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양 P 중학교 야구부 지도자들이 학생들에게 신체포기각서(왼쪽 원 안 사진)를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안양지역의 명문 야구부인 이곳에서 조폭들이나 불법악덕 사채업자들 사이에서나 쓰일 ‘신체포기각서’를 작성케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해당 야구부는 학생들에 대한 처벌각서 뿐만이 아니라 금품 등 각종 특권과도 연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해당 감독과 코치는 모두 학교를 떠났지만 이를 둘러싼 법적조치와 법정공방이 예고된 만큼 어린 학생들의 상처만 계속 깊어지고 있다.
<일요신문> 취재결과 신체포기각서는 지난해 9월 안양 P 중학교 야구부에서 감독 A 씨와 코치 B 씨, 또 다른 코치 C 씨가 훈련에 필요한 처벌용인각서를 이 학교 야구부 6~7명의 학생과 학부모에게 작성하는 과정에서 발생됐다. 이 중 일부가 충성심이란 명목으로 신체포기각서를 쓰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 야구부 학부모 회장과 감독 A 씨는 당시 이 학교 야구부 코치인 B 씨가 독단적으로 해당 학부모들에게 각서를 작성시켰다며 “감독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각서를 쓰라고 하는 부분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B 코치가 직접 챙기는 일부 부모들에게 요청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취재 과정에서 B 씨는 “본인은 전담이나 전임코치도 아니고, 각서 작성을 독단적으로 지시하고 주도할 수 있는 권한이 없었다”며 “각서 작성에 동참한 것은 맞지만 감독 A 씨의 지시로 이루어졌다”고 반박했다.
또 다른 학부모 D 씨는 “B 코치만 각서를 받지 않았다. ‘신체포기각서’를 포함한 각서는 감독이 직접 받아서 주거나 보관한 것”이라며 “나머지는 총무가 받아서 감독에게 줬다”고 주장했다.
한 학부모는 “감독과 코치들의 처벌이나 강제적인 방침은 학교 체육부에서 공공연히 이뤄지는 일이지만, 신체포기각서는 너무 심했다. 특히 성인도 아닌 어린 학생들이 경험하면 안 되는 공포감과 (언어)폭력 등으로 어른들의 보호나 온전한 교육이 아닌 잘못된 사회에 대한 끔찍한 교육을 받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B 씨는 “A 씨가 감독이 된 후 부정적인 방법으로 야구부를 운영하는 등 문제가 많아 학부모와 학교 측을 찾아 문제를 제기했지만 소용이 없어 지난해 이 코치를 그만두었다”며 “이후에도 학부모들이 야구부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자 A 씨와 학부모회장 등이 나에게 책임을 뒤집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B 씨는 대한야구협회에 해당 사건의 민원을 제기하고 변호사를 선임해 A 씨와 학부모 회장을 상대로 명예훼손 등의 법적인 절차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P 학교 관계자는 “담당자의 휴대전화가 없는 상태로 부재중이다. 해당 사건에 대해 야구부 관련 체육담당자가 조사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지역 신문에 보도된 내용인데 또 다시 기사화할 필요가 있느냐”며 대해 날선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해당 기관(안양과천교육지원청)에서 계속 조사하고 있는 사항”이라며 “결과가 보고 되는 대로 이에 맞는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안양 P 중학교 야구부는 ‘신체포기각서사건’ 외에도 야구부 운영을 핑계로 학부모들에게 비정상적으로 금품을 받고 논란이 일자 이 중 일부를 학부모에게 돌려주는 등 각종 비리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앞서 지난 8월 중순 대한야구협회 산하 경기도야구협회에서 해당 사건에 대한 상벌위원회가 열렸다. A 씨는 10년간 감독자격정지 징계의 최종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입장이다. 뒤늦게 P 중학교도 8월 19일 학교내 위원회를 개최해 사고수습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으며 학교 측은 A 씨의 사표를 7월 말 수리했다.
한 시민은 “이 문제로 지역 야구명문의 이미지가 크게 손상됐다. 학교 및 관계자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학교체육 문제들을 해결했으면 한다”며 “다만, 이번 사건뿐만이 아닌 학교체육 문제에서 결국 아이들이 가장 큰 피해자가 됐다. 학부모들 역시 본인 자식들의 성공도 중요하겠지만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는 환경 제공에 힘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육계 관계자들은 “학교와 교육기관의 학교체육부 운영문제 책임에는 공감하지만, 내 아이 하나쯤이야 하는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학교체육 문제 개선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