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대구수목원은 수목원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 중에서 322종을 선별해, 전문적인 내용보다는 재미있고 특별한 이야기를 담아 ‘대구수목원의 재미있는 나무·풀 이야기’ 책자를 발간했다.
지금까지 발간된 식물관련 책자들은 전문적인 내용을 주로 담고 있어 일반인들이 읽기에는 너무 딱딱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이번에 발간된 이 책자에는 우리들이 일상에서 한번쯤은 들어본 듯한 식물이야기, 민간에서 오랫동안 약용으로 사용한 약초이야기, 역사적인 사건들과 함께한 식물이야기 등을 수록해, 시민들이 조금 더 친밀감을 가지고 우리 주변의 수많은 나무와 풀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했다.
대구수목원은 이를 위해 지난 1년 간 수많은 식물 관련 고서와 문헌, 민속자료 등을 토대로 수록내용을 조사했으며, 획일적인 식물도감용 사진이 아니라, 식물명과 관련된 사진을 함께 수록해 시민들이 쉽게 이해하고,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했다.
책자 속의 내용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이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가래나무는 그 열매가 농기구 ‘가래’를 닮아 붙여진 이름입니다. 목재의 질이 우수하여 황제의 관을 만들었다고 전해지며, 지금도 가구재로 인기가 매우 높습니다.”
“느티나무는 늘 한결같이 푸르러 ‘늘 티내는 나무’라 하여 늘티나무, 고목이 되면 수피가 벗겨지면서 ‘늦게 티가 난다’하여 늦티나무로 부르다가 느티나무로 부르게 되었습니다. 현존하는 최고 목조건물인 부석사 무량수전의 배흘림기둥이 바로 이 느티나무로 만들어졌습니다.”
“소나무는 으뜸이라는 ‘수리’라는 말이 변한 우리말 ‘솔’에서 유래합니다. 임진왜란 때 거북선과 판옥선은 속도가 느리지만 ‘박치기’ 전문으로 위용을 떨쳤는데, 삼나무와 편백나무로 만들어 무르고 약한 일본 배는 소나무로 만든 우리 배의 박치기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습니다. 또한 벼슬을 하사받은 정이품송 이야기, 재산세를 납부하는 부자나무 석송령 이야기 등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도토리가 달리는 나무를 일반적으로 참나무라고 부르지만, 참나무라는 식물명은 없으며, 상수리나무·굴참나무·갈참나무·졸참나무·떡갈나무·신갈나무 등 6종을 통틀어 부르는 말입니다.”
“국보 제1호는 남대문, 보물 제1호는 동대문이라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천연기념물 제1호는 무엇일까? 바로 대구 도동 측백나무 숲이 천연기념물 제1호 입니다. 측백나무는 마치 손바닥처럼 작고 납작한 잎이 한쪽 측면으로만 자라는 모습을 보고 옆으로 치우친 나무라 하여 측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화살나무는 줄기에 코르크 날개가 달려 있는데, 이 모습이 마치 전쟁터에서 쓰던 활의 살 모양과 유사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대구시 남정문 수목원관리사무소장은 “아이가 태어나면 뜻을 담아 이름을 지어주고 그 이름을 부르며 기억하듯이, ‘대구수목원의 재미있는 나무·풀 이야기’ 책자를 통해 시민들이 식물들의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면서 식물을 더욱 사랑하는 마음을 갖게 되길 기대한다” 고 말했다.
이동주 기자 ilyo8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