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목 잡아주는 신발 착용 필수, 무게중심 흩뜨리는 가방은 피해야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내리막 코스? 욕심 버리고 스포츠 자체를 즐겨야
[일요신문] 달리기는 전신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으로 많은 이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새벽녘의 동네 한 바퀴, 헬스장의 러닝머신 및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마라톤 등 달리기는 어디서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그 종류 또한 다양하다.
특히 최근에는 아스팔트 길과 정해진 트랙에서만 달리던 사람들이 자연을 경기장 삼아 달리는 ‘트레일러닝(trail running)에 눈을 돌리고 있다. 트레일러닝이란 산과 들을 비롯한 대자연 속을 달리는 스포츠로 유럽과 미국에서는 이미 대표적인 스포츠로 자리매김했으며, 국내에서도 빠른 속도로 마니아 층이 형성되고 있다.
트레일러닝은 달리기와 등산의 묘미를 전부 맛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지만, 자칫 관절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숙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준비된 신체가 즐거운 트레일러닝을 만든다
트레일러닝에 매력을 느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 아름다운 자연으로 곧장 뛰어드는 것이 아닌, 부상 없는 트레일러닝을 위한 근력과 유연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트레일러닝은 울퉁불퉁한 지면,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코스를 계속적으로 달리기 때문에 평소 자주 사용되지 않는 근육이 사용되고 이를 받쳐줄 수 있는 상당한 근력이 필요하다.
서울부민병원 관절센터 강태환 과장은 “트레일러닝 시 급격한 방향 전환 및 달릴 때 무릎에 가해지는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무릎 주변 근육과 허벅지 뒤쪽 근육인 햄스트링 강화 운동이 선행되어야 하며, 신체에 유연성을 확보해 각종 부상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만일 허벅지 뒤쪽 가운데 부분을 누르거나, 다리에 힘을 준 상태에서 무릎을 굽혔을 때 허벅지 통증이 심하다면 햄스트링 부상을 의심할 수 있다.
-신발, 배낭 등 적절한 장비 착용으로 더욱 안전하게 즐겨야
트레일러닝을 보다 안전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적절한 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발목을 잡아주고 접지력이 좋은 신발을 착용해야 발목 염좌를 비롯한 관절 부상을 최소화 할 수 있다.
발목 염좌는 흔히 ‘발목이 삐었다’라고 표현되는 질환으로, 발목이 심하게 꼬이거나 접질렸을 때 발목 관절을 지탱하는 인대들이 손상을 입어 발생된다.
서울부민병원 관절센터 강태환 과장은 “발목 염좌는 발이 안쪽으로 꺾이면서 발목 바깥쪽 인대에 손상을 입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부상 후 조기 치료 없이 방치하면 만성불안정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트레일러닝 시 일반 배낭을 착용하면 달릴 때 흔들림이 심하고 무게중심이 흐트려져 부상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배낭은 조끼처럼 등에 밀착되는 형태의 제품을 착용하는 것이 좋으며, 비교적 가벼운 물건은 배낭 하부에, 중량이 나가는 물건은 위쪽에 배치해 체감 하중을 가볍게 만드는 것이 부상을 예방하는 방법 중 하나다.
또 물통은 큰 사이즈로 한 곳에 꽉 채워 넣기 보다는, 작은 물통 여러 개를 채워 배낭 앞뒤에 담는 것이 좋다. 최근에는 배낭에서 꺼내지 않고 손쉽게 호스를 이용해 마실 수 있는 장비인 하이드레이션백 등 편리하고 안전하게 트레일러닝을 즐길 수 있는 장비들도 시중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좋은 기록 위한 욕심은 금물, 입문자는 트레일러닝 자체를 즐겨야
트레일러닝은 자연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스포츠라는 점 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국내외 다양한 대회가 매년 개최되는 만큼 이 역시 순위를 정하는 승부의 스포츠다.
하지만 좋은 기록을 위한 과도한 욕심은 부상과 직결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특히 트레일러닝의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구간은 내리막 코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 오르막길 보다 더욱 속도를 내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하지만 산길을 내려올 때는 보통 본인 체중의 3~5배 정도의 하중이 무릎에 실리기 때문에 그만큼 관절 손상의 위험이 높아진다. 따라서 평소 무릎 주변을 비롯한 근력 강화는 물론, 기록에 얽매이기 보다는 트레일러닝 자체를 즐길 수 있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입문자의 경우 동네 뒷산부터 시작해 자신이 소화할 수 있는 코스를 선정하고, 그 강도를 조금씩 늘려주는 것이 좋으며, 무턱대고 유명하고 높은 산을 정복한다거나 처음부터 큰 대회를 준비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