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천안지원 제2민사부(부장판사 최병준)는 김 씨가 가짜 편지 작성에 관여한 양승덕(62)·신경화(57)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들은 원고에게 각각 1500만 원 및 이에 대해 2007년 12월 8일부터 올해 6월 9일까지 연 5%의 이자를, 그 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20%의 이자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재판부는 “가짜 편지로 인해 김 씨는 정치권의 기획에 따라 제17대 대선 직전 국내 송환을 선택한 자라는 평가를 받게 돼 사회적 평가가 저하됐다”며 “양 씨와 신 씨의 불법행위로 김 씨가 정신적 고통을 입은 것이 명백하다”고 판시했다.
‘BBK 가짜 편지’는 지난 2007년 제17대 대선을 앞두고 김 씨가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에게 타격을 주려고 당시 여권(현 야당)과의 교감 아래 국내에 입국했다는 ‘기획 입국설’의 근거가 된 자료다.
하지만 검찰 조사 결과, 이 편지는 신 씨의 동생 신명(54) 씨가 김 씨의 미국 로스앤젤레스 구치소 수감 동료인 형으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을 평소 양아버지처럼 따르던 양 씨에게 전달해 상의하던 중 양 씨로부터 ‘김경준이 모종의 약속을 한 후 입국한 것’임을 암시하는 편지 초안을 받아 그대로 대필한 것으로 밝혀졌다.
편지에는 ‘자네가 큰집하고 어떤 약속을 했건 우리만 이용당하는 것이니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신 명씨가 작성한 편지는 양 씨 등을 거쳐 홍준표 당시 한나라당 중앙선대위 클린정치위원장에게 전달됐고, 홍 위원장은 이 편지를 ‘기획입국설’의 증거라고 폭로했다.
이연호 기자 dew9012@ily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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