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시와 주문진항 좌판상인들이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을 둘러싸고 3년째 갈등을 빚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지난 10월 28일, 주문진항 좌판상인 120여 명이 서울 국회 앞으로 상경해 피켓시위를 벌였다. 지난 2013년부터 오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노후화된 시설을 보다 안전하고 쾌적하게 개발한다는 명목으로 추진이 본격화된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에 좌판상인들이 제외됐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미 좌판상인들은 지난 8월, 강릉시를 상대로 행정심판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소장 내용은 대략 이러하다. 2013년 최초로 강릉시는 주문진항 부둣가 1300㎡ 120점 규모로 영업하고 있는 좌판상인들에 대해 현재의 노후화된 시설을 철거하고, 기존의 집단상가가 들어서 있는 국유지 땅 일부에 부지를 마련해 재정비를 제안했다. 하지만 강릉시는 이후 기존의 집단상가 상인들이 이를 반대한다는 이유로 제안 자체를 철회했다는 것이다.
또한 소장을 통해 좌판상인들은 사업에 본인들이 제외된 배경에는 집단상가와 강릉시 사이의 금품거래를 포함한 유착관계가 자리하고 있으며, 사업추진위 역시 이들을 위주로 꾸려졌다고 주장했다.
좌판상인들의 국회 앞 시위 모습.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일요신문>은 지난 11월 4일, 현장을 찾았다. 새로운 건물이 건축될 예정인 집단상가 부지는 이미 깨끗하게 기존 건물을 허물고 공사에 들어가기 직전이었다. 이에 반해, 좌판상인들의 수산시장은 실제 해안과 근접한 부둣가 바로 위에 엉기성기 노후화된 천막들로 이뤄져 있었다. 천막 뒤로는 선박들이 정박해 있었다. 한눈에 봐도 정비는 필요해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집단상가와 강릉시의 유착관계 및 특혜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며, 형평성을 이유로 집단상가와 동일한 조건으로 좌판상인들 역시 현대화사업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최근 강릉시가 이에 대한 반격(?)을 시작했다. 강릉시는 좌판상인들이 제기한 행정심판소송의 일부 첨부자료가 ‘유출자료’란 이유로 비밀누설 혐의로 검찰에 고발장을 제출하며 수사를 의뢰했다. 한 마디로 해당 첨부자료는 정식으로 정보공개 청구를 하지 않고 불법적으로 획득한 자료라는 것이다. 특이한 점은 강릉시가 검찰에 해당 이유로 고발장을 제출했지만, 특정인을 지목하진 않았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지역에선 좌판상인들의 소송 및 대응을 도와주고 있는 지역의 한 야당 소속 시의원이 이를 상인들에게 건넸다는 사실을 인지한 강릉시가 해당 시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소송을 제기했을 것이란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해당 의원은 다름아닌 기세남 새정치민주연합 강릉시 의원이다. 현지에서 만난 한 지역상인은 “기 의원이 우리들을 도와준 것은 사실이지만 절대로 우리를 선동한 것은 아니다”라며 “강릉시는 이를 알고 결국 기 의원을 견제하기 위해 술수를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문진항 좌판 상인들은 수산시장 현대화 사업에서 제외됐다고 반발하고 있다. 최준필 기자 choijp85@ilyo.co.kr
이에 대해 <일요신문>과 통화한 강릉시 관계자는 “절대 기세남 의원 등 특정인을 지목한 것이 아니다”라며 “해당 자료 유출 과정을 검찰에 수사 의뢰하기 위한 것일 뿐”이라고 앞서의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정했다.
그렇다면 해당 자료는 어떻게 유출된 것일까. 이날 현지에서 만난 의혹의 당사자 기세남 의원은 뜻밖의 답을 내놨다. 기 의원은 “내가 건넨 자료가 맞다”라며 “이미 지역 언론을 포함해 수차례에 걸쳐 이를 공식화했지만 강릉시는 알면서도 ‘특정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답하고 있다. 우습지 않나. 결국 강릉시는 나를 겨냥해 고발장을 제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주장을 종합해보면 강릉시는 기 의원이 좌판상인들을 선동하는 것을 염려해 이미 모든 것을 알면서도 검찰에 압박용 수사를 의뢰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주문진 수산시장 현대화사업을 둘러싼 좌판상인들과 강릉시 사이의 갈등은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강릉시가 ‘문서유출’ 명목 하에 한 지역 정치인을 탄압할 ‘불순한’ 목적으로 검찰 수사를 의뢰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확산되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 강릉시는 이러한 의혹을 포함해 좌판상인들이 제기하는 ‘집단상가와의 유착관계’, ‘재개발 사업의 불법성’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2013년에 현재 개발부지에 좌판상인들을 포함하고자하는 안이 나왔던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 집단상가의 반대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라면서도 “하지만 좌판상인들은 ‘면적 확대’는 물론 엄연히 허가를 받은 집단상가와 다르게 무허가인 상황에서도 동일한 조건을 제시하는 등 무리한 요구가 있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또한 좌판상인들은 국유지의 설치물(건축물)을 자치단체가 기부채납 받을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강릉시는 이미 관리권을 정부로부터 위임받았기 때문에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집단상가와의 유착관계 역시 전혀 사실이 아니다. 모두가 주목하고 있는 사업인데 그것은 불가능하다”라고 항변했다.
오히려 강릉시 관계자는 “좌판상인들이 감사를 청구해 집단상가 일부의 전대행위가 적발된 바 있는데, 오히려 일부 좌판들은 무허가임에도 불구하고 전대행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현재 강릉시는 좌판 운영 실태조사를 하고 있는데 상인들은 전혀 협조를 하지 않고 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느냐”고 좌판상인들의 불법 전대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이 관계자는 “현재 좌판시장은 시설 노후화로 붕괴, 화재, 식중독 등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절대 상인들의 장사를 못하게 하려고 하는 게 아니다. 정비가 필요하다. 현재 상가부지는 아니더라도 현 자리에서라도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강릉=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