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서면포럼과 부산일보사는 8일 오후 3시 부산일보사 10층 대강당에서 <경전선(부전∼사상) 노선변경 및 지하화-부산 도심발전 저해하는 지상철도 절대 반대> 세미나를 개최했다.
[일요신문] 경전선 부전∼마산 구간 복선전철의 서면 도심 지상통과 계획에 강력 반발하고 있는 부산 서면 도심철도 주변 주민들이 해당 구간에 대한 공사부터 당장 중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는 최근 나성린 의원과 새누리당 행복연구원이 경전선 부전∼가야 구간을 지하화 해달라는 주민들의 오랜 민원을 내년 총선공약에 포함시키겠다고 한데 대한 주민들의 응답으로 풀이된다.
특히 주민들은 “가야동과 개금동을 가로지르는 경부선 철로가 폐지되고, 그 기능을 새로 감당할 철로인 ‘범일∼가야선’이 신설된다는 정부계획이 뒤늦게 알려졌다”며 “이렇게 되면 가뜩이나 거미줄처럼 얽힌 철로로 인해 도심발전이 가로막혔던 부암동 철의 삼각지 일대가 더욱 고립화되고 소음·진동에 시달리게 된다. 따라서 부산 도심철도 시설 재배치 계획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고 강력히 요구했다.
이와 같은 주장은 부산서면포럼과 부산일보사가 8일 오후 3시 부산일보사 10층 대강당에서 개최한 ‘경전선(부전∼사상) 노선변경 및 지하화-부산 도심발전 저해하는 지상철도 절대 반대’ 세미나에서 제기됐다.
부산서면포럼 제1차 시민세미나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부산서면포럼 상임대표인 김호남 변호사, 신관우 부산YMCA 이사장을 비롯, 서면 도심철도 주변 주민 등 500여명이 참석했다.
이날 정근 자문위원(정근안과병원 원장)은 기조연설을 통해 “서면 도심철도는 오랜 세월 소음과 진동 등으로 인해 주민들의 건강을 심각히 위협했을 뿐더러 지역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물로써 기능함으로써 주민들의 재산권마저 크게 위축시켜왔다”고 지적한 뒤 “새로운 도심철도는 지하화 함으로써 미래 부산의 100년을 보장할 수 있도록 디자인돼야 한다”고 도심철도 지하화의 당위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어 박종길 미성P&C건설 회장은 ‘경전선(부전∼마산) 복선전철화 사업 구간 지하화 제안’이란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해당 노선은 향후 시속 200㎞ 이상의 고속철도가 다닐 가능성이 큰데도 철도당국에서 이를 숨기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계적으로 도심철도 구간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고려해서 지하화 하는 추세”라면서 “현재 서면 도심구간인 경전선 부전∼가야조차장 구간을 반드시 지하화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의 분위기가 정점에 달한 것은 두 번째 주제발표 시간이었다.
부산 도심철도지하화 추진위원회 이형숙 총괄위원장은 주제발표를 통해 최근 일부 정치권에서의 ‘총선공약’ 발언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면서, 진정으로 지하화를 원한다면 당장 해당 구간의 공사부터 중단시키라고 목청을 높였다.
지난 수 년 간 주민들의 지하화 요구를 반대해온 나성린 의원(새누리당 부산진갑)이 갑자기 ‘지하화 수용’ 쪽으로 입장을 바꾼 만큼, 주민들이 나 의원의 총선 공약 발언을 믿을 수 있도록 해당 구간에 대한 공사 중지를 먼저 이행하라는 것이었다.
이 위원장은 우선 “지난 수 년 간 공청회 2회, 주민설명회 3회 등을 가졌으나 철도당국이나 나성린 의원 측에서는 기술적인 문제들을 들어 한결같이 지하화를 반대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심지어 지난 7월 19일 부암1동 주민자치센터에서 국토부와 철도시설공단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나성린 의원은 지하화를 요구하는 주민들에게 ‘떼쓰기’, ‘선동’ 운운하면서 지하화 반대를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그랬던 나 의원이 내년 선거를 의식해 갑자기 ‘도심철도 지하화’ 문제를 총선 공약화하겠다는 걸 어떻게 액면 그대로 믿을 수 있겠느냐”며 “나성린 의원이나 새누리당이 지하화 총선공약에 대해 주민들의 신뢰를 얻으려면 당장 해당 구간인 부전∼사상 구간 공사부터 중단시켜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이날 새로운 사실을 폭로해 서면 철로주변 주민들을 분노케 했다.
이 위원장은 지난해 12월 2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부산지역 철도시설 재배치 및 발전방안 마스트플랜 수립용역 최종보고서’에 경부선의 사상∼범일역 구간이 폐지되고, 새로 ‘범일∼가야 조차장’ 간 1.91㎞의 선로를 신설해 가야조차장 내 회송선(인상선)에 연결하는 방안이 포함돼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폐지되는 이웃의 철길을 지금도 철도로 고통 받고 있는 부암동 등 도심 쪽으로 끌어당겨 온다는 사실을 얘기한 것이었다.
이에 세미나에 참가한 주민들은 격분했다. 이 위원장과 주민들은 “기존 경전선도 복선전철화하면서 지하화해달라는 입장인데, 지하화는커녕 인근 경부선(사상∼범일)의 기능까지 우리 지역으로 끌어들여 또 하나의 지상 철도를 신설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며 울분을 터뜨렸다.
이 위원장은 “특히 소음과 분진, 진동, 전자파 피해는 물론 도심발전을 저해하는 도심철도를 지하화 해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여야 할 지역 정치인이 되레 앞장서서 자기 지역으로 새로 철도시설을 옮겨달라는 데 동의하고 홍보하고 있다. 이게 제정신이냐”며 강도 높은 어조로 말했다.
이형숙 위원장에 따르면 철도 이전을 추진하고 있는 사단법인 부산도심철도이전추진위원회에는 부산진구를 지역구로 둔 나성린(부산진갑)·이헌승(부산진을) 국회의원이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한편 이날 세미나에서 부산서면포럼 김호남 상임대표는 경전선 부전∼사상 구간의 지하화 요구와 관련해 해당 구간의 즉각적인 공사 중지와 해당 구간의 지하화를 반영하는 설계변경 절차를 조속히 밟을 것을 나성린 의원과 새누리당 행복연구원 측에 촉구하는 결의문을 채택해 발표하고, 이를 전달하기로 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