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고의’의 반대 개념으로서 예전부터 ‘사고(Accident)’라고 하는 용어가 사용되고 있으며, 그 결과가 잘못하더라도 당사자를 비난하는 습관이 없다. 반대로 한국에서는 감정을 이유로 들어 실수 한 선수에게 책임을 물어왔다. 고의인가 과실인지가 아니라 피해 결과가 중요시되어 왔던 것이다.
사고가 발생하면 ‘나쁜 것은 누군가를 결정하여 처벌하고 종결’이라고 하는 고전적인 패턴이다. 그러나 이 사고 처리 방법이 재발 방지라는 관점에서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않은 채, 이대로라면 결코 사건은 종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임 지향형’ 사고의 흐름에 재발 방지를 지향하기 위해서는 ‘대책 지향형’으로의 발상 전환이 필요하다. 사고가 “언제, 어디서, 어떻게 일어났는지?”와 더불어 “왜 일어났는지?”를 조사하고 “어떻게 하면 다시 일어나지 않고 끝낼 수 있을지? 구체적인 대책은 무엇인지?”에 대해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그 대책을 확실하게 실행함으로써 비로소 재발 방지가 가능하게 된다.
차를 운전하고 도로 중앙선을 침범해서 마주 오는 차와 충돌한 교통사고를 보더라도 차의 성능이 좋아 자신도 모르게 과속을 했을 수도 있고, 도로 환경이 현저하게 불량하여 이 부근에서 이전에도 사고가 연속해서 발생하고 있었다고도 생각할 수 있다. 또는 운전자가 피로도가 극에 달했을 가능성도 있으며, 처음 운전하는 차로 아직 운전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밖에도 사고의 원인(중앙선 침범 에러)을 유발한 배후요인이 다수 존재할 가능성도 생각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사고를 ‘운전자의 부주의’로 상대 운전자에게 손해배상을 명하고(실제로는 보험회사가 지불) 종결시켜 버리면 아무런 재발방지대책도 세우지 못한 채로 시간이 흐르고 사람이 바뀌면 다시 동일한 사고가 발생하게 된다.
20세기 미국의 경제학자이며 사회학자인 조셉 슘페터는 변화를 못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즉 사고가 발생할만한 낡은 것들을 빨리 바꾸든지 파괴하든지 해야 하는데 알면서도 변화하지 못하는 이유는 고정 관념, 잘 길들여진 안이한 습관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물건을 만드는 것도 인간, 그것을 유통시키는 것도 사용하는 것도 인간이기 때문에 일단 사고가 발생하면 반드시 인간이 관여하게 된다. 그러나 인간이 단독으로 사고를 당하는 경우는 드물고 주위의 환경, 물건, 규정이나 관리의 문제 등과의 복잡하게 얽힌 가운데 몇 가지의 요인이 상호 작용에 의해 사고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능력이나 한계, 특성 등과 주위를 둘러싼 복잡한 요소와의 접점을 둘러보고 체크해야 하는 의식의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안전보건공단 부산지역본부 김승호 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