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웅 명지전문대 총장이 여교수 성추행 의혹 등으로 파면된 지 4개월여 만에 복직을 하게돼 교내외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사진은 명지전문대학 정문 입구 전경.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김총장이 파면 처분을 당한 이유는 대략 세 가지다. 가처분 판결문에 따르면 지난 2013년 7월경 김 총장이 명지전문대학 초빙교수 A 씨(여)를 서울 서초구 자신의 오피스텔로 불러 술을 마시다 성추행을 한 일, 지난 2013년 자신의 이메일 계정을 이용해 명지전문대학 교수에게 음란물을 보낸 일, 파면 처분됐으나 가처분 신청에서 복직이 받아들여진 명지전문대학 한 교수에게 강의를 부여하지 않아 해당 교수에게 손해를 끼친 일(배임) 등이다. 앞서 지난 3월 24일 학교법인 명지학원은 징계위원회를 열어 김광웅 총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이유로 파면을 결정했다.
김 총장은 이에 반발해 지난 3월 31일 파면처분효력정지가처분을 제기하는 동시에 5월 13일에는 파면처분무효확인소송을 제기했다. 일단 가처분만 받아들여진 셈이다. 본안 소송이 진행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라 가처분에 따라 학교에 복직한 김 총장이 남은 임기를 모두 채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김 총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다.
김 총장의 학교 복귀 소식에 교내외에서는 반발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명지전문대 교수협의회 한 관계자는 “그동안 성추행 혐의 등으로 총장 자질이 심하게 의심되는 김 총장이 복귀한다는 사실에 망연자실하는 목소리가 많다. 특히 여교수들도 심하게 불안해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시민단체인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도 성명서를 통해 “법원이 김광웅 총장에게 복직이 가능하도록 결정한 것은 실체적 진실을 왜곡하고 사실상 면죄부를 발급해준 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한 명지전문대 학생 500여 명은 김 총장이 교육부에 따로 제출한 파면취소청구와 관련, 반대 서명을 하기도 했다.
김 총장의 복귀를 둘러싸고 여러 잡음이 끊이지 않는 까닭은 그동안 그를 둘러싼 여러 의혹들 때문이다. 특히 김 총장의 성추행 사건은 한동안 교내를 떠들썩하게 할 정도로 논란의 핵심이 돼 파면 사유가 됐고, 현재까지도 ‘자질 논란’으로 확전되고 있는 분위기다.
명지전문대에 따르면 그동안 김 총장에게 제기된 성추행 의혹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은 파면 사유가 됐던 A 여교수와의 사건이다. 당시 사건 경위서에 나타난 A 교수 주장에 따르면 김 총장은 지난 2013년 5월 A 교수를 서울 서초구 자신의 오피스텔로 불러 정종과 와인을 마시면서 가벼운 신체 접촉을 했고, 두 달 후인 7월에 또 다시 오피스텔로 불러 “(정)교수를 시켜주겠다”며 복층으로 끌고 가 수위 높은 신체 접촉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A 교수는 지난해 3월 김 총장을 성추행 혐의로 직접 고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은 유야무야 마무리됐다. A 교수가 고소를 제기한 지 이틀 만에 취하했기 때문이다. 이후 사건은 검찰에서 ‘각하’ 처분을 받았다. 이에 A 교수가 급하게 고소를 취하한 배경에 상당한 의문점이 제기됐다. 무엇보다 A 교수의 피해 증언이 상당히 구체적이었기 때문이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당시 A 교수와 지인의 녹취록에 따르면 A 교수는 “(총장이) 불렀죠. 불렀으니깐 제가 그 오피스텔을 알고 찾아 갔죠”라며 “터치가 있었지만 수위가. 기분은 나빴어요. 약자죠. 총장이니깐 약자일 수밖에 없죠”라고 말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A 교수가 고소를 취하하게 된 이유는 김광웅 총장 측과의 합의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김 총장 측 관계자는 “A 교수가 고소장을 제출한 후 먼저 김 총장 측에 연락을 해 합의를 요청했다.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는 게 A 교수의 입장이었다. 김 총장 측은 A 교수의 입장을 듣고 추후 보복 조치를 하지 말아달라는 A 교수의 제안을 받아 합의를 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을 잘 아는 명지전문대 한 교수는 “피해자인 A 교수가 먼저 연락할 리가 있겠느냐. 김 총장 측에서 상당한 압력과 회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일요신문>은 당시 상황에 대해 A 교수의 입장을 직접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했으나 닿지 않았다.
