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대표가 친박계의 공격에 응수할 수 있는 방안이 뭔지를 놓고 장고에 들어갔다는 얘기가 돌고 있다. 왼쪽 작은 사진은 친박계 좌장 서청원 의원.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청와대 정무특보이기도 한 윤상현 의원이 최근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당 지지율은 40%가 넘는데 김무성 대표 지지율은 20%대에 머물러 있다”고 밝힌 대목은 사실 김 대표에게는 따가운 대목이다. 지금으로부터 딱 일 년 전, 김 대표가 방중 중 ‘개헌’ 이야기를 했다가 청와대와 친박계로부터 맹공이 있었을 때 자세를 바꾼 가장 큰 이유가 이 지지율이었다고 한다. 다음은 김 대표 측근 인사가 밝힌 내용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30%대 콘크리트 지지율을 흡수해야 한다. 김 대표가 22%대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그렇다면 박 대통령 지지자 중 10% 안팎이 김 대표를 차기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말이 된다. 대선 필승의 필요충분조건이 충족될 때까지는 로우키(low-key·저자세)로 가자는 것이 주변부의 권유였다. 그 다음 목표가 새누리당 지지율인 40%대까지 올리는 것이었다.”
윤 의원은 김 대표 주변부만 알고 있는 로우키 행보의 이유를 콕 짚었다. 그러면서 윤 의원은 “내년에 4선이 될 충청권과 영남권에도 대선 후보가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등이 모두 부산 출신으로 김 대표와 겹친다. 부산 몰표는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을 윤 의원이 찌른 것”이라며 “윤 의원의 영남은 대구경북(TK)를 말하는 것으로 경북 경산·청도의 최경환 경제부총리, 충청의 이완구 전 국무총리 혹은 정진석 전 국회 사무총장 등을 두루 언급하고 싶었던 듯 하다”고 짚었다.
그랬던 윤 의원이 최근 경남 함안 출신의 안대희 전 대법관을 만나 내년 총선 출마를 타진했다는 이야기가 나와 관심을 끈다. 두루두루 친박계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윤 의원이 청와대 정무특보임을 떠올리며 “박심(朴心)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풀이도 나오고 있다.
정가의 한 정보통은 “지난 2월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된 뒤 좌클릭하면서 중부담-중복지 등의 노선을 밝힐 때마다 친박계는 사견을 당론화한다고 쏘아붙였다. 기자들이 정색하고 물어보면 얼버무리는 것을 반복하며 일종의 잽을 날렸다”면서 “그러다 큰 한방이 박 대통령 입(배신의 정치를 심판해 달라)을 통해 나왔는데 지금 윤 의원이나 친박계의 언행이 그때와 비슷하다”고 진단했다.
이 정보통 진단대로 윤 의원의 ‘김무성 저격(?)’ 보도가 나온 지 하루 뒤 친박계 맏형격인 서청원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오픈프라이머리 관철에 정치적 생명을 걸고 당선된 김 대표가 앞으로 (오픈프라이머리가) 어려워졌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 떳떳한 입장을 밝히라”고 당 회의석상에서 겨냥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자체 공천 혁신안을 중앙위원회를 통해 통과시키면서 사실상 오픈프라이머리가 물 건너 갈 공산이 커지자 서 최고위원이 나선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대목은 ‘정치적 생명’이라는 표현이다. 친박계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오픈프라이머리가 안 되면 정치생명을 걸었던 김무성이 책임을 지고 물러나라는 뜻이 포함돼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곧 ‘김무성 흔들기’가 본격화할 것이란 말이었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김 대표를 이렇게 몰아붙이는 것은 솔직히 당이 잘 되라는 소리로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북한 도발에 대한 정부의 대응도 그랬고, 노사정위 대타협을 통한 노동개혁 문제도 궤도에 오르는 등 정부를 향한 지지율이 솔직히 고공행진 아니냐”면서 “이 상승곡선에 올라타 추후를 도모해보려는 심정인 것 같은데 과연 청와대 의중이 녹아 있는 것인지는 의문이 있다.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라면 나도 친박이지만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친박계 핵심들이라 할 수 있는 두 의원의 발언이 나온 직후 김 대표 주변부는 들끓어 올랐다고 한다. 여러 언론보도에는 다소 윤색이 됐지만 욕설에 가까운 분노를 표출한 김 대표의 측근 의원들이 많았다는 것이다. A 의원은 “청와대에서도 (윤상현·서청원 의원을) 못 말린다 하더라. 온전히 개인 생각을 저렇게 공론화한 것”이라고 했고, 측근 B 의원은 “새누리당 내에서는 완전 또XX라고 소문이 다 났어요. 상종을 안 해”라고도 했다. 일부 의원들은 윤 의원을 직접 만나 저의가 무엇인지 따져 묻겠다고 했지만 김 대표가 말렸다는 후문도 있다. 전면전의 타이밍이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김 대표 주변에서 흘러나온 듯한 메시지는 압권이다. “민주적인 새누리당에서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얘기다. 국민이 인정해 주는 대선 후보가 당에 많을수록 좋다. 윤상현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주민의 선택을 받아 3선 의원이 되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위였고 롯데가의 사위라는 정치와 경제계에 좋은 인맥의 배경을 갖고 있어서 훌륭한 대선후보군 중의 한 명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가 보더라도 윤 의원을 비꼬는 메시지다.
공교롭게도 새누리당 내에서 이런 촌극이 벌어지고 있던 즈음 민족문제연구소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김 대표 부친 김용주 씨가 명백히 친일반민족행위자라고 주장하면서 새로운 자료를 공개하고 있었다.
민족문제연구소는 김용주 전 전남방직 회장이 국민총력경상북도수산연맹 이사, 국민총력경상북도연맹 평의원, 조선임전보국단의 발기인 및 경상북도지부 상임이사 등 경북 지역의 고위직을 역임하는 한편 일본에 애국기 헌납운동을 선전했고, 조선인 청년들에게 징병제 참여를 촉구하는 일본어 기명 광고를 실었다.
사위의 마약 파문에 이은 그야말로 ‘가족 수난사’를 써내려가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정가의 한편에서는 사위의 마약스캔들과 관련한 일종의 ‘기획설’도 회자되고 있다. 요약하면 이런 식이다. 김 대표 둘째 사위인 이상균 신라개발 대표는 마약 투여 혐의와 관련해 지난 2월 법원으로부터 재판을 받았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9월 당시의 판결문이 흘러나왔다. 그러니 둘째딸과 이 대표가 결혼하기까지 기다린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이다. 결혼 전 이런 사실이 공론화됐다면 김 대표가 결혼을 허락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김 대표는 장고에 들어갔다. 지난해부터 고수해 온 로우키 행보를 계속 이어갈 것이냐를 두고서, 또 극보수층으로부터 인정받는 대권 시간표를 수정해 중도보수층을 타깃화활 것인지 등을 두고서 말이다. 무엇보다 친박계의 이런 노골적인 치고 빠지기에 전면전으로 응수할 수 있는 방안이 뭔지를 놓고 생각에 잠겨 있다는 말이 들린다. 대권가도의 최대 고비를 맞은 지금, 김 대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이정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