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영 전 경기도 행정1부지사.<사진=일요신문>
[일요신문] 박수영 전 부지사 “돌이켜보면 이룬 것도 아쉬운 것도 많았다···입법활동할 정책 많이 남아있어”
지난 9월 30일 박수영(52) 경기도 행정1부지사가 퇴임했다. 박수영 전 부지사는 공식 퇴임식 대신 노숙인과 노인 100여명에게 무료급식 봉사로 6년간의 경기도청 업무를 마무리했다. 이에 박수영 전 부지사가 내년 총선을 위해 명예 퇴임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박 전 부지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박수영 전 부지사는 부산 출신으로 서울대법대, 하버드대 대학원 정책학 석사, 버지니아 폴리테크닉주립대 행정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행정고시 29회 합격 후 안전행정부 인사기획관, 경기도 경제투자실장, 기획조정실장, 행정1부지사를 역임했다. 특히,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판교테크노밸리를 비롯해 판교환풍구 사고수습과 사전컨설팅 감사제 도입 등의 숨은 공로자가 박수영 전 부지사인 사실은 도청내에서도 자자하다. 경기도 정책브레인이라 불리는 박수영 전 부지사를 만나 행정가로서의 소회와 총선출마 등 자신의 계획에 대해 들어보았다.
- 경기도의 최근 비중 있는 정책이나 사업은 박수영 전 경기도부지사가 연관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들었다. 정책이나 사업성과와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지.
글쎄요. 성과는 다른 분들이 평가해 주셔야 하는 것 아닌지?(웃음) 기조실에서 재임기간 중 스물 몇 가지 도정 주요과제를 제가 해결했다고 자료를 만들어왔었다. 개인적으로는, 허허벌판 판교테크노밸리를 한국판 실리콘밸리로 만든 것, 판교환풍구 사고를 57시간 만에 수습하고 유족들과 원만한 합의를 만들어낸 것, 그리고 사전컨설팅 감사제도를 도입한 것 이 세 가지를 꼽고 싶다. 첫 번째 것은 경기도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경제심장이 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두 번째 것은 갈등관리에 있어 세월호 모델과는 다른 모델도 있다는 대안제시를 했고, 마지막 것은 110만 공무원이 복지부동에서 탈피하는 기초를 만들었다고 본다.
반면, 긴 공직을 마무리하는데 아쉬운 점도 너무 많다. 하드웨어적 사업으로는 이화여대 파주 캠퍼스 유치가 무산된 것과 화성 유니버설 스튜디오 유치가 지연되고 있는 것 이 두 개가 가장 아쉽다. 둘 다 거의 합의에 이르렀는데 외부적인 요인이 개입되면서 마무리를 짓지 못한 사업이다. 그래도 파주는 이대 대신 폴리텍 경기북부 캠퍼스를 유치해서 진전이 있었고,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법령 개정으로 새로운 전기가 만들어져가고 있다. 소프트웨어적 사업으로는 청년실업이다. 여러 가지 방책을 써 봤지만 제 재임기간 중 청년실업률이 별로 떨어지지 않았다. 너무 안타깝고 송구스러워서 퇴임 후 첫 달치 연금을 청년희망펀드에 기탁하기도 했다.
- 누구보다 현재의 경기도를 잘 알고 있을 것 같다. 박수영 전 부지사가 바라보는 경기도에 대한 조언이 있는지.
경기도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최대 지방자치단체이고, 경제심장이다. 금년 4월에는 대한민국 일자리의 73%가 경기도에서 만들어지기도 했다. 광역자치단체가 17개니까 1/17만 하면 되는데도 말이다. 경기도가 만들면 대한민국 스탠더드가 된다. 일자리센터, 무한돌봄, 사전컨설팅감사 등 경기도가 우리나라를 선도한 많은 선례가 있다. 이런 경험, 이런 위치를 늘 염두에 두고, 경기도만이 아닌 대한민국을 책임진다는 자세로 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 남경필 지사가 업무파악, 사람파악이 완전히 끝났다고 본다. 그간 많은 새로운 과제들을 던져 주셨는데 이제 이걸 잘 집행해야 하는 짐이 경기도 공무원들 어깨에 지워져 있다고 본다. 비상한 각오와 팀웍으로 집행해 나가야 할 것이다..
- 최근 내년 총선 출마를 결심한 것으로 언론에 보도되고 있다. 공직 퇴임 이후 계획이나 각오가 있는지.
글쎄요. 어디서 무엇을 하게 될지 아직 정확하게 마련된 것은 없다. 다만, 1985년 11월 30일, 행시 29회 합격증서를 받던 날 다짐했던 공인으로서의 자세는 평생 잊지 않고 살아갈 작정이다. 저는 정책전문가이고 갈등해결 전문가이다. 허망한 얘기, 구름 잡는 얘기는 전문가가 할 일이 아니다. 싸움을 부추기거나 대안 없이 비판만 하는 건 해결사가 할 일이 아니다. 우리 사회 많은 부분이 아직 허망하거나 이데올로기적이거나 싸움판이다. 이걸 바꿔야 대한민국이 산다. 저 같은 정책전문가, 갈등해결 전문가가 필요한 영역이 꼭 있을 거라고 본다. 개인적으로는 그동안 페북에 300개 이상의 정책제언을 포스팅(“박수영의 생활정책”이라는 제목)해 왔다. 행정에서 할 수 있는 정책들은 웬만큼 다 완수했고, 입법활동으로 해야 할 정책들이 많이 남아 있다. 이런 정책들이 실현되는데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정도의 꿈을 가지고 있다. 그 과정에서 싸움판으로 변하기 일쑤인 우리 사회가 보다 합리적인 토론과 수렴과정을 거치는 보다 성숙한 민주주의로 커나가는데 기여했으면 한다.
서동철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