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남들이 보기에는 별 일이 아닌데도 막연한 슬픔을 느끼기도 했을 것이다.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이라는 산문으로 유명한 안톤 시나크는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 속의 사건, 사물이 얼마나 자주 슬픔을 촉발시키는지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오뉴월의 장의행렬, 가난한 노파의 눈물, 거만한 인간, 바이올렛 색과 검정색....이 모든 것 또한 우리의 마음을 슬프게 하는 것이다.’
■ 슬픔은 상실에서 시작된다
정신의학자들이 볼 때, 슬픔의 원인은 대개 상실감이라고 한다. 상실(loss)의 대상은 사람, 물건, 지위, 가치로 정리할 수 있다. 사람의 경우,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의 이별이나 죽음, 싸움으로 인해 상대를 영원히 또는 잠시 잃었다는 느낌이 들 때 우리는 슬픔을 느낀다. 소중하게 아끼던 물건이 부서지거나 분실되었을 경우에도 슬픔을 느끼고, 자신의 직장에서 남보다 승진이 늦거나 해고되거나 할 때도 사회적 지위의 상실로 인해 슬픔을 경험한다. 가치는 더욱 심각하다. 내가 소중하다고 여기는 가치를 상대방이 부정하거나 훼손했을 경우, 슬픔이 밀려 온다.
만약 슬픔이라는 감정이 내가 아끼고 사랑하는 ‘대상’의 상실에서 온다면, 슬픔의 반전은 원래의 ‘대상’을 다시 획득하거나, 유사한 것으로 대체할 수 있다면 슬픔은 곧바로 해소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더 큰 기쁨이 되어서 돌아올 수도 있다.
■ 슬픔은 집착으로 증폭된다
슬픔에 빠진 사람들이 더욱 큰 슬픔으로 빠져 드는 이유는 자신이 잃어버린 ‘대상’(사람, 물건, 지위, 가치)을 더욱 강렬하게 회복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되돌릴 수 있는 일이라면 슬픔을 오기로 바꾸어서라도 잃어버린 대상을 회복하는 것이 옳은 일이겠지만, 대개 그런 슬픔은 그리 문제시 되는 슬픔이 아니다,
그래서, 힌두교의 경전인 <우파니샤드>에는 슬픔의 원인을 집착이라고 한다. 내 집착의 대상이었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을 때, 내가 느끼는 상실의 슬픔을 상상해 보라. ‘모든 것이 무너지고 삶의 의미도 없으며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고 느낄 것이다. 내 집착의 대상이었던 직장과 사회의 ‘지위’를 잃었다고 상상해 보라. ‘미래는 사라지고 어디서 어떻게 시작해야 하는지 세상은 절벽 그 자체다’라고 느낄 것이다. 이쯤 되면 슬픔은 더 이상 슬픔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절망으로 증폭된다.
■ ‘빙봉’ 같은 친구가 있다면
오해할 필요는 없다. 슬픈 상황을 만났을 때 마음껏 슬퍼하는 것은 건강한 감정이다. 오히려 슬픔을 숨기려고 하거나, 슬프지 않은 척 하는 것이 훨씬 더 건강하지 못한 반응이다.
올 여름 ‘인사이드 아웃(Inside out)’이라는 애니메이션이 큰 반향을 얻고 있는데, 인간이 느끼는 다섯 가지 감정, 기쁨/슬픔/버럭/까칠/소심을 적절하게 표현해 주고 있는 좋은 영화이다. 주인공인 라일리가 고향을 떠나고, 친구를 떠나며(상실 경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슬픔이라는 감정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다. 라일리의 ‘기쁨’을 관리하는 감정본부는 라일리를 위로하기 위해 ‘슬픔’이라는 감정을 몰아내려고 하지만, ‘슬픔’이 있어서 오히려 라일리는 다시 집으로 돌아올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
여기에서 슬픔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잃어 버린 대상에 대한 집착(라일리의 고향/친구/추억)이 너무 강하여 슬픔이란 감정에 오래 머물러 습관화 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라일리에게는 ‘빙봉’이라고 하는 상상 속의 친구가 있었다. ‘빙봉’은 라일리에게 위로와 공감 그 자체였다. ‘빙봉’은 라일리가 외롭거나 힘이 들 때에만 나타나는 공감의 화신이었다.
슬픔은 공감으로 극복될 수 있다. 나를 공감해 주고 위로해 주는 ‘빙봉’ 같은 친구를 찾아 내거나, 아니면 내 스스로가 누군가의 ‘빙봉’이 되어 공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글_최경춘 한국능률협회(KMA) 상임교수
► 리더십교육/ 성과향상 코칭/ 감정코칭 등 다수 경영분야 강의
► 서울대학교 국사학과/ 미국 University of Washington(MBA)/ 국민대학교 일반대학원 경영학 박사(수료)/ LG 인화원 기획팀장(부장)/ 팬택 아카데미 본부장(상무)/ 엑스퍼트컨설팅 본부장(상무)/ LG CAP,Work-out Facilitator/ Hay Group Leadership Facilitator/ KMA Assessment Center Assesso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