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코델타시티 예상 조감도.(사진제공=부산시)
[일요신문] 부산시가 최대 역점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에코델타시티가 사업 초기부터 말썽이다. 사업시행자인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건설 기초공사를 위한 토양오염조사를 실시하면서 수박 겉핥기식에 불과한 조사를 진행했다는 비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업 대상지역이 과거 오염시설이 산재해 있던 곳임에 따라 환경단체 등이 토양정밀조사에 대한 민원을 줄기차게 제기했음에도 불구, 이를 무시하고 이와 같이 조사를 강행한 것으로 드러나 향후 거센 마찰이 예고되고 있다.
에코델타시티 조성사업은 부산시 강서구 명지동·강동동·대저2동 일원 11.88㎢(360만평) 규모의 부지를 친수구역으로 조성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사업시행자로는 부산시·한국수자원공사·부산도시공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사업기간은 2012년부터 2018년까지이며, 총 사업비는 5조 4,386억 원에 이른다.
부산시는 이곳을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과 김해공항·부산신항 등과 연계한 산업물류 중심도시로 조성한다는 복안이다. 특히 시는 이곳을 자연형 하천을 적극 이용하는 친수·생태형 수변 자족도시로 가꿀 계획이다.
사업이 완료되면 에코델타시티는 주택 3만호(단독 1,747, 공동 28,291)가 공급돼 인구 7만5천여 명을 수용하게 된다. 전체 사업의 경제적 효과는 7조8천억 원, 고용창출은 4만3천명에 이를 전망이다.
이렇듯 부산시가 서부산권의 미래를 위해 중점 추진하고 있는 이 사업이 초기부터 논란에 직면한 것은 시행자인 한국수자원공사(공사) 등이 최근 실시한 토양오염조사가 일반적인 상식에 너무나도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공사 등은 최근 전체 사업부지 11.88㎢ 가운데 23개 지점에 대해 시료를 채취해 오염조사를 진행했다. 결과는 중금속 검출량이 전부 기준치 이하로 나오는 등 전체적으로 양호했다.
문제는 결과가 아니라 방식에 있다. ‘토양환경보전법’ 제2조 제6호 및 동법 시행규칙 제1조의 4에 따른 ‘토양정밀조사 지침’은 토양정밀조사의 조사항목, 시료채취 방법 등 세부사항을 정해놓고 있다. 이 지침은 폐기물 매립 및 재활용지역일 경우 토양오염조사 시 20,000㎡ 당 1개 이상의 지점에서 시료를 채취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에코델타시티 사업 부지는 과거 고물상 등이 난립해 폐기물이 다량 매입돼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곳이다. 따라서 위 세부사항을 에코델타시티 전체 부지에 그대로 대립하면 해당 부지는 토양오염조사를 실시할 때 590여개(1,188만÷2만=594)가 넘는 지점에 대해 시료채취를 해야 한다. 공사 등이 23개 지점에 대해 시료를 채취해 실시한 토양오염조사가 얼마만큼 요식행위에 불과한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대목이다.
시료채취 지점이 적은 것도 문제지만 채취지점을 공사 등이 임의로 정한 것도 논란의 대상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오염이 우려되는 지점을 의도적으로 피해 조사를 진행했을 수도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로 인해 중금속 검출량이 기준치 이하로 나온 조사결과 자체가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린라이프네트워크 백해주 단장은 “그 동안 다른 단체들과 함께 줄기차게 토양환경보전법에 의거한 조사를 실시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요구가 묵살되고, 결국 이와 같이 부실한 조사가 이뤄지고 말았다”며 “강서구 등 관할 지자체가 입회한 가운데 조사지점을 선정한 후 법에 따른 재조사를 즉각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수자원공사 관계자는 “환경단체 등의 요구를 면밀히 검토한 후 내부 논의를 거쳐 곧 대책을 내놓겠다”고 말했다. ‘재조사를 진행할 의향이 있다는 뜻이냐’고 재차 묻자 “그건 아직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서부산권의 미래 청사진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에코델타시티 사업이 이와 같이 기초 단계에서부터 논란의 늪에 빠져있다. 이런 가운데 부산시·한국수자원공사·부산도시공사 등 사업시행자가 비용지출을 다소 감안하더라도 당초 환경단체 등의 요구를 수용했어야 하지 않았냐는 지적이 점점 힘을 얻고 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