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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월 부천과의 경기중 벤치앞에 서있는 이태호 감독 | ||
이 사건 이후 프로축구 감독들의 피말리는 승부 세계가 잠시 관심을 모은 적이 있었다. 최근엔 대전 이태호 감독이 목 디스크로 상당히 고생을 하고 있다. 엄청난 중압감의 스트레스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오직 감독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아파도 표현하지 않고 포커 페이스로 일관하는 그들의 말못할 가슴앓이를 따라가 봤다.
프로축구 감독들은 곧잘 ‘승부사’라는 말로 비유된다. 분명 이 말이 주는 느낌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여기엔 겉으로 보이는 화려함만큼이나 속으로 극복해야 할 어려움도 많다는 걸 내포한다. 권투 선수들이 일반적으로 한 게임을 뛰고 나면 3∼4kg의 몸무게가 준다. 축구 선수들도 차이는 있겠지만 2kg 정도의 체력 소모는 기본이다.
그렇다면 프로축구 감독들은 어떨까.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보기만 한다고 해서 우습게 보면 큰 오산이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중압감에 시달리다 보니 일선 감독들은 한 경기를 마치고 나면 선수들 못지 않게 체중이 빠지는 걸 느낀다고 호소한다.
감독들은 “스트레스 안받는 직업이 어디 있겠느냐”면서 애써 겸손(?)한 자세를 취하려고 하지만 어쩌면 이 말은 “이것처럼 스트레스 많이 받는 직업도 없다”는 말로 풀이할 수도 있다. 선수들이 훈련하면서 맥박이 1백80까지 오른다고 하지만 감독들이 그라운드에서 흥분하게 되면 이 수치를 가볍게 넘긴다고 한다. 항상 긴장을 유지하다 보니 심장과 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보고서도 발표된 바 있다.현재 일선 감독들 대부분이 고통을 호소하는 부분은 어깨와 허리 등 근육 통증이다. 긴장과 흥분을 오가며 두 시간 가까이 팔짱을 낀 채 고정적인 자세를 유지하다 보니 경기를 마치고 나면 심할 경우 두세 사람이 달려들어야 풀릴 정도의 뻣뻣함과 뻐근함을 맛본다.
대전 이태호 감독도 바로 근육 경직이 목 디스크로까지 이어진 케이스다. 현재 이 감독의 상태는 왼쪽 새끼손가락이 저리고 심할 땐 마비 증세까지 나타나고 있다. 시간을 내서 물리치료를 받고 있지만 시즌 중이라 맘놓고 병원을 다닐 수도 없고 6개월에서 길게는 1년까지 치료 기간이 연장될 수 있어 이래저래 맘 고생이 심한 상황이다.
이 감독은 “지난 수원전(8월4일) 이후 몸에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경기에 상당히 흥분했던 것 같다. 심하면 허리까지 부담이 갈 수 있다는데 현재로서는 그나마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지금도 이해할 수 없는 심판 판정을 생각하면 뒷목에 통증이 느껴진다”고 말해 올해는 심판 판정이 감독들의 건강에 엄청난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게 한다.
프로축구 감독들은 배구, 농구, 야구 감독들에 비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한다. 다른 종목은 작전 타임이라든지 공수 교대 시간에 감독이 맘에 담고 있는 말을 털어낼 수 있지만 축구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 이 때문에 ‘아웃사이더’로 지켜봐야 하는 감독의 속은 더욱 까맣게 탈 수밖에 없다. 또한 현재 대부분의 감독들은 서서 경기를 지켜본다. 벤치에 앉아 있으면 불안감이 엄습해 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감독들 대부분은 허리에 통증을 달고 다닌다. 가끔 흥분해서 오른발로 땅을 자주 차 관절이 안 좋은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어쩌면 이 정도는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지만 감독들이 정작 힘들어하는 부분은 정신적인 스트레스다. 성적 제일주의의 프로무대에서 성적은 곧 감독의 운명의 끈과 직결되어 있다. 구단의 눈치도 봐야 하고 팬들의 시선도 의식해야 한다.
고 신윤기 감독도 “어느날 갑자기 감독직을 맡았듯 어느날 느닷없이 전임자와 같이 일방적인 구단의 해임통지를 받을지 모른다”며 프로세계의 비정한 풍토에 대해 가슴앓이를 한 적이 있었다. 최근 부천 최윤겸 감독 사태도 이런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 구단의 고유권한처럼 되어버린 국내 프로축구계의 현실에서 감독의 입지는 좁기만 하다. 오죽하면 감독을 파리 목숨에 비유할까. 히딩크 감독의 화려한 어퍼컷 세리머니가 여전히 팬들의 뇌리에 각인되어 있겠지만 국내 프로축구 감독이라는 자리는 여전히 외로워만 보인다.
김남용 스포츠라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