장을 내밀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프린스 파크’ 측은 ‘공원’이라는 사전적 정의를 따져봤을 때 ‘밀 엔즈 파크’는 ‘공원’이라기보다는 ‘화분’이라고 부르는 것이 맞기 때문에 기네스북 기록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당시 기네스북 측은 이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