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일 몬트리올에서 활약중인 김선우 선수가 귀국하면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공항에 도착한 김선우는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그러나 그는 곧 시차적응에 들어갔고 망가진 몸을 추스르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에 들어갔다. 지금 김선우는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각오를 갖고 있을까.
지금 상황에서는 김선우는 선발 출장, 팀에서 붙박이 투수로 활약하는 것이 가장 큰 관건이다. 그것 외에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자신은 절대 조급해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결과를 먼저 생각하면 답답할 뿐 얻는 것이 없어서 마음을 느긋하게 갖는다는 것. 첫 승리투수나 완봉승을 눈앞에 두고 크게 집착하지 않은 것에서 마음을 비운 김선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보스턴에 의리 지키려 했지만 아무 소용 없어” ‘메이저리거’ 적응중 | ||
김선우도 그랬지만 김선우의 부모도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김선우의 병역 문제가 해결되길 간절히 바랐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는 해외파에 대한 배려는 전혀 없었다.김선우는 “매년 군대문제에 대해 고민을 한다. 그러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의 야구 생활에 대해서만 신경 쓰기로 했다. 올림픽 선발에는 기대를 가지고 있지만 그건 그때 가서 이야기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아버지 김대중씨도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하지만 군 문제 때문에 고민하는 조진호 같은 미국 진출 선수를 보면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지난 2월 김선우는 박찬호의 에이전트인 스콧 보라스와 계약했다. 스콧 보라스가 김선우의 잠재능력을 알아보고 3년 동안 계속 러브콜을 보내 성사된 일이다.
“보스턴에서 야구를 하다 트레이드 설이 나왔는데 많은 생각이 들더라. 내 딴에는 의리를 지킨다고 보류하고 있었는데 미국에서는 그게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잘하는 만큼 요구하고 대접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그는 미국 프로선수로서 하나둘씩 적응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김선우도 김병현만큼 경기장 밖에서의 인터뷰는 싫어한다. 김병현은 카메라 플래시 터지는 것만 봐도 경직이 되곤 한다. 김선우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야구장 밖에서 인터뷰를 한다거나 방송 출연은 거의 하지 않는다. “야구장에서 유니폼 입고 있을 때가 가장 편하고 그때 인터뷰나 방송을 하면 ‘나’에 대해 솔직히 말할 수 있다”고 말할 정도. 귀국하자마자 CF섭외와 방송출연 요청이 쇄도했지만 모두 사양했다. 미국 생활 5년째. ‘외롭다’는 말이 입에 붙었지만 이제는 제법 마음이 통하는 메이저리그 동료들이 생겼다. 처음 보스턴에서 일본인 선수 오카 도모카즈와 주먹다짐을 벌였을 때만 해도 미국 무대에 적응에 문제가 있지않나 하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김선우가 직접 밝히는 그때 상황. 당시에는 구단이 일체 함구령을 내렸었다. “처음 구단에 들어갔을 때 둘다 동양인이서 그런지 친밀감이 들었다. 서로 많이 도와줬다. 그런데 오카가 운동을 잘하게 되고 서로 경쟁이 좀 붙고 하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라며 “진짜 진상도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아마 몇 십 년이 흘러야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스물다섯 살의 김선우는 아직 결혼 이야기를 꺼내거나 여자친구 이야기를 꺼내면 ‘생각 없다’고 잘라 말한다. 머릿속에 ‘야구’에 대한 생각만 가득 차 있으니 다른 생각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김선우는 일단 메이저리그 붙박이 투수가 되고 나서 모든 걸 결정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