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뷔 10주년을 앞둔 황보는 홀로서기에 성공해 현재 ‘예능퀸’과 ‘테크토닉 전도사’로 방송가를 종횡무진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황보의 솔직담백한 캐릭터에 김태진 리포터의 자연스러운 분위기 메이킹 능력까지 더해지자 인터뷰는 내내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그 안에서 진지한 속내가 오가기도 했다.
이렇게 좋은 분위기에서 이뤄진 인터뷰를 통해 <우리 결혼했어요>의 ‘황부인’, 가요계의 ‘테크토닉 전도사’, 그리고 데뷔 10주년을 앞둔 연예인 황보의 인간적인 모습에 입체적으로 다가가 본다.
김태진(김): 괜히 드리는 말씀 아니고 노래 너무 좋아요. 제 미니홈피 배경음악이에요.
황보(황): 아! 진짜요? 감사합니다.
기자: 속지마세요. 태진 씨가 가수 인터뷰할 때마다 하는 멘트예요.
김: 아니에요. 요즘 정말 테크토닉에 빠져 살아요.
황: 기!자!님! 왜 기분 망치게 만드는 거예요? 난 태진 씨 믿어요.
김: 고맙습니다. 이번 앨범 소개 좀 부탁드려요.
황: 장르는 일렉트로 하우스고 춤은 물론 테크토닉이죠. 같은 코드가 계속 반복돼 중독성이 강해요.
김: <일요신문> 주 독자층인 중장년 남성에겐 다소 생소한 개념이에요.
황: 테크토닉은 유럽에서 2000년에 처음 생겨 2~3년 전부터 활성화됐어요. 마니아층에선 인기가 대단하죠. 영국에선 집 나간 애들이 돌아올 정도래요. 방황하던 애들이 테크토닉 대회에 나가 입상한 뒤 댄서로 인정받고 자아도 찾아 집에 돌아오곤 했다니까.
김: 구준엽 씨하고 황보 씨가 남녀를 대표하는 테크토닉 전도사 같아요.
황: 내가 구준엽 씨에게 배웠죠. 작곡가 심태윤 씨하고 구준엽 씨가 함께 영국으로 유학을 다녀왔는데 거기서 테크토닉을 배워왔어요. 셋이 만날 때마다 테크토닉 음악만 듣게 돼 무척 싫었어요. 지겹다고 그만 듣자고 그러면서 조금씩 빠져들었죠. 클럽에 가서 함께 즐기다 문득 즐기는 수준에서 벗어나 테크토닉으로 가수 활동을 해야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처음부터 의도한 게 아니라 제가 좋아서 즐기던 음악을 함께 즐기고 싶어 음반을 내게 된 거죠.
김: 1집 ‘눈물로 미안해서’나 이번 앨범에 실린 ‘성숙’ 같은 노래는 모두 발라드인데 유독 지금 활동하는 ‘뜨거워져’만 댄스곡이에요. 발라드에 대한 애정도 남다른 것 같아요.
황: 난 발라드를 정말 좋아해요.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노래만 부를 순 없잖아요. 노래방에선 발라드를 좋아하지만 무대에선 댄스음악을 해야 더 큰 에너지가 생기는 것 같아요. 대중들도 그걸 더 좋아해주고.
김: <무한걸스>와 <우리 결혼했어요(우결)>로 잘나갈 때 음반까지 냈는데 ‘벌 때 확 땡기자’ 뭐 이런 건가요?
황: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죠. 앞서 말했듯 난 음반 낼 계획이 없었어요. 다만 테크토닉은 내가 잘할 수 있고 또 놀 수 있는 거니까, 클럽에서 늘 즐기던 춤이라 연습도 필요 없고, 그래서 그냥 활동을 시작했을 뿐이에요.
김: 주변 동료들 반응은 어때요?
황: 발라드처럼 <우결>하고 좀 맞는 거 하지 그랬냐, 왜 섹시 여가수들 대거 컴백할 때 같이 했느냐 등등 걱정의 소리가 많아요. 난 그런 거 신경 안 써요. 하고 싶은 음악을 하고 싶을 때 들고 나온 거니까. 다른 가수들 컴백하는지도 몰랐어요. 컴백하는 날 방송국에 갔더니 엄정화 언니가 계시더라고요, 언니도 컴백한다고. 그렇다고 누구 나온다고 피해 나오면 언제 나와요? 앞으로도 난 내가 하고 싶을 때 음반을 낼 거예요.
김: <우결> 얘기로 넘어가죠. 김현중 씨와 연상연하 부부인데 어떠세요?
황: 연하를 만나본 적이 없고 또 연예인도 만나보질 못해 잘 모르겠어요. 다만 나이는 몰랐으면 좋았을 거 같아요. 그래서 연하들이 나이를 속이나 봐요. 나이를 몰랐으면 더 편했을 텐데 머릿속에 이미 후배, 동생이라는 생각이 있어 내가 뭘 해줘야 하나 하는 생각이 먼저 떠올라요.
