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은퇴한 야구인 A씨는 “선수들 사이에서 근육 강화제는 일상화돼 있다.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복용한다. 주로 웨이트 트레이닝을 많이 하는 겨울과 체력이 소진되는 여름에 주로 이용하고 외국전지훈련지에서 직접 구입해 온다”고 밝혔다. 특히 외국 용병이 들어오면서 국내 선수들이 큰 영향을 받았다고.
서울에 소속팀을 둔 야구선수 K의 아내는 “남편이 외국으로 훈련 갔다올 때 반드시 구입해오는 게 그 약이다. 약이 떨어지면 남대문시장 수입판매상에게 부탁하기도 한다. 때론 헬스클럽에서 강사의 권유로 먹기도 하는 것 같다. 근육이 발달하고 지구력이 늘어나고 살이 찌지 않아 애용한다”면서 “좀 걱정이 되는 건 약의 효능과 부작용에 대해 정확히 모르고 먹는 점”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나 정작 선수들은 스테로이드 복용 여부에 대해 대부분 소문과 사실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투수 L은 “타자보다 투수들이 스테로이드를 더 많이 먹는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약은 먹지만 스테로이드가 아닌 비타민이나 영양제가 대부분이다. 한번 그런 약을 먹기 시작하면 자꾸 약에 의존하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피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팀의 간판타자로 활약하는 L은 “극히 드물지만 엉덩이에 근육 강화제 주사를 맞는 선수가 있다고 들었다. 주사는 먹는 약보다 10배 이상의 효과를 본다고 한다. 하지만 강한 효과만큼 부작용도 클 것 같아 선수들이 꺼린다”고 설명.
올시즌 미국 메이저리그의 ‘홈런왕’ 배리 본즈가 크리에이틴이라는 근육강화제의 일종인 약물을 복용하고 있음을 밝혀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킨 적이 있었다. 또 96년 내셔널리그 MVP였던 샌프란시스코의 켄 케미니티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복용이 사실임을 인정했고 은퇴를 선언한 메이저리그의 강타자 호세 칸세코가 “메이저리그 선수 중 85%가 호르몬 강화 약물인 스테로이드를 애용한다”고 밝혀 적잖은 파문을 낳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보면 대다수 국내 선수들은 여전히 스테로이드 등의 금지 약물의 복용을 자제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일반적인 흐름에 조금씩 이상기류도 감지되고 있어 구단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