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날 마지막 타석까지 시리즈 2안타 ‘빈공’에 시달리던 이승엽의 극적인 3점 동점홈런이 터진 것. 그것도 상대투수가 이상훈이다. 곧바로 이번 한국시리즈 영웅의 역사적인 끝내기 역전홈런. 그 순간 대구구장은 난리가 났다.
염용석 캐스터와 필자는 둘 다 말이 없었다. 그 때 서울 주조정실에서는 방송사고가 난 줄 알았단다. 필자는 혓바닥이 목젖 쪽으로 말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삼성의 21년 만의 우승, 김응용 감독의 10번째 시리즈 우승이 달성되는 순간이었다.
이번 한국시리즈 MVP ‘마달이’ 마해영. 그는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겨울을 지낼 것이다. 이승엽의 그늘에 가려 항상 2인자로 취급받다가 명실공히 슈퍼스타로 우뚝 올라섰다. 이번 우승으로 엄청난 보너스와 언론의 관심 속에 올 겨울 보일러를 빵빵하게 틀고 지낼 것이 분명하다.
▲ 한국시리즈 MVP 마해영 | ||
그때는 모든 게 엉성해서 감독이나 선배들이 일찍 야구를 그만두고 공부를 하라고 ‘권유’했을 정도다. 그런데 워낙 성실하고 심성이 착해서 ‘잘리지’ 않고 계속 야구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 동료나 선배들 중에 마해영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마해영은 지금도 담배를 피우지 않고 술도 거의 ‘깔짝’대는 수준이다. 남들 술 마시러 다닐 때 영어 공부를 한 덕분에 지금 아내와도 만났고 후배 용병들을 영어로 혼낼 줄도 안다. 또 외국 전지훈련 가서 현지 인에게 길을 가르쳐 줄 때도 있다. 은퇴 후 미국에 유학가면 남들보다 많은 걸 배워 올 수 있을 것이다.
마해영이 대학 1학년 때 감독한테 죽도록 얻어터진 일화 하나를 소개하겠다. 강릉 낙산으로 하계훈련을 갔을 때였다. 어느 날 감독이 전 선수를 불러다 놓고 술을 한잔씩 주고 있었다. 감독은 4학년한테, 코치는 1~3학년에게 술을 먹일 때인데, 술잔이 오고가던 중 4학년 선수가 감독이 따라 준 술을 다 비우지 못하고 조금 남겼다.
감독은 불같이 화를 내며 “이런 버릇없는 놈, 새똥은 똥이 아니냐”며 ‘따귀’를 올려 붙이자 맨 구석에서 맛이 간 마해영이 하는 말. “우히히, 똥이지, 딸꾹.” 그 날 마해영은 감독한데 KO당해서 실려 나갔다. 이병훈 SBS 해설위원