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4회 소년체전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바둑은 4개 부문에서 각 선수 3명의 단체전 토너먼트로 치러졌다.
소년체전의 전체 경기종목 수는 초등부가 19개 종목(육상 수영 축구 야구 테니스 정구 농구 배구 탁구 핸드볼 씨름 유도 양궁 체조 배드민턴 태권도 롤러 골프 바둑)이고, 중등부는 거기에 16개 종목(럭비 사이클 복싱 레슬링 역도 검도 사격 하키 펜싱 근대3종 카누 조정 볼링 소프트볼 요트 트라이애슬론)을 추가해 35개 종목. 최근 4년 동안 신규 가입 정식 종목이 없었다가 이번에 바둑과 골프가 함께 들어갔다. 전국체전에서도 바둑은 오는 10월 강원도 제96회 전국체전까지는 작년처럼 시범종목이지만 2016년 충남 제97회부터는 정식종목으로 열린다. 현재 대한체육회에 가입되어 잇는 종식 종목은 57개, 겨울철 종목을 빼면 50개인데, 그중에서 소년체전에 정식종목으로 들어가 있는 것은 17개. 정식종목의 가장 큰 의미는 국가가 예산을 지원한다는 것. 다른 종목들이 뒤늦게 들어온 바둑을 부러워하는 이유다.
경기는 남자 초등부, 여자 초등부, 남자 중학부, 여자 중학부등 4개 부문으로 각 선수 3명의 단체전 토너먼트이며 제한시간 각 30분에 30초 초읽기 3회. 고등학교와 일반부는 전국체전에 들어간다.
남녀 대표 선수들의 선서 모습.
첫날 16강전과 8강전, 이튿날 4강전(준결승)과 결승을 벌인 결과 예상대로 막강 실력의 서울이 남녀 초등부와 여자 중학부에서 우승, 3개의 금메달을 쓸어 담았고, 전북이 남자 중학부를 제패해 서울 독식을 저지했다. 전북은 여자 중학부에서도 공동3위를 오르며 금메달 1개와 동메달 1개를 수확하는 저력을 과시했다. 광주와 경기가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획득했고, 대전과 경북이 은메달 1개, 강원 충남 경남이 동메달 1개씩을 따냈다. 메달을 가릴 뿐 전체 순위는 매기지 않으며 3·4위전은 따로 치르지 않고 공동3위.
입상 팀은 ‘우승-준우승-공동 3위’순으로 △남자 초등부 : 서울 경기 광주·충남 △여자 초등부 : 서울 광주 경기·강원 △남자 중학부 : 전북 경북 경기·경남 △여자 중학부 : 서울 대전 광주·전북이며 각 부문별 최우수선수상 수상자는 남자중학부 윤예성(백산중1), 남자초등부 이의현(응암초6), 여자중학부 유주현(행당중3), 여자초등부 이우주(대림초5).
프로기사들의 관심도 각별했다. 심판위원장 김수장 9단, 개최지 제주 선수단 감독 장수영 9단, 우승 팀 서울 선수단 감독 류동완 3단을 비롯해 심판 혹은 각 시·도 바둑 선수단의 감독이나 참관인 등으로 참석한 오규철 김성룡 이성재 한종진 박지은 9단, 김만수 이현욱 이재웅 8단, 옥득진 7단, 박성수 이다혜 4단 등은 선수단 운영과 경기 진행을 놓고 수시로 머리를 맞대면서 한두 가지 개선점을 지적했다.
