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기원에 나오는 손님들은 중반전이 바둑의 엑기스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치고받는 재미, 걸음아 날 살려라, 달아나는 쾌감, 바둑판 끝까지 쫓아가는 통쾌함, 반격과 역전의 짜릿함, 중반전은 정말 신나는 무대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한 중반전 안내서다. 제목부터가 우리 동네 애기가들의 ‘중반 본능’을 대변하고 있다. ‘진격의 중반전’이다. 기원 손님들이 좋아하게 생겼다. 중반전 책은 물론 많고도 많은데, 대부분은 공격이면 공격, 타개면 타개, 하는 식으로 각론 위주의 설명이네, 이 책은 좀 다르다. 프로 고수의 실전보에서 재료를 발췌해 중반의 긴 과정을 따라가면서 형세판단을 곁들여,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장면들을 보여주고 있다. 새로운 시도로서 그 수고가 만만치 않았을 것으로 짐작이 된다. 기보 채취도 채취려니와 그걸 흐름에 맞게 나누고 변화의 갈래를 추적한 것은 상당한 공력이라고 하겠다.
기원에 나오는 손님들은 돈을 벌거나 출세를 하려고 바둑을 두는 것이 아니다. 그저 ‘생활의 즐거움’ ‘즐거운 삶’을 위해 일상의 전장을 바둑판으로 옮겨서 마음껏 달리고 싶어서일 것이다. 그래서 오로지 진격!~인 것.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나오면 그냥 흉내만 내셔도 좋다. 줄기차게 진격하다보면 어느새 포석도 탄탄해지고 끝내기도 정교해질 것이며 사활도 밝아질 것이다.
지난해 30대 중반의 나이로 타이틀에 복귀해 우리 바둑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던 목진석 9단이 감수를 맡았다. 더디퍼런스 발행, 이하림 편저, 352페이지, 1만 6000원.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