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 주민들이 1940년대부터 생계 수단으로 이용해온 미국의 ‘윌리스 지프차’는 주민들에게는 절대 없어서는 안 되는 공기와도 같은 존재다. 아니, 공기를 넘어서 마치 신처럼 모시고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유는 ‘윌리스 지프차’가 비포장 산악 도로 위에서도 끄떡없는 데다 사람은 물론이요, 커피 부대, 가축, 농작물 등 온갖 짐을 잔뜩 실어도 전혀 문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사를 갈 때도 짐수레 대신 이용하고 있으며, 이런 까닭에 이 지역 사람들은 지프차를 가리켜 ‘기계 노새’라고 부르고 있다.
지프차를 얼마나 숭배하는지 심지어 매년 지프차를 기리는 행사도 열리고 있다. 매년 6월 전통행사인 ‘이파오’가 열리면 주민들은 거리로 나와 누가누가 지프차에 물건을 더 많이 쌓아 올릴 수 있나 경쟁을 벌인다. 각 지역에서 모인 수백 대의 지프차들이 저마다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가재도구, 농작물, 가축 등을 쌓아올린 모습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농산물 부문(커피, 옥수수, 바나나 등), 이사 부문(가구, 가재도구 등), 자유 부문(온갖 장신구로 꾸민 지프차), 피케 부문(지프차의 뒷부분에 물건을 가득 싣고 뒷바퀴로 행진) 등 4개 부문의 대회도 열린다. 이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피케 대회는 ‘지프 카우보이’들이 달리는 지프차의 앞에 매달려서 버티는 대회로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스릴감이 특징이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