김: 연하남하고의 결혼은 생각해본 적 없어요?
황: 연하는 절대 관심 없었어요. 그런 일 있으면 그냥 웃었어요. 네가 뭘 안다고, 호기심에 그냥 누나한테 대시하나보다, 그냥 벽을 치고 들었죠. 주위에 연하 사귀는 애들 보면 결국엔 남자가 여자에게 기대게 된다더라고요. 그런 선입견이 강했던 것 같아요.
▲ 8년 전 샤크라 활동 당시(위).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웨딩촬영을 한 황보와 김현중. | ||
황: 그렇게 거부할 필요는 없다고 봐요. 왜 그렇게 연하라는 이유만으로 거부했는지 모르겠어요. 연하뿐만 아니라 아무리 내 스타일이 아니더라도 많은 남자를 만나 보고 싶어요. 아니 이젠 그냥 다 만나보려고요(한숨, 그리고 웃음).
김: 직접 출연해보니 <우결>이 얼마나 리얼인 것 같아요?
황: 결혼에 대한 상상이 대부분 막연하지 <우결>처럼 구체적이진 않잖아요. <우결>을 하면서 아! 정말 결혼하면 이럴 수도 있겠구나 싶은 생각을 많이 해요. 매일 만나는 건 아니지만 녹화 있는 날만큼은 현중 씨를 정말 남편이라고 생각해요. 현중 씨도 그렇고. 남자만 내 남자가 아니지 녹화할 때만큼은 정말 리얼 맞아요.
김: 리얼 버라이어티하곤 잘 맞나요?
황: 요즘 리얼이 대세인데 난 워낙 신인 때부터 리얼이었던 터라 별 어려움 없어요(웃음).
김: 샤크라 멤버들하곤 자주 연락해요?
황: 막내 (이)은이랑 제일 자주 연락하는 편이에요. 은이는 결혼하지 않을까 싶은데 잘은 모르겠어요. 보나는 음악에 욕심이 있어 계속 준비하고 있는 것 같고 려원은 걔네 친오빠 결혼식 때 보고 못 봤는데 벌써 1년이 넘었네요. 한 달에 한 번은 꼭 만나기로 했지만 쉽지 않아요. 먼저 그 약속을 어긴 사람이 나라서 할 말도 없고.
김: 샤크라 해체한 뒤 솔로로 변신했는데 그 과정에서 어려움도 많았다고 들었어요. 소속사와의 불화로 빚도 많이 졌다던데.
황: 전 소속사와의 문제로 고생이 많았죠. 사장이 해외로 도망가 돈을 하나도 못 받았는데 내 소득으로 잡혀있으니 세금은 내야 돼 대출을 받아 빚만 남았어요. 슬픈 건 지금도 그 빚이 남아있다는 사실. 그래서 지금은 소속사 없이 혼자 활동해요.
김: 한때 은퇴까지 생각했다고 들었어요.
황: 그런 생각도 했었지만 연예계에 질리거나 회의를 느껴져서가 아니라 그냥 흘러가는 대로 간 것 같아요. 연예계에서 지내며 굴곡은 있었지만 배가 고프진 않았어요. 욕심이 없었거든요. 다 장단점이 있어요. 그땐 관심 덜 가져주는 게, 그래서 다시 평범한 생활로 돌아간 게 너무 좋았어요. 1년만 활동을 안 해도 차이가 커요. 물론 알아보시지만 우르르 몰려드는 건 아니거든요. 이렇게 조금만 더 쉬면 일반인으로 평범하게 살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좋았어요. 연예인되기 전에도 충분히 재밌게 살았으니까. 버스 지하철도 많이 타고 해외에도 자주 나가고 그랬어요.
김: 대중교통도 이용하세요? 이미지와 전혀 다른데.
황: 평소에도 가끔 이용해요. 특히 겨울엔 모자랑 목도리로 얼굴 가리고 자주 타요. 사람 하나하나 관찰하는 게 얼마나 재밌는데요. 종종 알아보는 분들도 있는데 매너 있는 분들은 조용히 종이하고 팬을 내미세요. 가끔 알아보고 큰 목소리로 황보 아니냐며 요즘 잘 보고 있다며 달려오시는 아주머님들도 있는데,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정말 귀여우세요.
김: 본명이 황보혜정이니까 성이 예명인 셈이네요. 남들이 늘 성만 부르는 게 이상하지 않을까요.
황: 어려서부터 별명이 ‘황보’였던 터라 이름이나 마찬가지예요. 지금도 친한 친구들까지 모두 황보라고 불러요. 혜정은 참 쑥스럽고 설레는 이름이에요. 혜정이라 불러주는 사람은 가족과 남자친구뿐이었거든요. 빨리 혜정이라고 불러줄 애인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정리=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