A 교수 사건 외에도 김 총장은 여러 성추행 의혹에 시달렸다. 또 다른 대표적인 사건이 ‘음란물 유포사건’이다. 김 총장은 2013년 2월 자신의 이메일 계정을 이용해 명지전문대학 교수에게 수백 장의 음란한 사진을 보냈다는 의혹을 받았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해당 메일 사진에는 ‘봄선물’이라는 내용으로 수십 장의 음란 사진들이 첨부돼 있었다. 보낸 사람은 ‘김광웅’으로 적혀 있었다. 당시 메일을 받은 교수는 지난해 5월 김 총장을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 유포 등) 혐의로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음란물은 확실하나 교수 한 명에게만 보낸 사실이 확인됐기에 정보통신망법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사건을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했다.
이밖에 명지전문대 교수협의회에 따르면 김 총장은 또 다른 여교수인 B 교수와 C 교수에게도 성추행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교수협의회가 지난 1월 20일 만든 ‘김광웅 총장 여교수 상습 성추행 특별감사요청 민원서’에 따르면 B 교수의 경우 2012년 3월경 출장을 간 상황에서 숙박업소 객실에서 김 총장과 함께 블루스를 췄고, 당시 김 총장이 성희롱적인 발언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C 교수의 경우에는 2012년 11월경 함께 저녁식사를 마친 후 허그(껴안기)를 하며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교수협의회 관계자는 “당시 이러한 민원이 교수협의회에 접수돼 학교법인, 국회 등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다. 김 총장에게도 직접 내용증명을 수차례 보냈으나 별다른 답변이 없었다. 결국 의혹을 제대로 파헤치지 못하고 사건은 그렇게 흘러갔다”라고 전했다. <일요신문>은 해당 사실을 직접 파악하기 위해 B 교수와 통화를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대신 B 교수는 문자를 통해 “언급한 사건을 어떤 경로로 알았는지 알려 달라. 만약 조금이라도 거론한다면 관계된 모든 사람을 명예훼손 등 모든 법적조치를 취하겠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B 교수는 ‘집안의 명예’ 때문에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는 걸 극도로 꺼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처음 조사 때 성추행 사실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알려진 C 교수도 “그런 사실이 없다. 더 이상 거론되기도 싫다”라며 전화를 끊었다. 피해자로 언급된 여교수 모두 사건에 대한 발언을 꺼려했다.
김 총장 측은 이러한 성추행 의혹들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김 총장 측 관계자는 “김 총장이 미국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헤어지는 인사를 나눌 때 허그를 잘 하는 편이다. 당시 여러 사람이 있었는데 성희롱을 했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블루스 역시 마찬가지다. 객실에 다른 교수도 여러 명 있었는데 블루스를 추고 성희롱을 했다면 가만히 있겠는가”라고 전했다. 이어 “사실무근이고 이미 수사가 종결됐는데도 이러한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것은 뭔가 배후세력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김 총장을 몰아내고 학교를 흔들려는 속셈이 있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처럼 가처분을 통해 복귀가 잠정 결정된 김 총장에 대한 논란이 식지 않는 가운데 추후 본안 소송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 총장 측은 일단 가처분이 받아들여진 이상, 본안 소송 승리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학교법인 명지학원 측은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입장이다. 명지학원 측 법무대리인을 맡고 있는 한 변호사는 “파면의 핵심사유는 ‘품위손상’인데 법원은 이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고, 성추행 범죄요건 성립 여부에만 집중해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끝까지 법적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 총장은 <일요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성추행’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김 총장은 “성추행 건은 거론할 가치도 없고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이미 명지재단은 문제가 상당히 많은 상황이다. 처음 학교에 왔을 때부터 개혁을 하려고 하니까 흠집을 내고 결국 나를 치려는 것”이라며 “앞으로 내가 어떻게 나아갈지 지켜보면 안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
김광웅 총장은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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