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념분쟁이나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시위는 점점 퇴색되는 반면 특정집단의 이익 추구를 위한 시위가 증가했고 합법촉진·불법필벌을 기조로 한 경찰의 엄정한 법집행과 시민들의 집회·시위문화 의식향상이 원인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집회현장에서 일부 시위자에 의한 불법, 폭력은 여전히 남아있다.
한 의경대원은 시민들의 차량통행로 확보를 위해 폴리스 라인을 잡고 있다가 집회자로부터 폭행을 당하거나 욕설을 들은 사례도 있었고 견인 준비 중인 불법 시위차량 앞에서 방패를 들고 있다가 다짜고짜 날라차기로 가격당한 사례도 있었다.
또 요구를 관철하기 위해 극단적인 행위를 하는 시위도 잦았다.
자신의 요구대로 재계약이 되지 않자 집회를 명목으로 공사장 입구를 막고 차량통행을 방해하고 크레인위로 올라가 고공시위를 해 공사를 방해한 사례도 있었다.
이와함께 회사 사무실 앞에서 하루종일 확성기로 소음을 유발시켜 정상적인 사무를 방해하거나 통행로에서 적재물을 쌓고 위에 올라가 자신의 몸에 휘발류를 끼얹어 분신할 기세를 보이고 독극물을 마시겠다고 하는 등 협박을 일삼는 경우도 있었다.
과거에 비해 집회시위 문화가 많이 개선되었음에도 일부 불법, 폭력시위는 근절되지 않고 있다.
아무래도 집회현장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음독, 고공시위, 분신 등 극단적 시위자들이었는데 극단적 시위는 표면적으로 집회, 시위의 형태를 나타낼 뿐이지 사실상 상대방에 대한 협박이나 다름 없었다.
극단적 시위자들은 자신들의 요구사항이 법적정당성이 결여대 소송 등 합법적인 절차로는 해결이 어렵고 또 타당성이 부족해 다수 시민들로부터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다.
정상적인 법적절차, 평화적인 집회·시위로는 원하는 바를 이룰 수가 없기 때문에 극단적, 불법행위로 시위 전략을 짜는 것이다.
비극적 결말이 초래되면 ‘정부가 내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비극적인 사태가 벌어졌다’는 식으로 모든 책임을 상대방과 정부에 전가한다.
본질을 호도하고 동정에 호소해 국민의 지지를 얻으려 하는 것이다. 시위자나 경찰, 정부 모두에게 최악의 결과를 가져온 용산 참사가 단적인 예이다.
극단적, 폭력 시위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역설적이지만 극단적 행위를 하는 집회, 시위자의 입장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보통 이들은 상대적 약자, 소수자의 위치에 있고 또 법적 정당성이 부족하여 소송을 통한 해결도 용이치 않다.
하지만 법적 정당성이 없다고 하여 이들에게 억울한 사정이나 고려해 주어야 할 사정이 전혀 없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들에게 억울한 감정을 남기지 않고 또 극단적인 집회, 시위로 비화되지도 않도록 선제적으로 갈등을 해소해 줄 수 있는 조정, 합의기구를 마련하는 것이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조정, 합의를 통해 갈등이 최대한 제도의 테두리 내에서 해소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조정, 합의기구가 마련된다면 사전 갈등조정 및 중재를 통해 대다수 시민이 수긍할 만한 합의안을 도출함으로써 극단적 집회, 시위로 비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만일 합리적인 합의안이 제시되었음에도 이에 불복해 불법적인 집회, 시위를 한다면 그 집회 시위는 더이상 아무런 정당성이 남아있지 않을 것이고 경찰은 불법필벌의 기조로 더욱 단호한 법집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분신 등 극단적인 시위로 비극적 결과가 나오더라도 함부로 정부에 책임을 전가하지 못할 것이고 시민들도 극단적, 과격시위로 인한 결과에 대한 책임은 어디까지나 집회, 시위자에게 있음을 확실히 인식할 것이다.
집회결사의 자유는 헌법상 인정되는 권리이다. 소수집단은 이를 통해 사회적 관심을 모으고다른 시민들의 지지를 구하여 정치적 의사결정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므로, 민주주의 실현에 필수불가결한 권리인 것이다.
기본적으로 법을 준수하고 다른 시민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 집회 결사의 자유도 인정되는 것이지 집회·시위를 가장해 불법을 행하거나 다른 시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행위는 집회의 정당성을 상실시킬 뿐 아니라 시민들의 공감도 받을 수 없다.
특히 오늘날에는 SNS, 드론과 같이 새로운 통신매체, 기술의 발달로 의사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매우 다양하다.
스페인에서 국회가 공공기관 주변에서 시위를 금지하는 ‘시민안전법안’을 통과시키자 한 시민단체는 3D홀로그램 시위를 함으로써 법을 어기지 않고도 스페인 국민의 관심과 지지를 얻었다고 한다.
우리나라 집회, 시위도 더 이상 과거의 구태의연한 과격, 폭력적 방식에 목매달 것이 아니다.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 집회의 효과를 극대화하면서도 다른 시민들과 공존할 수 있는 합법적 집회를 하도록 고민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경남지방경찰청 기동 5중대장 경감 김동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