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의회는 도의원의 음주운전과 갑질 행위로 구설에 오르자 지난 6월 11일 ‘의원자정대회’를 열었다. 하지만 나흘 뒤 김대중 의원이 도청 간부에게 막말을 했다는 의혹이 터졌다. 작은 사진은 도청 공무원노동조합이 6월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막말 시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모습.
앞서 정진세 의원은 해외연수를 포함해 의정업무 과정에서 사무처 직원을 대상으로 ‘갑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정 의원의 갑질 논란 건은 현재 국가인권위에 진정된 상태이며 전북도의회의 윤리특위에도 회부돼 있다. 이 사안에 대해서는 새정치민주연합 중앙당도 진상조사를 벌이는 등 예의주시하고 있다. 게다가 양영모 의원은 지난 4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야말로 바람 잘 날이 없다.
도의회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도민들은 “새정치연합 중앙당도 막말 파문으로 국민과 지지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더니 도의회도 그 같은 모습을 보이는 것이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전북도의회는 도의원의 음주운전과 갑질 행위로 각종 구설에 오르자 6월 11일 칼을 빼들었다. 도의회는 이날 김광수 도의회 의장을 비롯한 37명 도의원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의원자정대회’를 열고 이권개입이나 부당한 영향력 행사 금지, 잘못된 관행 개선, 품격을 갖춘 말과 행동으로 신뢰의 의회문화 정착 등 5개 내용이 담긴 결의문 채택과 함께 운영혁신방안을 발표했다.
김 의장은 “도의원 모두가 변하지 않으면 도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없다는 절박한 각오로 자정 결의를 했다”며 “이번 기회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도의회 운영 전반을 점검해 다시는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의장의 각오와는 달리 막말 시비는 또 터져 나왔다. 이 때문에 전북도의회의 자정결의가 헛구호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6월 19일 오후 도내 언론사 기자들에게 온 휴대전화 문자메일에서 비롯됐다. 자신을 전북도청에 근무하는 직원으로 소개한 익명의 제보자는 “지난 6월 15일 우리 국의 조례와 추경예산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김대중 의원과 이 아무개 국장 사이에 논쟁이 벌어져 (김 의원이) 막말과 고함을 질렀는데, 다음날 심사장을 찾은 정무부지사에게도 고성을 지르고 의자를 발로 걷어차는 등 행패를 부렸다”고 주장했다.
이 직원은 이어 “과거 탄소산업 심사 때도 유사한 일이 발생했다”면서 김 의원을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이러한 문자 메시지로 촉발된 사태는 주말에도 수그러들지 않고 도의회와 전북도청 안팎으로 퍼져 나갔다. 결국 도청 공무원노동조합은 6월 22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어 이번 사태의 진상 규명과 함께 새정치연합 중앙당 항의 방문 등의 강경 대응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김 의원의 막말 논란이 표면화됐다.
논란이 거세지자 김대중 의원은 사과의 뜻을 밝혔다. 김 의원은 6월 22일 전북도의회 기자실을 찾아 “이유가 어떻든 제 개인의 부덕으로 야기됐다”면서 “지난 며칠 깊게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고 부끄럽게 생각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김 의원은 문자메시지 내용에 대해서는 “사실적 내용이 아닌 내용으로 공식적인 의정활동을 가로막으며 위축시키는 행위는 분명한 ‘의정활동 방해 및 억압’”이라며 “법적 조치를 준비하고 있다”고 뒤끝을 남겼다.
이에 김 의원이 사과에 진정성이 없는 게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전라북도 공무원 노동조합도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갑질 신고센터’를 상시운영하기로 하는 등 대응에 나서면서 향후 진통이 예상된다.
이처럼 일부 도의원들의 추문이 잇따라 터져 나오자 동료 전북도의원들의 심기도 편치 않다.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자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면서도 도의회 전체 신뢰 추락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도의원은 “이유가 어떻든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을 정도로 낯부끄럽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시선은 자연스럽게 기관의 수장인 김광수 의장에게 쏠리고 있다. 꼬리를 무는 악재에 묻혀 김 의장의 1년 성과와 지도력이 퇴색되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도의회는 이전에도 가끔 일어났던 일이라고 항변하고 있지만 취임 후에 개선하지 못했다는 사실에선 책임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정성환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