우선 각 시·도 선수들의 실력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 “선수 발굴과 육성을 서둘러야 한다. 이번 대회처럼 앞으로도 서울이 계속 독주한다면 관심도 식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경기 중에 사고가 생겼을 때 판정하는 문제. 이번은 처음이어서 프로기사·프로기전의 엄격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했는데, 아마추어 청소년들의 바둑축제의 성격도 있는 만큼, 경기 승패보다는 인성교육의 차원에서 다음부터는 보다 부드럽게 대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한편 세종특별자치시는 이번에 선수단 구성이 좀 늦어져 불참했지만, 바둑계의 팔방미인 김성룡 9단이 최근 세종시로 이사했기 때문에 앞으로 기대하는 바가 크다. “번잡한 서울을 떠나고 싶어 후보지를 물색하던 중, 신생 세종시에 꽂혔다. 새로운 곳에 가서 개척해 보고 싶은 의욕이 솟았다”는 것인데, 대국 외에도 강의, 저술, 방송해설 등 바둑 동네의 전 분야에서 워낙 평소 착상이 기발한 데다가 적극적이고 활동적이며 열성적인 김 9단이니 머지않아 뭔가 ‘세종시 돌풍’을 일으킬지도 모른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 9단은 “이사 오고 보니 공기 좋고 조용해서 너무 좋다. 교통도 광명에서 KTX로 1시간이다. 서울에서 웬만한 데 가는 것보다 오히려 빠르다. 진작 올 걸 그랬다”면서 세종시 홍보에 열을 올린다.
이광구 객원기자
독학 섬소년 출전 눈길 스님 ‘어머니’ 뒷바라지로 2년여 만에 프로급 성장 대회 기간 동안 비구니 한 분이 내내 관중석을 지켰다. 정봉(正峰) 스님이었다. 경남 중학생부 대표로 출전한 이승도 선수(한산중1)가 스님이 ‘가슴으로 품은’ 아들이었다. 스님이 사는 곳은 한산도 관음사. 통영에서 배를 타고 30분, 부두에서 버스로 10분쯤 걸리는 곳이다. 4학년 봄방학 때 절에 오시는 지인 한 사람이 “승도에게 바둑을 가르쳐 보라”고 권했다. 섬에 바둑 선생님이 없어 처음에는 책과 인터넷으로 혼자 깨쳐 나갔다. 스스로 재미를 붙였는지 누가 말하지 않아도 혼자 열심이었다. 정봉 스님(왼쪽)과 마음으로 낳은 아들 이승도 선수. 2년여가 흘러 지금은 경남 최초의 통합학교 1학년이다. 통합학교란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묶은 것. 학생 숫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바둑 실력은 타이젬 9단이란다. 믿기 어렵다. 타이젬 9단이라면 프로기사나 연구생 실력인데, 선생님도 없었다는 섬 소년이 2년여 만에? 그러나 사실인 것 같다. ‘한바연’ 최강부에 속해 있으며 프로기사에게 정선으로 둘 수 있는 수준이라니까. 대회에 자주 나가지는 못했지만 작년 11월에는 경남교육감배 바둑대회에서 우승도 했다. 선생님이 없었다고는 했지만, 그건 고정 선생님이 없었다는 것이고, 어머니 스님은 아들을 위해, 아들 손을 잡고 창원으로 부산으로 서울로 배움을 청하러 다녔다. 그 정성과 열성에 질린다. 바둑계 사정에 훤하며 입단제도, 연구생 제도 등에 대해선 박사다. 승도는 이번에 2승1패했고, 경남 중학부 팀은 공동 3위에 만족했다. 승도의 꿈은 물론 프로기사다. 어머니 스님은 바둑 관계자들을 만나면 묻곤 한다. “프로기사 전망이 어떤가요? 괜찮지요? 앞으로 더 좋아져야 할 텐데요. 그렇게 되겠죠. 자기가 좋아하는 일 하면서 생활 걱정 없다면 그 이상 없잖아요? 우리 승도요? 한산도 섬 소년이에요…^^ 이세돌 9단도 비금도 섬 소년이었잖아요?” 이세돌 9단뿐이랴. 기성 슈사쿠(秀策)는 히로시마 앞바다 이름도 없는 가난한 섬, 빈한한 어촌의 소년이었다. [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