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호철
그동안 강팀으로 지목되던 서울 건화, 서울 천일해운, 대구 덕영치과가 그랬듯 이번 시즌 킹스톤커피의 대약진은 선수들의 선전 못지않게 임원진·코칭스태프의 관심과 지원이 팀 성적을 좌우한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켰다. 올해 팀을 만들어 첫 출전한 포항 영일만이 포스트시즌에 합류한 것도 팀 창단을 주도한 포항바둑협회는 물론 바둑계의 소문난 후원자 ‘알룩스’(회장 백정훈)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
경남 킹스톤커피의 신장개업과 함께 취임한 이종욱 단장은 대한지적공사에서 정년퇴임하자마자 고향 경남 바둑을 위해 팀에 합류, 화통한 리더십으로 팀 분의기를 일신했다. 원래 산타기와 약초 채집에 조예가 깊어 주변에서는 100% 믿을 수 있는 ‘심마니’로 통한다. 킹스톤커피가 무풍대로를 질주하는 것을 보고 사람들은 “단장이 선수들에게 뭔가 인삼 녹용 같은 걸 먹인 게 아니냐”면서 웃었다.
심재용 감독은 바둑계 공식 데뷔는 그리 길지 않지만, 등장하면서부터 ‘탁월한 스카우터’의 수완을 발휘하고 있는 지장이다. 경남 함안군 팀으로 시작해 바닥권에서 3년 만에 정상에 올랐으니까.
내셔널리그에 출전한 선수들의 대국 모습. 경남 킹스톤커피가 통합챔피언 영예를 안았다.
“화기애애한 팀 분위기가 만든 결과다. 양덕주 선수(시니어)와 류승희 선수(여성)가 들어온 올해, 처음에는 서로를 잘 몰라 어색했지만 차차 분위기가 좋아졌다. 실력도 모두 탄탄해서 각자 자신이 성적에 부담을 느끼지 않았던 게 팀 전력 유지·향상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작용했던 같다.” 심 감독의 말이다.
“정규리그에서는 그저 그런 정도였던 양덕주 선수와 전준학(주니어) 선수가 포스트시즌에서 분전한 것도 우승 요인 가운데 하나. 양덕주는 플레이오프 때 1국에서 포항 영일만의 여자 강호 전유진(여성) 선수를 격파했고, 전준학은 챔피언언 결정전에서 김창훈 선수(충청북도)에게 이겼는데, 이게 1승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승부의 분수령이었다.”
예년에 비해 전력은 좀 떨어진 것 같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끈기와 정신력으로 서울 건화와 서울 천일해운 등 난적을 격파하고 챔피언결정전까지 치고 올라갔던 충청북도는 준우승에 머물렀다. 충청북도 김만수 감독은 “킹스톤커피가 센 것 맞는데, 감독이 오더를 잘못 짠 것도 패인이다. 마지막까지 상대팀 오더를 예상하기 어려웠다. 다 내 탓이다. 초반에 화력을 집중시키지 않았던 것이 후회되는 대목”이라면서 내년을 기약했다.
이광구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