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5일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이마의 땀을 닦고 있는 정몽준 의원. | ||
이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이은성씨(경기도축구협회 상임부회장)는 “현재 70명이 넘는 축구인들이 서명운동에 동참했다”며 “이번에는 작은 목소리가 아닌 큰 목소리로 당당하게 주장을 펼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씨는 “이번 서명운동에는 원로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현직에 있는 후배 축구인들도 많이 참여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축구인 1백 명 정도의 서명 작업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회장의 회장 사임을 촉구하고 나선 축구인들은 정 회장의 축구협회 재선 때마다 항상 목소리를 내왔다. 하지만 대표성도 없거니와 요직에 있는 사람이 드물어 그냥 묻혀졌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정 회장의 축구협회 회장직 유지에 대한 논의가 수면으로 떠오른 이상, 실력행사를 하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반 정몽준’ 축구인들의 공식적인 입장은 정 회장이 대선 출마를 한다면 축구협회와 인연을 끊어야 한다는 것. 즉 축구협회에 있는 현대 인력과 정 회장 인맥을 모두 데리고 나가라는 내용이다. 이들은 축구협회의 요직에 MJ맨들이 포진해 있기 때문에 체육인이 들어갈 자리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물론 30명으로 구성된 이사회에 70% 이상의 축구인이 참여하고 있지만 이들의 협회 내 위상과 영향력은 미미했다. 물론 이들이 정 회장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있지는 않다. 정 회장의 월드컵 유치 공로와 대표팀 4강 진출에 대한 공로는 인정한다는 태도.서명운동에 동참한 축구인들은 후임회장으로 하마평에 오르는 정 회장 측근 인물들이나 김상진 축구협회 부회장 대행체제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이씨는 “정 회장이 대통령에 출마해서 당선되든 낙선되든 축구계는 정쟁으로 인한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것이 대부분 축구인들의 생각”이라며 “축구협회를 하루빨리 정치와 무관한 단체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명에 참여한 축구인들의 불만은 이번 ‘박항서 감독 벤치사건’ 때 극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박항서 감독 벤치사건’으로 축구협회에 대한 일말의 희망도 없어졌다는 것. 또한 ‘한국 감독이 할 때는 왜 히딩크처럼 전폭적인 지원과 믿음을 주지 않느냐’ 하는 불만도 고조된 상태다. 그러나 서명 움직임에 대해 냉소적인 반응을 보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한 축구인은 “이런 움직임이 꼭 축구계를 위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 현대 인맥이 아니더라도 축구계는 이미 고려대 연세대 지역감정 등으로 나뉘어 복마전 양상을 이루고 있다. 또 단순히 히딩크 감독에게만 기대려는 축구협회에 대한 반발심일 수도 있다”며 반 정몽준 축구인들도 기득권을 버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축구계 내부의 정몽준 회장 회장직 사임 촉구 서명운동은 한나라당과 참여연대의 주장과 맞물려 계속 파문을 낳을 전망이다. 현재 한나라당은 정 회장의 축구협회장직과 FIFA 부회장직 사임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인 참여연대도 뜻을 같이하고 있다. 민주당은 ‘축구협회’를 거론하지는 않았으나 2일 정 회장의 ‘양당 연대 가능성’을 비판함으로써 견제를 시작했다. 현재까지는 이들의 관심사는 반 정몽준 축구인들 것과 전혀 다르다. 이러한 상황에서 축구인들의 서명운동은 의도하지 않게 ‘정쟁’에 이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서명을 주도하고 있는 이은성 부회장은 한나라당이나 여타 단체와 서명운동은 전혀 관계없고 자신은 꾸준히 축구협회가 축구인의 손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해온 인물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축구협회 유영철 국장은 정 회장의 회장직 사퇴와 관련, 국민여론을 수렴해서 정 회장만이 결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밝혔다. 또한 반 정몽준 축구인들의 의견에 대해서는 “축구인이 협회를 이끌어 나가는 자생력을 키우는데 주력해야 한다. 모두가 인정할 만한 훌륭한 축구인이 나온다면 축구인이 회장직을 맡을 수도 있지 않겠느냐”라면서 “서로의 이해관계에 얽혀 축구인이 분열한다면 그것이 정쟁의 휘말리는 지름길”이라고 대답했다.
정몽준 회장은 한나라당과 시민단체의 요구에 대해 “공명선거에 방해가 된다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그러나 실제로 회장직을 사퇴할지는 아직 미지수. 축구계 내부의 정 회장 사임 촉구 서명운동은 축구협회, 축구계 내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며 대립과 갈등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